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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 최대 난제는 '임금체계 개편'…노사 합의가 기본

[정년연장이 온다] ④<끝> 연공서열 세대갈등·연금개혁 해법
정부 강제시 부작용 ↑…65세 넘어 정년 폐지 나선 日 참고를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박혜연 기자, 이정후 기자 | 2023-02-10 06:00 송고
편집자주 정부가 정년연장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수면 위로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국민연금 개혁과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고려할 때 정년연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라는 인식에 따른 결과일 것입니다. 다만, 정년연장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적합니다. 특히 세대 간 갈등과 임금체계 개편, 노사 간 합의 등은 이해관계가 첨예해 합의가 요원합니다. 뉴스1은 사회적 합의를 해결해야 할 지점이 무엇인지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를 4편의 기획물에 담았습니다.
'노인 일자리 채용 한마당’에서 구직 활동을 하는 어르신. /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노인 일자리 채용 한마당’에서 구직 활동을 하는 어르신. /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정부가 정년연장을 위한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에 들어갔다. 정년연장을 위한 정부의 기본적인 방향은 계속고용 법제화로 보인다.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정년연장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기 전부터 정부는 고령자 계속 고용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새해 대통령 업무보고에게 계속 고용 법제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년연장은 대한민국 노동시장이 피해 갈 수 없는 요소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정 정년은 만 60세다. 그러나 우리나라 저출생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합계 출생률은 0.79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59명보다 한참 낮은 수치로 대한민국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특히 생산연령인구 감소 폭이 가파르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021∼2030년 357만명, 2031∼2040년에는 529만명 각각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는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져 성장 둔화까지 부추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년연장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만 정년연장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특히 세대 간 갈등과 임금체계 개편, 노사 간 합의 등은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으로 이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한 상황이다.
◇ 가장 큰 쟁점은 임금체계 개편…노사 합의가 우선

경영계는 정년을 연장하려면 임금체계 손질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공서열에 의한 봉급체계를 직무 성과급으로 바꾸는 방향으로 법 제도가 완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연차가 쌓일수록 임금을 더 많이 가져가는 구조하에서 계속 고용 법제화가 이뤄진다면 인건비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경영계에서는 임금체계 개편이 없다면 신규채용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최근 고령자 고용 동향의 3가지 특징과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정년 연장 수혜 인원이 1명 늘어나면 채용되는 정규직 근로자도 거의 1명 감소한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반면 노동계는 경영계의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한다. 직무 성과급제로의 전환은 사실상 부작용만 키울 것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도 명확하다. 우리나라는 전체 사업장의 노조 결성 비율이 불과 1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노조가 있는 곳 중 96.1%는 정년제를 운영했지만 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17.7%만 정년제를 운영했다.

만약 현 상황에서 직무 성과급제로 급격히 전환하다면 노조가 없는 대다수의 사업장은 회사가 정하는 대로 연봉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게 노동계의 지적이다. 말이 연봉협상이지 연봉 통보나 다를 게 없다는 의미다.

아울러 경영계는 이미 정년연장과 상관없이 일자리 창출에는 매우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정 정년이 있음에도 조기 퇴직자는 2013년 32만3000명에서 지난해 56만9000명으로 76.2% 늘어났다.

경영계는 이 수치를 정년 의무화의 부작용으로 사용하지만 노동계에서 지적하는 근본 원인은 사내하청과 간접고용 등 일자리 악화다. 즉 직무 성과급제로의 전환은 질 나쁜 일자리 양산을 더 가속화할 뿐이라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상생임금위원회 발족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상생임금위원회 발족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이 때문에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2일 '상생임금위원회’를 발족했다. 그러나 이 논의에 정작 노사 당사자는 배제하면서 벌써부터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비판만 나온다.

당사자인 노사 간 합의가 원만하지 않으면 법 제도화만으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국회미래연구원이 발간한 '정년제도와 개선과제' 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지점을 지적한다. 정년연장을 사회적으로 합의한 일본의 사례를 예로 들며 "일본의 논의 특징은 50년 동안 노사정 회의나 국회 심사가 지속, 내용이 축적돼 합의가 진전될 수 있었다는 것"이라며 "국회와 노사정회의체 모두 노사합의가 우선되거나 중심이었다"고 설명했다.

