![]() |
키움 히어로즈 최원태. /뉴스1 DB © News1 이승배 기자 |
"결과는 졌지만 다 접전이었잖아요."
2일 경기 전 만난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올 시즌 SSG 랜더스전 '전패'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경기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했지만 씁쓸한 표정을 감추기는 어려웠다.
올 시즌 '우승'을 목표로 야심차게 시작한 키움은 개막 두 달이 지난 시점까지 4할 초반대의 승률로 8위에 처져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만나 패했던 SSG와의 2차례 3연전을 모두 스윕패 당한 것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런 가운데 맞이한 7번째 만남. 이번에는 손에 넣는가 했던 SSG전 승리를 또 한 번 허망하게 날려버렸다. 9회말 2아웃 역전 끝내기 패배였다.
키움은 2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전에서 2-1로 앞서던 9회말 2점을 내주며 2-3으로 패했다.
이로써 키움은 올 시즌 SSG전 7전 전패의 '천적 관계'를 이어갔다.
이날 만큼은 승리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선발 최원태가 6회 1사까지 16타자 연속 범타의 '퍼펙트' 행진을 벌였고 이정후도 2안타 1볼넷의 '3출루'로 활약했다. 6회까지 2-0으로 앞서 나갔고 이렇다 할 실점 위기조차 없었다.
하지만 최원태가 SSG 최정에게 홈런 한 방을 맞은 것이 불길한 징조의 시작이었다. 김재웅이 7회, 김성진이 8회 등판해 리드는 이어갔지만 2-1 살얼음 승부였다.
그런 가운데 타선은 좀처럼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8안타 8사사구를 얻어내고도 단 2점을 내는 데 그쳤다. 잔루가 13개에 달한 것 역시 불안한 조짐이었다.
![]() |
SSG 랜더스 김성현. /뉴스1 DB © News1 임세영 기자 |
결국 불길한 폭탄이 9회말 폭발하고 말았다. 마무리 임창민이 선두 최정에게 볼넷을 허용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어진 타석의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는 좌익수 뜬공을 유도했는데, 좌익수 박준태가 이를 잡지 못했다. 쉬운 타구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음에도 이를 떨구며 불을 키웠다.
임창민은 한유섬을 상대로 3볼로 흔들렸고 상대에게 더블 스틸까지 허용했다. 고의볼넷의 고육지책으로 무사 만루.
이후 박성한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2-2 동점이 됐고, 임창민은 조형우를 삼진 처리해 2아웃을 잡았다. 여기서 불을 끈다면 그래도 연장 승부를 도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임창민은 이날 최원태의 퍼펙트를 끊은 주인공인 김성현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했고 승부는 그렇게 끝났다.
키움은 이날까지 SSG전 7경기를 모두 패했는데, 1점차가 4번, 2점차가 3번이었다. 홍 감독의 말대로 대등한 승부를 벌이고도 결정적인 순간 밀리며 패배의 쓴맛을 봤다는 이야기다.
긴 시즌을 치르면서 한 팀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는 천적 관계가 있다는 것은 썩 좋은 징조가 아니다. 매 경기 접전을 벌였다고는 하지만, 패배의 쓰라림은 경기 내용으로 달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9회말 2아웃까지 잡은 뒤 끝내기 안타를 맞은 이날 경기는 키움에게 특히 뼈아픈 패배였다. 이날 패배로 키움의 'SSG 공포'는 한층 더 커질 지도 모를 일이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