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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지옥' 신스틸러 윤돈선 "전세계 1위에 놀라" [N인터뷰]①

연극 무대서 주로 활동한 올해 데뷔 30년차 베테랑 배우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21-12-24 06:00 송고 | 2021-12-24 08:55 최종수정
'오징어 게임' '지옥' 배우 윤돈선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오징어 게임' '지옥' 배우 윤돈선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1992년 연극 '베니스의 상인'을 시작으로  '킬러 오브 나이트' '파우스트'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등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던 배우 윤돈선. 햇수로 데뷔 30년차인 올해는 그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로 기억된다.

무대에서 드라마와 영화로 활동반경을 넓힌 그가 만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과 '지옥'은 많은 변화를 안겼다. 그가 연기한 '오징어 게임' 119번 참가자 노상훈은 게임에 몰입하는 참가자들의 혼란스러운 심경을 보여주는 인물로, 다른 결의 최후를 보여주며 극의 분위기를 한층 더 짙게 만들었다. '지옥'에서는 소설가 김광진으로 등장해 화살촉 단원들의 공격을 받으며, 새진리회의 교리가 가져온 혼란과 이로 인해 폭력사회로 변질되는 시작점에 있는 인물을 연기했다 .
윤돈선은 두 작품이 연달아 전세계 넷플릭스 차트 1위에 올라 해외에 있는 지인들로부터도 연락을 많이 받았다며, 글로벌 콘텐츠의 위력을 느꼈다고 했다. 더불어 보다 유연해진 자세로 연기와 작품을 대할 수 있게 된 지금이 새로운 시작과 같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 '지옥'에는 어떻게 합류했나.

▶'오징어 게임'은 오디션 연락을 받았고, '지옥'은 영화 '염력'을 통해 연상호 감독과 인연이 돼서 연락을 받았다. '어려운 역할인데 선배님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 '지옥' 배우 윤돈선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오징어 게임' '지옥' 배우 윤돈선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지옥' (왼쪽) 및 '오징어 게임' 속 윤돈선 / 사진출처=넷플릭스,  윤돈선 인스타그램 © 뉴스1
'지옥' (왼쪽) 및 '오징어 게임' 속 윤돈선 / 사진출처=넷플릭스,  윤돈선 인스타그램 © 뉴스1
-두 작품의 인물을 어떻게 준비했나. 

▶'오징어 게임'에서는 대본을 전부 다 보는 게 아니어서 내가 맡은 인물을 구축하는데 많이 고민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어떤 인물일지 상상하면서 준비했다. '지옥'은 소설가 김광진 역할인데, 그냥 맞기만 하면 안 될 것 같더라. 첫 촬영이 맞은 후 장면이고 마지막 장면이 맞는 신이었다. 겨울에 촬영한 기억이 난다. 촬영장인 창고가 정말 추웠다. 워낙 준비를 많이 하고 리허설도 해서 합을 잘 맞추면서 찍었다.
-때리는 화살촉 단원들이 한참 어린 후배들이었다.

▶죄송하다면서 눈을 안 보더라.(웃음)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편하게 하라고 했다. 촬영하기 전에 때리고 맞는 합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두 작품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오징어 게임'을 먼저 찍었다. 당시에는 넷플릭스 드라마의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랐다. 역할이 크지 않다 보니 작은 순간도 충실하게 계산하지 않으면 그냥 흘러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 노상훈 역할은 행동의 이유나 정보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유를 만들려고 했다. 사실 나는 첫번째 게임을 할 때 현장에 없었다. 대략적인 상황만 알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배우들 모두 각자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분장실에 있을 때에도 다들 자기 역할을 두고 많이 고민했다. (보안상) 전체 스토리를 다 알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처럼 짧게 나오는 인물들은 캐릭터 구축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오징어 게임' '지옥' 배우 윤돈선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오징어 게임' '지옥' 배우 윤돈선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작품에 연극 무대에서 활동한 동료들이 많이 나왔다.

