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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김정은 '中으로부터 보호' 위해 주한미군 필요하다 해"

폼페이오 전 장관 회고록에 2018년 3월 김 위원장과 대화 소개
"김정은, 중국공산당 한반도 티베트나 신장처럼 다루려고 해"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2023-01-25 04:07 송고 | 2023-01-25 08:35 최종수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부활절 주말기간(3월31일∼4월1일)에 평양을 극비 방문한 당시 CIA 국장인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부활절 주말기간(3월31일∼4월1일)에 평양을 극비 방문한 당시 CIA 국장인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 국면 당시 중국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장관은 24일(현지시간) 회고록 '한 치도 물러서지 마라, 내가 사랑하는 미국을 위한 싸움(Never Give an Inch, Fighting for the America I Love)'에서 2018년 3월30일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자격으로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대화했던 상황을 기술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폼페이오 전 장관이 당시 김 위원장에게 '중국 공산당은 줄곧 미국에 '주한미군이 한국을 떠나면 김 위원장이 매우 행복해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웃음과 함께 손으로 탁자를 치면서 "중국인들은 거짓말쟁이"라고 외쳤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필요하며, 중국 공산당은 한반도를 티베트와 신정처럼 다루기 위해 미군의 철수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중국의 위협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으로 읽힌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김정은은 (중국으로부터의) 보호를 필요로 했다. 이것이 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나는 과소평가했다"면서 한반도에서 미국의 미사일이나 지상전력이 증강되는 것을 북한이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김 위원장에게 핵무기를 포기해도 정권과 목숨을 잃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나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와 달리 북한 정권이 생존할 수 있으며 번영할 것이라는 점을 설득해야 했다도 밝혔다.

김 위원장도 핵무기가 막대한 경제적 부담이며, 세계적으로 북한이라는 나라를 버림받은 국가(pariah)로 만들었다면서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하기로 약속했다고 폼페이오 전 장관은 주장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018년 5월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모습.(노동신문) 2018.5.10/뉴스1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018년 5월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모습.(노동신문) 2018.5.10/뉴스1

폼페이오 전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원산에 국제관광 리조트 투자 등에 대해 설명했다고 회고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이 좋은 시가를 좋아한다고 말하자, 폼페이오 전 장관은 이 협상을 타결하고 나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가장 멋진 해변으로 김 위원장을 초청해 세계에서 가장 좋은 쿠바산 시가를 피울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나는 이미 카스트로 일가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고 폼페이오 전 장관은 적었다. 김 위원장은 애연가로 알려져 있으며, 당시 대화에서도 '중요한 전화'를 핑계로 45분마다 담배를 피우러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김 위원장에 대해 "김정은은 우연한 지도자(accidental leader)가 아니며 자신이 죽기를 바라는 사람들을 이겨낸 두뇌와 요령, 무자비함을 가지고 있었다"며 "김정은은 세계와 관련해 끊임없이 질문했다. 그는 특히 농구를 좋아했고, 코비 브라이언트를 좋아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회고록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옹호했다. 그는 "김정은은 피에 굶주린 놈(bloodthirsty toad)이었고, 약간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핵 공격이나 사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면 위험을 감수할 수 있었다"며 "과거의 실패한 외교 전략에서 빠르게 선회하는 것이 미국인을 더 안전하게 만들었으며, 위험 감수는 결실을 보았다"고 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다만 북한과의 협상에 있어 중국의 영향력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김 위원장이 혒아을 타결할 재량을 거의 주지 않았다"며 "북한 문제는 항상 중국 공산당과의 대리전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노동신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8년 6월 12일(싱가포르 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140여 분에 걸친 단독·확대정상회담과 정상회담 과정에 대해 보도한 사진. (노동신문) 2018.6.1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북한 노동신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8년 6월 12일(싱가포르 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140여 분에 걸친 단독·확대정상회담과 정상회담 과정에 대해 보도한 사진. (노동신문) 2018.6.1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폼페이오 전 장관은 김영철 당시 통일전선부장에 대해 "내가 만난 가장 고약한 사람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김 부장은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폼페이오 전 장관과 악수하면서 아무런 환영 인사말 없이 "우리는 지난 50년간 풀을 뜯어 먹었고, 앞으로 50년을 더 그럴 수 있다"고 했고, 이에 폼페이오는 "점심시간까지 기다리기가 힘들다. 난 풀을 쪄먹는 것을 선호한다"라고 응수했다고 적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 만났던 순간에 대해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내 북한 친구(김정은)가 키 높이 구두를 신은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면서 "키가 5피트 5인치(약 165㎝) 정도인 김 위원장은 말 그대로 1인치(약 2.54㎝)도 양보할 수 없었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회담에서 자신이 영국 가수 엘턴 존의 히트곡인 '로켓맨'을 따서 김 위원장에게 "리틀 로켓 맨"이란 별명을 붙인 게 좋은 뜻이었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웃으면서 "'로켓 맨'은 오케이. '리틀'은 낫 오케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의 상황에 대해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해체하면 미국은 그 대가로 '몇 개의 소규모 한국 투자 프로젝트'를 허용해 주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영변 단지 해체 대가로 "완전한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시 이를 거부하자, 김 위원장은 "통역할 필요 없이 심한 욕설을 하는 표정으로 김영철을 노려봤다"고 폼페이오는 회고했다. 김 위원장이 사전 협상 내용을 김 부장으로부터 잘못 보고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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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30일 오후 회동을 마친 후 판문점을 나서고 있는 모습. © 로이터=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30일 오후 회동을 마친 후 판문점을 나서고 있는 모습. © 로이터=뉴스1

폼페이오 전 장관은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간 만남이 성사된 과정에 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당시 판문점 회담과 관련해 "우리가 직면해야 할 가장 큰 도전(the biggest challenge)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서 "한국의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역사적인 사건의 일부가 되기를 요구하는 것이었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폼페이오 전 장관에게 여러 차례 직접 전화를 했다고 한다. 이에 폼페이오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만 만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고 한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할애할 시간이 없었으며, 문 대통령을 존경하지도 않았다고도 주장하면서 "우리는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회고했다.

실제 문 전 대통령은 당시 판문점 회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자유의집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문 전 대통령 없이 53분간 회동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또 김 위원장이 미국이 종전선언을 해주길 바랐지만, 실제 평화협정에는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끝없이 당근(회유책)만 강조하고 채찍(강경책)은 없었다"며 한미 간 대북 접근에 차이가 있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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