◇ 세대 갈등 해소와 노후 소득 보장의 필요성

우리나라는 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데 고용체제는 이 같은 사회에 친화적이지 못하다. 노동자의 주된 일자리 퇴직연령은 49.3세(2022년)인데, 노동시장의 실제 은퇴 연령은 72.3세로 간극이 크다. 이에 따라 노인 빈곤율은 37.6%로 OECD 국가 중 1위다.

정년이 연장되지 않으면 빈곤율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현재 60세 정년제가 바뀌지 않을 경우 2033년이 되면 국민 전원의 연금 수급 연령이 65세로 변경, 최소 5년 이상의 소득 없는 기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들의 최대 관심사인 연금 역시 정년연장이 해답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노령 지출로 재정 부담이 올라가기 때문에 세금의 투입보다는 퇴직 연령을 높이는 게 확실한 개혁이라고 강조한다.

정년연장이 청년층의 일자리를 무조건 감소시킬 것이라는 관측과 분석에 대해서도 반론이 있다. 물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0년 5월 '정년 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에서 "민간사업체(10~999인)에서 정년 연장의 예상 수혜자가 1명 증가할 때 고령층(55~60세) 고용은 약 0.6명 증가한 반면 청년층(15~29세) 고용은 약 0.2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좀 더 많은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내각부에서는 2000년 추정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는데, 조기 퇴직 연령을 1년 연장할 경우 GDP(국내총생산)가 약 2%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했다. GDP의 증가가 또 다른 일자리 창출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이승호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령자들의 정년을 연장해서 추가 고용을 하는 것이 청년 고용을 줄인다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한 연구결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평균적으로 청년 고용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업종이나 기업에 따라 그 차이가 크기 때문에 그 부분은 좀 더 엄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청년과 고령층이 일하는 업종과 직책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청년고용이 줄지 않는 영역에 대해서는 그런 우려도 적다"고 설명했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 사회적 대화로 정년연장 합의한 일본…우리도 눈여겨봐야

정년연장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때마다 사례로 거론되는 국가는 바로 일본이다. 우리나라의 60세 정년 제도 일본의 사례가 바탕이 됐다.

그러나 일본은 지난 2012년 65세 계속 고용제를 의무화했고 이제는 정년제를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일본의 사례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저출생과 생산연령인구 감소 등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과 매우 닮아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정년연장 실태를 살펴보면 60세 정년을 넘어 계속 일하길 희망하면 거의 전원을 재고용한다. 더욱이 중소기업이 제도 도입과 고령인력 활용에 더 적극적이다.

아울러 일본은 해당 제도를 노력 의무에서 법적 의무화로, 대상자를 한정에서 확장으로 단계적, 점진적으로 도입했다는 점에서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혁의 화두로 꼽히고 있는 연금과 관련해서 일본은 연금 수급 연령 인상과 정년 연령을 연계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특히 국회미래연구원이 발간한 '정년제도와 개선과제' 보고서에서는 일본 정부의 역할에 주목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제도 정착을 위해 노사 상호 인센티브가 있는 제도를 개발했는데, 60세를 넘어 계속 고용 시 임금이 75% 이하로 하락한 노동자는 임금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덜고 노동자는 급격한 생활 하락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입법 후 3년 후부터 비교적 빠르게 실시했으나 노사에게 유인책은 약하다는 게 미래연구원의 지적이다. 중소·중견기업에만 고용을 촉진하는 지원금 제도가 있으나 액수가 낮고 다른 중소기업 지원금과 중복돼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기업은 고령자 고용을 촉진할 만한 제도가 없고, 개인이 직접 수급해 생활 안정을 꾀할 수 있는 제도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의 정년 60세는 시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규범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법률은 사회적 행위자 간 조율을 돕는 내재적, 최종적 기능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정년 60세는 제도 효과가 한정적이고, 법률은 행위자에게 외재적·구속적이지만 엄밀한 규율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정년연장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강제하는 방식은 현실성이 없고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사업장별 특성을 담아 노사 간 합의가 우선되고 법적, 제도적 장치는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나이를 기준으로 은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이제는 맞지 않다고 보고, 특히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인 인력을 활용하는 게 더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며 "나이가 들었다고 사회에서 은퇴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능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은 물론 좀 더 유연한 노동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기획취재팀(박상휘 팀장, 박혜연·이정후 기자)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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