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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미국이면 문 닫았을 것"…침수 딛고 다시 쇳물 뽑는 포항제철소

'힌남노 피해 복구' 포항제철소, 135일만에 정상 가동 현장
대규모 복구작업에도 중대재해 0건…넥스트 스텝은 '탄소중립 2050'

(포항=뉴스1) 배지윤 기자 | 2023-03-27 10:00 송고 | 2023-03-27 13:59 최종수정
 (왼쪽부터)정석준 공장장 선재부 3선재 공장, 이영춘 후판부 1후판공장 파트장, 이현철 열연부 2열연공장 파트장, 최주한 제강부 2제강공장 공장장이 힌남노 피해 복구 현황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포스코 제공).
 (왼쪽부터)정석준 공장장 선재부 3선재 공장, 이영춘 후판부 1후판공장 파트장, 이현철 열연부 2열연공장 파트장, 최주한 제강부 2제강공장 공장장이 힌남노 피해 복구 현황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포스코 제공).

"포항제철소 임직원 조찬 학습을 찾은 필립 엥글린 WSD(철강분석기관) CEO가 그럽니다. 침수 피해 복구 자체는 '기적'이라고요. 미국 또는 다른 나라였다면 그대로 회사 문을 닫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지난 23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만난 천시열 공정품질 담당 부소장의 말이다. 천 부소장은 침수 피해 복구를 위해 일선 현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불철주야 뛰어다녔다. 

냉천 범람부터 피해복구 과정을 지켜본 현장 임직원들 역시 벅찬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현철 열연부 2열연공장 파트장은 "(피해복구 이후) 첫 제품이 무사히 잘 나와서 눈물이 났다. 만세를 몇 번 부르고 밖에 도망가서 울었다"고 했다.

최주한 제강부 2제강공장 공장장도 "우리 공장은 고로(용광로)를 살려야 하는 사명이 있었다. 윗선에서 일주일을 얘기하셨다.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이었다"면서도 "소방 인력부터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포항제철소는 890㎡ 크기로 여의도 3배 크기의 규모다. 제철소 복구에도 수많은 일손이 투입됐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135일 수해 복구 기간에 투입된 인력은 임원·임직원은 물론 협력사·시공사 및 민·관 인력 등 140만명 규모다.
◇135일의 기적…제철소 정상 가동

이날 포스코는 완전 정상조업 체제에 들어간 포항제철소를 기자단에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냉천범람 피해 복구 당시 현장을 공개한적 있지만, 완전 복구에 성공한 제철소를 공개한 건 처음이다. 

제철소는 언제나처럼 평온했다. 고로와 제강, 열연공장에 설치된 각종 설비는 누가 하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고로에서 쇳물을 가열해 압연하는 과정까지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피해가 극심했던 2열연 공장이다. 지난해 12월 재가동에 돌입한 이후 100일 동안 정상 가동하며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전체가 침수된 지하 유실과 성인남성 허리춤 높이까지 잠긴 1층 설비도 완전히 복구됐다.

탱크 등 침수된 핵심 장비도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침수 피해로 손상된 설비는 페인트칠로 새단장을 마쳤다. 수개월간 제철소 직원들이 범람한 물을 직접 퍼내고 진흙(뻘)과 기름때를 제거하는 등 혼신의 힘을 다해 복구 작업에 참여한 덕분이다. 

'제철소의 심장'으로 불리는 고로도 재정비를 마치고 쇳물을 만드는 과정을 반복하며 바삐 돌아갔다. 특히 제철소의 온갖 정보가 담긴 스마트 2고로의 중앙 운전실은 실시간 데이터 확인이 가능한 공간으로 눈길을 끌었다. 기존 고로보다 투명한 조업이 가능해진 셈이다. 스마트고로 도입은 연간 생산량을 8만5000톤까지 확대했다. 품질 불량도 63% 개선했다. 기존에 사람이 하던 풍고 확인 같은 작업에도 인력을 투입할 필요가 없어져 작업자는 안전을 보장받고 더 중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포항제철소 프레스투어 2고로 전경(포스코 제공).

◇중대재해 0건·클레임 개선…태풍 피해가 포스코에 가져온 것

단순히 제철소를 정상화한 것만이 아니다. 연인원 140만명이 투입된 복구작업임에도 포스코는 중대재해 '0건'을 기록했다. 긴박한 현장에서도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전 작업팀에 '생명지킴이'를 현장 배치해 강력한 안전 체제를 유지했다. 

품질 관리에 힘을 쏟으니 불만(클레임)도 개선됐다. 천 부소장은 "기존에 계획한 생산량을 초과해서 달성하고 품질도 사고 나기 전과 비교했을 때 힌남노 피해 이전 수준으로 올라왔다"며 "품질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냉천 범람 이후 생산된 제품 클레임이 보통 몇톤, 몇십톤 단위로 들어오는데 40㎏ 정도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직원들 간 끈끈함도 생겼다. 정석준 선재부 3선재 공장장은 "수해 복구 작업을 진행하면서 세대 간 오해가 많이 풀렸고 마음이 열렸다"며 "제철소 정상 가동 이후 소통이 잘된다. 힘든 일을 함께 겪어서 전우애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도 힘을 쏟고 있다. 포스코는 냉천 범람 발생시 유입수를 대량 차단하는 차수벽을 공장 외곽에 설치하고 있다. 핵심 설비 보호용 차수시설도 보강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6월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제철소 복구…넥스트 스텝은 '탄소중립 2050'

제철소 정상화에 성공한 포스코는 '탄소중립 2050' 실현에 힘을 쏟는다. 고로 등 기존 생산방식을 수소환원제철 생산체제로 단계적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포스코는 독자적인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 기반의 수소환원제철 상용 기술을 개발 중이다. 포스코 고유의 파이넥스(FINEX) 유동환원로 기술을 바탕으로 했다. 영국의 플랜트 건설사 '프라이메탈스'와 수소환원제철 엔지니어링 기술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하이렉스 시험설비 설계에 착수했다.

이 설비를 2026년에 도입해 상업화 가능성을 확인하고 2030년까지 상용 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또 2050년까지 포항·광양 제철소의 기존 고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해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 포스코 친환경 정책의 핵심이다.

천 부소장은 "고로 수명이 다하는 시점에 '파이넥스'로 전환하며 단계적인 설비 전환으로 2050년 완전한 탄소중립을 이루는 것이 목표"라며 "아직 허가 전이지만 파이넥스 전환을 위해 땅을 매립하려고 부지를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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