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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가지 혐의' 이재명 핵심은 배임…'대장동 일당' 유착 규명에 운명 갈린다

과거 '자원외교' 사건서 법원 '정책적 판단' 존중해 무죄 선고
428억 약정' 빠져…"배임 인정되려면 객관적 증거로 동기 설명돼야"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2023-03-23 07:05 송고 | 2023-03-23 08:49 최종수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민생 4대 폭탄 대응단 출범 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3.3.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민생 4대 폭탄 대응단 출범 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3.3.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재판에 넘기면서 이제 이 대표의 운명은 법원에서 판가름 나게 됐다.

이 대표의 여러 혐의 중 핵심은 '대장동 일당'에 개발이익을 몰아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혐의다.
그러나 과거 '자원외교 사건' 등 배임 관련 사건에서 법원이 '정책적 판단'을 존중하면서 무죄가 선고된 경우가 많아 이 대표의 배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이 대표의 배임 혐의에 대한 유·무죄 여부는 결국 검찰이 이 대표와 대장동 일당과의 유착관계를 얼마나 입증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이재명 대표 불구속 기소…배임액 4895억원 적용
2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전날(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이익을 의도적으로 포기하고 제한해 공사가 적정 배당이익(전체 개발이익의 70%, 6725억원)에 못 미치는 1839억원의 확정이익만을 배당받도록 한 반면 민간업자가 4895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도록 해 공사에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를 받는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14년 8월부터 성남시장 재직 시절 개발사업 방식, 서판교터널 개설 계획, 공모지침서 내용 등 직무상 비밀을 민간업자에게 유출해 사전에 내정된 대장동 민간업자를 시행자로 선정되도록 한 혐의도 적용했다.

또 민간업자들의 청탁에 따라 용적률 상향, 임대주택부지 비율 하향 등을 통해 유리한 사업구조를 만들어줘 2023년 1월까지 7886억원 상당의 불법 이익을 취득하게 한 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도 있다.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과정에서 알게 된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민간업자를 시행사와 시공사로 선정되도록 해 211억원의 이익을 취득한 혐의(부패방지법 위반)도 받는다.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인허가권을 이용해 두산건설 등 6곳으로부터 후원금과 광고비 명목으로 약 133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특가법 위반), 이 과정에서 기부를 받는 것처럼 비영리 기부단체를 끼워넣어 범죄수익을 가장한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도 적용됐다.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하베스트를 무리하게 인수해 수천억대 국고 손실을 끼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은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 2016.3.1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하베스트를 무리하게 인수해 수천억대 국고 손실을 끼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은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 2016.3.1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자원외교' 사건 줄줄이 무죄…"정책 판단으로 배임 적용 어려워"

이 대표가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기지면서 과거 '자원외교' 사건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정책적 판단으로 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는데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2009년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 부실 계열사인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날)을 시장 가격보다 높게 인수하도록 지시해 석유공사에 55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2015년 재판에 넘겨졌다.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도 같은해 암바토비 니켈광 사업과 관련 규정상 73억원에 인수할 수 있는 경남기업 지분을 285억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인수해 광물자원공사에 212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두 사건에서 사업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국내외(강영원)의 부정적 의견 제시 및 투자심의위원회·이사회(김신종)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해 공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봤다.

그러나 법원은 두 전직 사장들의 행위가 업무상 임무를 위배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판단했다.

정책적 판단에는 원천적으로 손해가 발생할 위험이 내재돼 있어 개인적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렸는데 손해가 발생한 경우까지 업무상 배임죄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뇌물' 혐의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2.11.1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뇌물' 혐의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2.11.1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李 배임죄 가를 핵심, '대장동 일당과의 유착' 입증에 달려

두 자원외교 사건의 법리를 볼 때 정책적 판단으로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배임 혐의가 인정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이 대표도 대장동 개발이 성남시에 안정적인 확정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결정임을 강조하고 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객관적 상황을 모두 취합해 본인 또는 제3자에게 이익이 되고 회사나 기관의 손해가 된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최선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의 선택을 했다고 하면 배임이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고한 법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업무상 배임죄의 범위를 좁혀야 한다는 학계 등에 비판이 나오면서 대법원 판결도 보수적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며 배임이 유죄가 나오기 힘든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이 주장하는 이 대표와 '대장동 일당'과의 유착 관계를 입증할 수 있다면 배임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착 관계가 입증된다면 더이상 정책적 판단이 아닌 사적 이익을 위한 결정이 되기 때문이다.

이건식 전 김제시장은 고향후배의 청탁을 받고 고향후배가 감사인 회사 제품을 고가에 구입하는 등의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가 확정돼 시장직을 상실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수사 상황을 봤을 땐 유착관계 입증이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은 22일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측근을 통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428억 뇌물을 약속받았다는 혐의는 뺐다.

'428억원 약정'은 이 대표가 업자들에게 이익을 몰아주기로 한 주요 동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핵심 의혹으로 꼽혔다.

대장동 일당 5명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공소장에는 이 대표가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통해 428억원 약정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적시됐다.

그러나 이 대표 공소장에는 이 혐의가 빠지면서 검찰이 '428억 약정' 의혹 규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28억 약정'의 당사자인 김만배씨와 정 전 실장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당사자들의 진술이 중요한 증거가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뿐만 아니라 어떤 진행 과정에 있었는지를 면밀하게 객관적 자료들을 토대로 살펴보고 있다"며 "이 대표에 대한 인적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과정에서 보강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장동 일당의 자금이 이 대표 측에 흘러갔다는 부분에 대한 소명도 아직 부족한 상태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남욱 변호사로부터 받은 정치자금 8억여원도 아직 용처가 밝혀지지 않았다.

이 대표가 최측근들이 대장동 일당이 제공한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지했는지, 불법자금이 이 대표에게 흘러갔는지 등이 더 규명돼야 배임의 동기가 설명될 수 있다.

한 변호사는 "대장동 일당의 돈이 이 대표 측에 흘러갔다는 정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금 흐름 추적을 통해 객관적인 증거가 확보돼야 배임의 동기가 제대로 설명이 될 것"이라며 "(이 대표가 최측근 비리를) 모를 리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것만으로는 배임 동기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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