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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꽁초 막으려다 배수구 막혀…플라스틱 빗물받이가 침수 키웠나

빗물받이로 이물질 유입 막으려 플라스틱 덮개 추가 설치
틈새로 담배꽁초 등 쌓여 배수 막아…전문가들 "잘못된 구조"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송상현 기자 | 2022-08-14 06:30 송고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설치된 일체형 빗물받이. 기존 빗물받이에 플라스틱 덮개가 추가 설치됐는데 이 틈 사이로 담배꽁초 등이 쌓여서 배수를 막고 있다. 22.08.13/ 뉴스1 © 뉴스1 한병찬 기자

"빗물받이 덮개를 들어내니까 그제야 배수가 됐어요. 문제가 많습니다"

14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구자훈씨(50)는 가게 입구 앞에 설치된 빗물받이를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던 지난 8일 밤 구씨의 지하 PC방도 물에 잠겼다. 구씨는 당일 급박했던 순간을 회상하며 "손 쓸 시간도 없이 영화처럼 물이 막 들이쳤다"며 "밖으로 나가 배수구 덮개를 끄집어내니 배수가 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구씨가 언급한 PC방 입구 인근의 빗물받이는 철망 사이가 모두 열려있는 다른 지역과 달리 덮개가 칸칸이 하얀색 플라스틱 재질로 덮여있었다. 사선 방향으로 작은 틈만 있어 비가 오면 안쪽으로 물이 빨려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관악구는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악취 등을 막고 빗물받이 아래에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 같은 '빗물받이'를 도입했다. 신림동 일대를 둘러본 결과 다수의 배수구가 이런 형태였다.

13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PC방 앞에 설치된 빗물받이 덮개가 열려있다. 관악구 빗물받이엔 철망 사이엔 플라스틱 덮개가 추가 설치됐는데 이 틈 사이로 담배꽁초 등이 쌓여서 배수를 막고 있다. 8일 폭우가 내리던 날 배수가 되지 않자 주민이 덮개를 완전히 열었다.  22.08.13/ 뉴스1 © 뉴스1 한병찬 기자

특히, 대부분 빗물받이 사이의 틈은 담배꽁초 등 각종 이물질로 막혀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 않아도 일반적인 배수구보다 빗물이 흘러 내려갈 수 있는 틈이 좁은데 쓰레기로 막혀 있다 보니 온전히 제 기능을 발휘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폭우 피해를 본 관악구 지역 주민 상당수는 이런 빗물받이 구조 때문에 배수가 제때 되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고 성토했다. 신림동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정모씨(60)는 "물이 플라스틱을 거쳐 가는데 내려가겠냐"며 "냄새 때문에 설치했다지만 수해 피해를 겪고 나니 없는 게 더 낫다"고 토로했다. 인근에서 농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강연화(여·62)씨도 "구청에서 왜 (이런 빗물받이를) 설치했는지 모르겠다"며 "이번에 저 빗물받이 때문에 피해가 더 컸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런 구조의 빗물받이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관악구 일대에 설치된 빗물받이에 대해 "(덮개)가 장애물이 돼 물의 유입을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이 같은 빗물받이에 대해 "처음 보는 모양"이라며 "(설치) 의도는 좋았으나 운영 관리가 잘 안됐을 경우 작동이 잘 안돼 피해를 키운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빗물받이에 쓰레기 등을 치우기 위해 1~2주 정도에 한 번씩은 점검하고 있다"며 "민원이 들어오면 바로 처리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도 비가 온다고 예보돼있어 현장팀을 보내서 점검하고 고장 난 것은 교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3일 오전 침수 피해가 컸던 서울 관악구 신사동 일대에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다. 22.08.13/ 뉴스1 © 뉴스1 한병찬 기자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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