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한약으로 치매를 치료했다고 하면 정말 효과가 있나 혹은 어떤 기전으로 치료가 된 건가 이런 질문이 나오잖아요. 그래서 실험을 하고 밝혀낸 거죠."
검증이 핵심이다. 이진혁 청뇌H&D 바이오연구소장 역시 치료효과를 강조했다.
아직까지 근본 치료제가 없는 대표적 난치병인 치매가 대상이다. 어떤 방식으로 효과를 보이는지는 좀 더 연구해야할 부문이지만 난치병인 치매 치료가 가능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10%가량이 치매를 앓고 있다. 치료사례가 더 쌓이고 처방이 널리 알려지면 치매 환자는 물론 가족이 겪는 고통도 줄일 수 있다. 그만큼 값진 결과다.
지난 23일 인터뷰를 가진 이진혁 청뇌H&D 바이오연구소장은 동국대 한방 병원 신경정신과와 2015년부터 치매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를 7년간 진행했다.
연구주제는 치매 치료에 효과를 본 한약 처방이다. 임상적으로 치매 개선 효과가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으나 어떤 기전으로 작용하는지 검증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2015년 1차 동물 실험을 시작으로 2020년 6월 2차 실험을 마쳤다. 실험 결과 한약 복합 한약재 추출물이 기존 치료제들보다 치매 개선에 우수한 결과가 있음이 증명됐다.
지난해 5월에는 연구결과가 SCI 국제 학술지인 '알츠하이머병 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에 게재됐다. 실험의 정확도 및 공정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치료 메커니즘은 개략적으로 다음과 같다. 한약 추출물은 치매(알츠하이머) 원인으로 추정되는 뇌내 베타 아밀로이드 및 타우 단백질 변성을 동시에 억제한다. 이상 단백질이 분해되지 않고 뇌에 쌓일 경우 치매가 발생하는데 이를 예방하는 게 가능하다.
두 물질 제거에도 효과를 보였다. 기전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유해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는 건 밝혀냈다. 이진혁 연구소장은 뇌 스스로 노폐물을 제거하는 글림프 시스템이 정상화된 결과로 추정했다. 글림프 시스템이란 뇌척수액이 동맥을 둘러싼 교세포를 통해 뇌 세포 사이의 공간으로 침투하고 쌓여있는 노폐물을 씻어내는 자정작용이다.
한약재 처방(청뇌탕)이 치매 예방 및 치료 모두에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한약재 추출물의 유효성을 검증한 것으로 약재간 상호작용을 이끌어내는 한의 특성상 실제 처방 효과는 더 크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약 성분이어서 간 기능에 부담을 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항우울, 항불안, 간기능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소장은 "치매는 원인을 한 가지로 규명할 수 없는 만성 비전염성 질환인데 단일 물질 치료방식으로는 치료가 힘들다"며 "치매 개선에 도움이 되는 여러 기전을 모두 고려하는 쪽으로 치료방식을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조군인 기존 치매 치료제 성분 도네페질에 비해 복합 한약재 추출물의 원인 물질 억제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확인했다.
베타 아밀로이드 한 가지 물질 저감에만 관여하는 약물 아두카누맙은 치매 증상 개선에 한계가 있다. 뇌출혈 부작용도 문제다.
한약재 추출물만으로도 치매 예방, 치료에 더 나은 효과를 보였다. 여기에 부작용도 없다. 결과가 나온 만큼 처방약을 널리 보급해 치매로 고통 받는 환자 및 가족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사회적 비용 절감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게 이 소장 바람이다.

다음 목표는 치매 치료제 처방 후 증상이 개선되는 사례를 PET검사를 통해 수집하는 것이다. PET은 양전자단층촬영을 통해 몸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또는 대사적 변화를 영상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검사결과가 더 모이면 장기적으로 제약사와 협업을 통해 신약을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PET검사는 실제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의 뇌 기능과 대사가 처방치료 후 어느 정도 정상화되는지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될 수 있다.
이미 생약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복합 한약재의 치료효과를 검증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신약출시 단계와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치료 효과가 계속 검증되면 신약 출시가 가능하다.
이 소장은 그 전 단계로 치매 예방에 초점을 맞춘 건강기능식품으로 상용화하고 처방 보급을 대중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같은 방안들은 최종적으로 치료 효과가 검증된 방법을 보급해 치매와 관련된 의료체계를 강화하고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소장이 노인성 질환 치료와 관련해 관련 학계나 의료기관, 한·양방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이 소장은 "대만 치매 환자 50%가량이 한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일본도 치매 치료시 한방과 양방을 같이 쓰는 경우가 절반"이라며 "기존 치매 치료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한·양방을 나누기보다 근본적인 치매치료 방법을 검증하고 보급하는데 뜻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