▶(김)주령이가 나오는 줄도 몰랐다.(웃음) 한참 이야기 나누다가 촬영하러 다른 데 가고, 나는 또 내 장면을 촬영하고 그랬다. 그리고 또 갔더니 오영수 선생님이 계시더라. '후배들 많이 만나네' 하시더라. 내 촬영 때는 선생님 대사가 많지 않아서 완성된 드라마를 보고 깜짝 놀랐다. 주령이도 선생님도 이렇게 많이 나오는 줄 몰랐다. '어머 세상에' 소름이 돋았다. 최근에 무대에서 함께 연기했던 동료들을 만난 자리가 있었다. 지금 연극, 드라마, 영화에서 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들이다. 과거에 서로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얼마나 열심히 연기했는지 다 아는 사이다. 좋은 동료들을 현장에서 만나면 오래 헤어진 가족을 다시 만난 것 같다.

-'오징어 게임' 속 노상훈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인물이다. 다른 인물들과 결이 다른데, 그래서 더 임팩트가 필요했던 것 같다.

▶멋있게 끝이 나길 바랐다. 눈빛이나 감정연기는 몰입하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 그런 연기는 처음이었는데 총의 반동과 움직임이 묘하게 안 맞는 지점이 있어서 어려웠다. 그 신을 많이 찍었다. 한 번 NG가 나면 분장까지 싹 다 해야 하는데, 계속 NG를 내면 안 된다는 생각에 더 집중했다.

-그때 인물의 심리는 어떨 것이라고 생각했나.

▶빚이 있는 가장이고 가족이 보고 싶어서 나가자고 하는 인물이 아닌가. 죽게 되었을 때 (요원의) 얼굴을 보여달라고 하지 않나. 내심 속으로는 추악한 인간이길 바랐던 것이다. 이런 짓까지 하는 너희들의 진짜 얼굴이 뭔데? 우리 목숨을 가지고 쥐락펴락하는 너희는 도대체 누군데? 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가면을 벗은 요원의 얼굴이 너무나 사람이잖나. '너처럼 어린 놈이 왜' '너희도 사람이었어?'라는 마음일 거다. 사실 요원들은 총을 쏘는 데 망설임이 없고 행동도 기계적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어린 애가 그런 짓을 했다고 생각하니 '아 이건 끝이구나' 생각한 거다.
'오징어 게임' '지옥' 배우 윤돈선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오징어 게임' '지옥' 배우 윤돈선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왜 스스로 행동한 걸까.

▶상대를 죽이는 게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은 거다. 나도 처음에는 그 점이 의문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상대를 쏘아도 죽는 거다. 객기를 부리는 것보다 (스스로 하면) 조금 더 자신의 내면을 가지고 갈 수 있는 것 아닐까. 기가 막힌 설정의 연출이라고 생각했다.

-등장 장면만 촬영하다가 완성된 드라마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나.

▶진짜 깜짝 놀랐다. 리뷰도 많이 찾아보고, 몇 번씩 봤다. 내가 나오는 장면은 더빙 버전으로도 봤다. 이 작품은 진짜 하나의 기록이 되는 작품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며칠이 안 걸리더라. 난리가 났다. 많이 신기하고 어리둥절했다. 나는 주인공도 아니고 분량도 많지 않은데 외국에 사는 지인들이 그 사이에 그걸 다 봤다면서 연락을 주더라. '아 이게 넷플릭스의 시스템이구나' 라는 걸 제대로 느꼈다.

-출연한 작품들이 넷플릭스 전세계 차트 1위에 오르는 걸 보는 기분은 어땠나.

▶지인들, 연기를 함께 하는 동료이 많이 격려해주었다. 간혹 누군가 나를 알아보는 말도 안 되는 일도 벌어졌다.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는 분들이 생겼다. 영화 '도그데이즈'에 출연하는데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오징어 게임' 잘 봤다고 인사해주더라.

<【N인터뷰】②에 계속>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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