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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오늘부터 범칙금인데도…'우회전 일단멈춤' 그게 뭔데?

범칙금 6만원에도 교차로서 정지없이 '쌩쌩'…120여대 중 5대만 지켜
우회전車 사망 매년 130여명…"보행자 직접위험 발생 사례부터 단속"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원태성 기자 | 2023-04-22 16:48 송고
20일 서울 동작구의 한 교차로 우회전 도로에 '우회전 시 일단멈춤'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2023.4.2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20일 서울 동작구의 한 교차로 우회전 도로에 '우회전 시 일단멈춤'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2023.4.2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우회전 할 때마다 일시정지하라니, 보행자들이 신호 지키면 되는 걸…"

오늘(22일)부터 교차로 횡단보도에서 차량의 '우회전 시 일시정지 의무'가 계도기간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단속된다. 그러나 여전히 이를 지키는 차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 1월22일부터 우회전 신호등 도입 및 우회전 일시정지를 의무를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시행했다. 오늘은 3개월 간의 계도기간이 종료된 날이다.

이를 어기면 도로교통법에 따라 승합차 7만원, 승용차 6만원, 이륜차 4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벌점도 15점이 부과된다.

'우회전 시 일시정지 의무'가 계도기간을 마치고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단속이 시작됐다. 서울 강동구의 한 교차로에서 이를 무시하고 일시정지없이 우회전하는 차량. 범칙금 6만원이다. 2022.04.22/뉴스1 © News1 김정현 기자

◇일반 교차로, 30분간 우회전 일시정지 지킨 차 겨우 5대…"뒷차 눈치보여"

봄 나들이 차량이 한창 많이 다닐 오후 1시. 서울 강동구의 한 왕복6차로 교차로에서 약 30분간 우회전하는 3차로의 차량들을 살펴봤다.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단속이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빨간불일 때 일시정지 의무를 지키는 차량을 거의 없었다.

승용차는 물론, 버스·택시나 택시 같은 영업용 차량들까지도 전방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시정지하지 않고 곧바로 우회전을 했다. 차량들이 정지하는 것은 우회전하기 전 바로 앞 횡단보도의 보행신호가 켜졌을 때뿐이었다.

30분 가량의 시간 동안 약 120대의 차량이 우회전을 했지만, 이 중 일시정지를 한 차량은 승용차 3대, 택시 1대, 버스 1대가 전부였다.

한 운전자 이모씨(37)는 "우회전 시 일시정지가 시행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듣긴했는데, 솔직히 교통상황에 따라 지키기 어려울 것 같다"며 "멈췄다 가려고 해도 특히 차가 많은 시간에 뒤에서 경적을 울리고 눈치를 주면 눈치가 보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일시정지를 지킨 차량 1대의 경우에도 오른쪽 깜빡이를 켠 상태에서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를 하자, 뒤에서 경적 소리가 났다.

우회전 신호등이 운영되는 경기 하남시 조정대로의 한 교차로. 대다수 차량들이 우회전 빨간불 신호를 철저히 지켰다. 2022.04.22./뉴스1 © News1 김정현 기자

◇우회전 신호등 있는 교차로, 반대로 30분간 신호위반 차 겨우 '2대'

반면 '우회전 신호등'이 도입된 곳은 어떨까. 경찰이 지난해 9월 우회전 신호등을 시범 운영한 15곳 중 한 곳인 경기 하남시 조정대로의 한 교차로에서 오후 2시부터 30분간 지켜봤다.

우회전 신호등이 도입된 교차로는 상황이 일반 교차로와 완전히 반대였다. 왕복 8차로 도로라 30분 동안 120여대가 지나간 강동구의 교차로보다 더 많은 차량이 지나갔지만, 우회전 멈춤 신호를 지키지 않고 지나간 차는 겨우 2대뿐이었다.

일부 차량은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돼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호를 위반해 우회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22.04.22./뉴스1 © News1 김정현 기자

대부분의 차량들은 다른 신호등 신호와 마찬가지로 우회전 신호등의 신호를 철저히 지켰다.

하남에 거주하는 운전자 이영언씨(51)는 "집이 근처라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를 종종 차를 운전해 지나간다"며 "지나갈 때와 멈출 때를 정확히 구분해주기 때문에 운전자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헷갈리지 않아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미성년 자녀를 둔 양은지씨(36·여)는 "우회전 신호등도 신호등이라 운전자들이 잘 지키는 것 같다"며 "보통 교차로에서는 일단 돌고보려는 차들 때문에 위험한 순간이 몇 번이나 있었는데, 우회전 신호등이 확대 도입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경찰청 제공) © 뉴스1
(경찰청 제공) © 뉴스1

◇"무심코 어길까 걱정", "규정 헷갈려"…운전자들 볼멘소리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우회전 일시정지 규칙의 본격 단속에 대해 '무심코 어기게 될 것 같아 걱정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손모씨(36)는 "운전하는 사람들끼리 헷갈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한 번 적발될 때 범칙금이 6만원이라 적지 않던데, 교통체증이 더 심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경기도 수원의 직장인 김모씨(35)는 "무조건 멈추라 하더니 서행이 가능하다고 하고, 자주 바뀌는 것 것 같아 헷갈리고 짜증난다는 생각도 든다"며 "그러다보니 어떤 차는 멈추고 어떤 차는 그냥 지나가고 하던데, 이제 계도기간이 끝나 범칙금이 부과되기 시작하다보면 사람들이 적응하겠지만 그게 나일까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앞서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최근 3년간(2019~2021년) 우회전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연도별 사고발생 건수는 △2019년 2만235건 △2020년 1만8538건 △2021년 1만7957건이었고, 사망자는 △2019년 139명 △2020년 131명 △2021년 136명이었다. 매년 130여명이 우회전 차량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셈이다.

경찰은 개정법 시행 이후 교차로 우회전에 대한 운전자들의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보행자가 다치는 사고가 계속되고 있어 단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본격적인 단속을 시작하되, 운전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보행자에게 직접적인 위험을 발생시키는 유형부터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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