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청주시 청사 '후지산이야, 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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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박재원 기자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청주시 청사(1965년 준공) 본관 존치 여부 갈등을 건축가 고 강명구 선생(1917~2000년)께서 생전에 보셨다면 어떻게 중재할까.

청사를 설계한 그가 1995년 '건축가지'라는 잡지에 청주시청 설계 의도를 설명한 기고문을 보면 분명해진다.

그는 "건축가는 어디까지나 사회적 또는 주민을 위한 봉사자적 위치에서 설계에 임해야 한다. 관공서나 개인 건물이 어느 건축가의 작품으로 전용돼서는 안 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기에 시민 욕구를 우선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설계했다. 어느 건축가의 작품으로 그들에게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라고 적었다.

분명한 것은 어떠한 건축물로 누군가가 희생을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본인이 설계한 청주시 청사로 누군가가 희생될 판이다.

청사를 존치하면 효율적인 문제로 시민이 피해를 보고, 철거하면 보전해야 할 근현대적 문화재 가치가 사라진다.

여기서 문화재적 가치를 판단하는 근거는 강명구 선생의 기고가 담긴 건축가지에 나온 해설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주대학교 김태영 건축학·건축공학전공 명예교수가 쓴 글로 그는 시청사를 청주의 고대 지명인 '주성(舟城)', 즉 배를 표현했다고 했다.

이것이 청사를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바이블이 됐다. 이것 외에는 설계자의 의도가 직접적으로 담긴 설명이나 이를 부연한 사료는 어디에도 발견되지 않는다.

오로지 27년 전 건축 전문가 한 사람의 시각으로 시청사는 등록 문화재적 대상이 된 것이다. 현재의 문화재청도 시청사의 문화재적 가치를 오롯이 여기에만 근거를 두고 있다.

이를 민선8기 이범석 시장이 효율적 측면과 희생의 경중을 따져 철거하기로 방향을 잡았고 철거 예산 17억원을 내년도 본예산에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다.

집권당인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은 이를 인정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마치 당론으로 정한 것처럼 철거에 반대한다. 여야 21대 21 동수인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로 뭉치면 예산안 통과는 불투명하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의원들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그들의 이름이 역사에 오명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알아야 한다.

신청사가 자리할 용지의 바로 뒤 병풍처럼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게 된 책임은 시의원들에게도 있다. 2016년 시는 신청사 건립을 예상해 해당 부지를 매입하겠다고 했으나 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반대로 무산됐다.

그때 시의원들은 특혜성이 짙다며 집행부의 매입 계획을 반대했고, 그래서 현재의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어느 자치단체 청사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다. 당시 도시건설위 시의원은 김현기·변종오·김용규·박노학·박현순·이병복·임기중·한병수 의원이었다.

박현수 의원 등 소수가 매입에 찬성했으나 다수는 이를 반대했고, 김현기·박노학·한병수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시의원으로, 변종오 의원은 도의원으로 재입성했다.

현재도 시민 다수는 왜 시청사 뒤에 저렇게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게 됐는지 의아해한다.

이번 청사 철거 예산도 어떻게 결판이 날지는 모르지만 후대는 잘잘못을 반드시 평가할 것이다.

철거를 반대하는 측은 건축물에 왜색(倭色)을 입히려 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청사 옥상에 설치한 조형물이 배의 돛을 본떠 만든 것인지, 눈 덮인 후지산을 닮았는지는 누가 봐도 쉽게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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