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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업계는 아니라는데…"소줏값 결국 오를 것" 번지는 인상론

[소주 가격의 비밀] ③ 1월 중순부터 인상 움직임…"일시적 동결" 지배적
자영업자 "물가 다 올라 소주 예외 안돼"…전문가 "정부, 과도한 개입"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박혜연 기자, 이정후 기자 | 2023-03-03 05:00 송고 | 2023-03-03 09:11 최종수정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진열된 소주.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진열된 소주.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당분간 소주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가격 인상 관련 정해진 바는 없다."

최근 소주 가격 인상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자 주류 제조업체들이 내놓은 입장이다.
<뉴스1>은 앞서 기획기사 2편(참고 <공장가 1200원, 도매가 2000원…'소주 6000원' 누가 다 삼키나>, <종로는 5000원, 청담동은 8000원…소주값이 왜 이래>)을 통해 소주의 유통 구조와 가격 결정 요인, 도·소매업자 입장을 들어봤다.

특히 소매업자들이 식재료와 인건비, 공공요금 인상에 따라 술값을 더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도 살펴봤다. 일단은 주류업계와 외식업계는 정부의 압박에 소줏값 인상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가 국세청 등을 앞세워 실태조사까지 나서면서 가격 인상을 억누르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직접 해명과 인상 제어까지 수긍하고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주류업계와 외식업계는 애초부터 주류 가격 인상 계획이 없었거나 고려조차 하지 않았던 것일까. 

◇ 1월 중순부터 예고됐던 소줏값 인상

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소주값 인상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오갔던 1월 중순 업계에서는 이미 소주 출고가가 오른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단순히 설이 아니었다. 취재진이 몇 주간에 걸쳐 취재한 다수의 도매업자들도 이 같은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심지어 조만간 소주 출고가가 오를 테니 물량을 미리 확보하라는 정보도 오갔다.

출고가가 오르기 전 도매업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정보가 도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다. 물론 물량을 확보하라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통 구조상 물량이 줄어들기도 하고 이미 계약된 물량 조건상 유통량을 도매업자가 조정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소줏값 인상의 주요 배경은 이렇다. 소주의 주원료인 주정값이 이미 올랐고 지난해 병뚜껑에 이어 올해는 빈병 가격마저 인상된 탓이 컸다. 

서울 지역 한 도소매업자가 받은 소주값 출고가 인상 관련 문자. /뉴스1 © News1
서울 지역 한 도소매업자가 받은 소주값 출고가 인상 관련 문자. /뉴스1 © News1

서울 서북부 지역에서 주류 도매업을 하고 있는 박모씨(56)는 "당시 업체들이 출고가를 인상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으나 정보가 돌기는 했다"며 "업체들이 대략 출고가를 5.5%가량 올린다는 정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보는 도매업자 쪽에서만 돈 것은 아니었다. 소매업자들도 가격 인상에 대비하고 있었다. 서울 강서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박모씨(39)는 "아는 도매업자를 통해서 소주 출고가 인상에 대비해 미리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통상 이런 정보가 돌고 나면 1~2개월 안에 가격이 인상되고는 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주류업체들이 소주 가격 인상을 애초에 고려한 적 없다면서 이번 논란이 일단락됐지만 소주 가격 인상 움직임이 실제로 있었다는 데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더욱이 이번 출고가 동결은 일시적에 불과하다는 예측도 지배적이다. 여러 가지 요인 등을 감안했을 때 소줏값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자영업자만의 탓 아냐…가파른 물가 상승이 배경"

자영업자들은 소줏값 인상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모든 물가가 올라서 라면 가격도 오르는 마당에 왜 소주는 예외로 보는지 의문이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지방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안준영씨(가명·30)는 소줏값 말고는 올릴 게 없다고 말한다. 안씨는 "전기세는 이미 오른 지 오래됐고 난방비도 올랐고 모든 물가가 상승했다"며 "기반이 되는 모든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지방에서 요식업을 하고 있는 강창우씨(가명·35)도 "주류는 출고가가 200원 오른다고 해서 소비자에게 200원만 올려서 팔면 자영업자는 무조건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순이익 없이 매출만 늘어날 텐데 세금 부담만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영업자들은 지금의 소줏값 관련 여론이 과도하다고도 했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가 민간기업의 가격을 감시하는 것은 과도한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세금과 각종 공공요금을 인상해놓고 시장에는 인상을 하지 말라고 압박한다면 어느 누가 수긍하겠냐고 얘기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물가 인상에 대한 비판을 시장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세금을 올려놓고 가격을 올리지 말라고 하면 어떤 기업이 말을 들을까 싶다"며 "고물가 시대에 한시적으로라도 정부가 세금을 우회하는 방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대신 인상 가격을 순차적으로 올려 기업의 숨통을 터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뉴스1DB © News1 민경석 기자
뉴스1DB © News1 민경석 기자

■ 기획취재팀(박상휘 팀장, 박혜연·이정후 기자)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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