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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엄지의 주식살롱]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왜 서두르나요?

MSCI 지수는 미국계 펀드 95%가 추종하는 지수
한국은 1992년부터 EM지수 답보…'DM지수 편입' 尹정부 목표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2023-02-06 07:00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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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 지수는 미국 초대형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증권이 지난 1986년에 인수한 캐피털인터내셔널사에서 작성해 발표하는 지수입니다. FTSE 지수와 함께 국제 금융 펀드의 투자 기준이 되는 대표적인 지수죠.

MSCI는 크게 미국·유럽 등 선진국지수(DM)와 아시아·중남미 지역의 신흥시장지수(EM), 그 외 프런티어시장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신흥시장지수에 머물러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최근에 외국인 투자자등록제 폐지, 영문 공시 확대 등이 이러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마지막 관문은 '공매도 완전 재개'라고 하죠. MSCI가 무엇이고,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어떤 이점이 있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요?

MSCI 지수는 글로벌 투자자에게 큰 영향을 끼칩니다. 미국계 펀드의 95%가 이 지수를 펀드 운용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하고, 그 자금 규모는 한화로 1경4000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펀드의 벤치마크(BM) 지수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가령 A라는 펀드가 코스피지수를 BM으로 정했다고 하면, 해당 펀드의 성과는 코스피 지수 수익률이 기준이 됩니다. A펀드 1년 수익률이 마이너스(-)10%라고 해도, BM인 코스피지수가 15% 넘게 하락했다면 A펀드는 좋은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코스피지수가 10% 올랐는데 펀드가 8%만 올랐다면 투자자들의 반발이 심하겠죠.
그래서 펀드매니저들은 BM 지수를 최대한 추종하려고 합니다. 코스피지수가 BM이라면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만큼 종목을 펀드에 담으려고 합니다. 코스피 시총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넣는 것은 물론이고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도 당연히 담겠죠.

글로벌 펀드 대부분이 MSCI 지수를 BM으로 삼는다고 했습니다. 즉, 미국에 있는 한 자산운용사가 선진국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를 운용한다면 MSCI 선진국지수를 BM으로 정하고, 선진국지수에 포함된 국가의 주식을 비중에 맞춰 펀드에 담아야 합니다.

MSCI 한국 지수 정기변경에 관한 기사도 많이 보셨을 거예요. MSCI 지수에서 카카오 비중을 줄인다고 하면 펀드매니저들은 카카오를 줄어든 비중만큼 매도해야 합니다. 또는 카카오페이가 새로 편입된다면 무조건 카카오페이를 매수하겠죠. 그래서 정기변경 때 새롭게 지수에 편입되는 종목은 주가가 오르기 마련입니다.

한국은 MSCI 신흥시장지수에 편입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선진국시장 지수로 바뀌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가장 큰 이점은 한국 증시에 들어오는 돈의 수준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선진국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은 해외 연기금, 대형 패시브 펀드가 많습니다. 이들 자금은 규모도 크고,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합니다. 돈이 쉽게 빠져나가지 않죠. 실제로 MSCI 신흥시장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은 9600억달러이지만, 선진국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은 3조6000억달러로 3배가 넘습니다.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낸 아시아 포트폴리오 전략보고서에 따르면 만약에 한국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된다면 한국 시장으로 440억달러가 유입될 수 있고, 코스피는 30~35%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우리가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 위해 애쓰는 이유입니다.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려면 우선 MSCI의 와치리스트(관찰대상국)에 선정되어야 합니다. "진짜 너희가 선진국 지수가 될 자격이 있는 지 1년간은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과거 2008년에 선진국 지수 와치리스트에 선정된 적이 있지만, 시장접근성 제고 능력 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2014년 와치리스트에서 제외된 바 있습니다.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 수준 △시장 규모와 자금 유동성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시장 접근성 등의 일정 조건을 갖춰야 한다는데요. 현재 한국이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건 '외국인 투자자 시장 접근성' 입니다.

그래서 최근에 금융당국은 외국인 투자자등록제를 폐지하고 영문 공시를 확대하는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자본시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대한 반론도 나옵니다. 한국이 선진국 지수에 들어간다고 해서 외국인이 바로 한국 주식을 선진국 펀드에 담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한국은 내수 시장이 작고 대외 변수에 따른 변동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미 다우존스, S&P, FTSE 지수에서는 선진시장에 편입되어 있는데, MSCI 선진시장에 편입되려고 이렇게 목을 맬 필요가 있는가라는 자조적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고요.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만큼, 우선 국내 투자자들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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