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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사랑은 '드라마일뿐'…현실선 성범죄 걱정에 '조마조마'

"비장애인과 사랑 100분의 1확률…강제불임수술도"
"장애인 '성 결정권' 평등 보장될 때 범죄에 안전"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2022-08-08 05:30 송고 | 2022-08-08 09:02 최종수정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뉴스1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뉴스1

"현실에선 비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의 연애 확률이 100분의 1 정도겠지요."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TV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변호사 우영우와 비장애인 남성이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내용을 두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장애인 부모의 경우 자녀에게 성폭력 사건이 생길까 우려해 (불임)수술을 시키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하도 임신을 많이 하니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이 커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와 달리 현실에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에 우려 섞인 시선이 먼저 가닿는 것이 사실이다. 여성장애인의 경우 삶의 많은 영역에서 성착취 또는 위계에 의한 성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드라마가 그리는 우영우의 로맨스가 모방연애나 범죄로 이어질 것을 장애인 가족들이 경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장애인 대상 성범죄 원인을 장애인의 신체·정신적 한계에서만 찾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논의에서 배제할수록 범죄를 유발한 사회구조적 문제를 외면하고 지나칠 수 있어서다.

◇ 임신 걱정에…연애는 '사전 차단' 강제불임 수술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0화에는 13세 수준의 지능인 경도 지적장애인 여성 신혜영의 엄마가 변호사 우영우를 향해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장면이 나온다. 우영우가 딸을 준강간한 혐의를 받는 비장애인 남성을 변호하며 둘은 사랑하는 사이였고 합의에 따라 성관계를 맺었다고 변론해서다.

엄마는 "순진하고 만만하다 싶으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몸이고 돈이고 뽑아먹으려는 나쁜 놈들에게서 내 새끼를 어떻게 해서든 지켜야 한다"며 "그런 엄마 마음도 모르면서 누구 앞에서 장애인의 사랑할 권리를 말하느냐"고 따진다.

장애인 가족과 단체 관계자들은 실제 현실을 반영한 장면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 회장은 "드라마처럼 비장애인과 지적장애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은 현실과 아주 가까운 일"이라며 "비장애인이 발달장애인을 만나는 경우 (장애인을) 성 노리개로 사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 보호단체 활동가 A씨는 "'일단 우리 애 연애는 안 된다'고 하거나 남자친구를 아예 만나지 못하게 하는 가족들도 있다"며 "임신한 경우 보호시설에서 장애인에게 강제로 피임약을 먹이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임신하더라도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낙태를 결정하는 여성장애인도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공 임신중절을 한 전국 만 49세 이하 여성장애인(추정치 778명)의 100%가 본인 의사가 아닌 주변 권유에 의해 수술을 결정했다.

여성 장애인에게는 생리도 환영받지 못할 일이다. 장애여성공감이 펴낸 레드립 기록집에 따르면 청소년기에 접어든 장애인이 생리대를 혼자 처리하기 어려워 부모가 호르몬 주사를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 여성장애인 A씨는 "어렸기 때문에 (부모님) 말에 반박도 잘하지 못했다"며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난다"고 말했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뉴스1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뉴스1

◇ "성범죄는 장애인 무능 탓이 아니다"
 
여성 장애인이 임신과 출산을 부정당하거나 강제 불임수술을 하는 이유는 성범죄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연애를 하거나 출산 후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장애인도 적지 않은 만큼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억제해서는 안 된다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한다.

전문가는 이 논쟁의 근거를 단순히 장애인의 신체·정신적 한계에서만 찾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대표는 "'가해자가 장애를 이용했다'는 판단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가해자는 장애인의 무능보다는 사회적으로 취약한 인권과 권력 없는 위치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발달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절대적으로 존중할 때 발생할 악용의 우려도 있다. 그러나 장애 당사자 인식과 결정권을 범죄혐의 판단기준에서 배제할수록 장애인 차별은 더 공고해진다는 것이 전문가 설명이다.

이 대표는 "여타 사회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성적 권리만 보장받을 수 있겠느냐"며 "여성 장애인에게 취약한 권리, 자원, 인적, 물적 네트워크가 무엇인지와 장애인의 동의 또는 비동의 표현이 수용되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지를 복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법원은 장애인 성폭행 사건에 "피해자 정신상 장애 정도뿐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분을 비롯한 관계, 주변의 상황 내지 환경, 가해자 행위 내용과 방법, 피해자의 인식과 반응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2005도2994)는 판례를 남기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장애인 여성에게 (성관계) 동의 여부를 질문하지 않고 진술의 자격이 있는지부터 묻는 행위는 여성 장애인의 성적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가 있어 무능하다는 이유로 통제를 계속한다면 자기 결정권과 선택권을 협소하게 만들고 이는 곧 장애인이 폭력에 저항하기 더 어렵게 만든다"며 "평등해야 안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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