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긴자의 한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를 나누며 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3.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16일 도쿄 경양식집에서 가진 친교 자리에서 일본 맥주와 한국 소주를 섞은 '폭탄주'(소맥)로 '러브샷'을 나누며 한일 양국의 융합과 화합의 뜻을 다졌던 것으로 알려졌다.1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16일 저녁 정상회담 후 도쿄 긴자 요시자와 식당에서 부부 동반 만찬을 가졌다. 이후 두 정상은 128년 역사의 경양식집 '렌가테이'(煉瓦亭)에서 2차 친교 행사를 이어갔다.
두 정상은 통역과 극소수의 외교당국자만 대동하고 1시간가량 술잔을 기울이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메뉴는 렌가테이 대표 음식인 오므라이스와 생맥주, 한국 소주와 일본 전통주인 고구마 소주 등이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대화를 나누던 중 '한일관계의 융합과 화합의 취지로 한국 소주를 같이 마셔보자'고 제안했고, 즉석에서 일본 에비스 생맥주에 진로 참이슬을 섞은 이른바 '소맥'이 만들어졌다. 두 정상은 한일 우호의 뜻으로 '러브샷'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소맥을 맛을 보고 "한일 우호의 맛이 진짜 맛있다"고 감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1965년 한일 수교(한일기본조약)가 이루어졌는데, 제 임기 중에 한일관계가 가장 좋게 만들고 싶다"는 취지의 화답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오후 일본 도쿄 경양식집 '렌가테이'를 나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2023.3.16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
일본 인기 만화이자 드라마로 알려진 '고독한 미식가'가 2차 친교 자리의 화제로 오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마츠시게 유타카에 대해 "저렇게 많이 먹는데 살이 안 찌는게 궁금하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이 일화가 우연히 언급됐다고 한다.
두 정상의 대화를 들은 렌가테이 주인은 "고독한 미식가 주인공이 이 식당에 온 적이 있는데 (마츠시게가) 많이 먹는 것은 사실이지만 살을 빼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다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오므라이스'를 매개로 외교를 펼친 사연도 뒤늦게 알려졌다. 앞서 일본 정부는 윤 대통령이 과거 일본여행에서 맛 봤던 렌가테이의 오므라이스를 언급한 점을 반영해 렌가테이를 친교 행사 장소로 특별 선정했다. 일본은 해외 각국 정상이 방문할 때마다 특색에 맞춘 손닙 접대 방식인 '오모테나시'로 환대한다.
윤 대통령은 이튿날(17일) 일본 여당인 자유민주당(자민당)의 부총재인 아소 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오므라이스 맛이 어땠느냐'는 말에 "예전에 먹은 것과 비교하면 라이스(쌀) 맛은 그대로인데, 계란 두께는 좀 얇아진 것 같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에 아소 전 총리는 "이전 셰프는 돌아가시고 새 요리사가 식당의 대를 잇고 있다"고 말했고, 윤 대통령은 "요리사가 바뀐 것은 몰랐다"며 대화를 이어갔다. 아소 전 총리는 윤 대통령의 방일에 대해 "양국 공동 이익을 위한 결단"이라며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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