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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가야' 닦달 후회" "검사했더니 병원 가야"[위기의 10대]中

강남서 닷새간 3명 극단선택…수면 위 드러난 10대 우울증
"우울증 걸릴 수밖에"…강남에도 '사각지대' 학부모 한숨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2023-04-24 12:03 송고 | 2023-04-24 13:47 최종수정
편집자주 최근 닷새간 강남에서 10대 청소년 세 명이 숨지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위험신호는 이미 커져 있었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2019년부터 3년간 극단선택 10대 사망자는 20%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뉴스1은 주요 사례를 분석해 청소년 극단선택 대책을 모색해봤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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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받아 대치동으로 이사 왔으니 아이에게 명문대 가라고 닦달한 것이 후회된다"

"저녁 식사는 홀로 편의점에서 하고, 인간관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만 하는데 아이가 우울증에 걸릴 수밖에 없다"
서울 강남에서 최근 10대 청소년 3명이 잇따라 극단선택을 하면서 강남 학부모들이 한숨을 쉬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부유한 강남에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6일 서울 강남의 건물에서 10대 여고생이 SNS 생방송을 켠 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해 숨졌다. 당시 현장 상황이 생중계돼 사회적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이튿날인 17일에는 강남구 도곡동의 중학교에서 남학생 C군이 같은 학년 D양을 흉기로 찌른 후 극단선택을 했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에서는 중학생 A양(14)이 떨어져 숨졌다.

◇ 편의점에서 홀로 저녁식사, 인간관계는 SNS로만
10대 자살률은 1년 만에 10% 넘게 증가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극단선택 위험에 노출된 강남 학생들의 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학부모들 사이에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학원가로 유명한 대치동에서 초중고를 모두 나온 직장인 김모씨(30)는 "스트레스가 쌓여도 (학원을 도느라) 시간이 없고 정이 그리워도 인간관계를 SNS로 만들며 저녁식사는 편의점에서 홀로 때운다"며 "우울증이 안 걸리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토로했다. 

강남구 역삼동에서 만난 학부형 안상일씨(40)는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와 말 없이 방에 들어가면 '그런가보다' 했는데 최근 극단선택 사건을 보고 아이에게 처음으로 '많이 힘드냐'고 물었다"며 "아이가 울면서 '사는 게 벅차다'고 하길래 학원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고 털어놓았다. 

고교생 딸을 키우는 직장인 이미정씨(50·여)는 "집에서 딸과 간이우울증검사를 했더니 병원에 가보라는 결과가 나왔다"며 "우리는 곧 의사를 만날 생각이지만 아이가 우울증, 불면증을 앓아도 입시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을까봐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부모가 많다"고 지적했다.

◇ 10대 우울증 환자 4년만에 90% 급증…'코로나 블루' 

2020년부터 코로나 블루(우울)가 확산하면서 청소년들의 심리 상태 또한 위태로워졌다는 분석이 많다. 비대면 수업을 하다 보니 고립감을 느끼는 청소년이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관련 통계 분석 결과 2021년 10대 청소년 우울증 진료환자는 5만7587명으로, 4년 전인 2017년(3만273명)보다 90.2%나 증가했다.

강남 학부모들은 반성과 우려를 동시에 쏟아냈다.

주부 권모(37)씨는 "대출을 내서 대치동까지 왔으니 성과를 보여야 한다고 딸을 닦달한 것이 후회된다"며 "기대감을 나타낼수록 딸이 휴대폰 보는 시간이 길어져 안 좋은 곳에 기댈까봐 겁난다"고 호소했다.

중3 아들을 둔 정은지씨(45·여)도 "최근 극단선택 사례를 보고 한 달에 한번은 공부를 쉬고 아들이 좋아하는 것을 같이 하기로 약속했다"며 "아들이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손 내미는 친구가 되려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학생들이 극단선택이 일어난 곳을 지날 때마다 '여기가 거기야?'라고 말한다"며 "학교와 교육부가 사고가 일어난 곳 근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치료를 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베르테르 효과'로 다른 학생들이 영향을 받을까봐 걱정하는 부모도 일부 있다. 베르테르 효과란 극단선택 등의 보도를 접한 뒤 모방하거나 우울증이 악화되는 현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0~19세의 2021년 사망원인 1위는 고의적 자해(극단선택)였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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