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이 종목⑦] 구기종목 유일 핸드볼, 유럽 강세 속 "어게인 우생순"

2008 동메달 이후 메달 없어…최근 성장세 앞세워 기적 노려

헨리크 시그넬(스웨덴) 대한민국 여자핸드볼 국가대표 감독과 선수들 2024.5.2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헨리크 시그넬(스웨덴) 대한민국 여자핸드볼 국가대표 감독과 선수들 2024.5.2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한국 여자핸드볼이 세계를 호령했던 때가 있었다. 1984년 LA 대회 은메달을 시작으로 안방서 열린 1988 올림픽에선 첫 금메달을 땄고 이후 1992년 금메달, 1996년 은메달, 2004년 은메달 등 꾸준하게 정상급 경쟁력을 자랑했다.

지원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적처럼 늘 최강 타이틀을 놓치지 않는 여자핸드볼은 '우리들의 행복했던 시간'이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질 만큼 대단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흐름이 변했다. 핸드볼의 본고장임에도 올림픽 성적에 큰 관심이 없던 유럽국가들이 2010년대 들어 공격적인 투자로 핸드볼에 신경을 썼다. 인프라가 갖춰져 있던 유럽이 신경을 쓰자 곧바로 국제 핸드볼 흐름을 이끌어가는 세력으로 떠올랐다.

과거 핸드볼은 한국이 주도하는 '많이 뛰는 핸드볼'이 경쟁력을 보였는데 이제는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이 이끄는 '힘과 스피드의 핸드볼'이 국제적 추세가 됐다.

유럽세에 밀린 한국은 2008 베이징 올림픽 동메달 이후 16년 동안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고 2016년 리우 대회에선 10위라는 역대 최저 성적을 냈다.

영광의 시대를 잃어버린 한국 핸드볼은 절치부심, 이번대회를 준비해왔다.

한국은 최근 국내 핸드볼리그를 'H리그'로 개편, 해외 심판 도입과 경기 데이터 구축 등 프로 무대에 준하는 다양한 지원으로 경쟁력을 강화했다. H리그를 누비며 실력을 끌어올린 선수들과 2022년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세계를 제패한 유망주들이 성장하면서 모처럼 여자 핸드볼은 다시 세계와 겨룰 만큼 실력이 올라왔다.

류은희가 5일 중국 항저우 저장 궁상대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2023.10.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류은희가 5일 중국 항저우 저장 궁상대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2023.10.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한국은 아시아 팀 중에선 유일하게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그런데 본선 조 추첨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한국은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독일, 슬로베니아와 함께 A조에 속했다. 한국을 제외하면 모두 힘을 앞세운 거친 핸드볼을 하는 강호다.

현실적으로 슬로베니아 정도가 잡을 만한 상대지만, 한국식 끈질긴 핸드볼과 영리한 움직임을 앞세워 2~3승 정도를 더 거둔다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각 조 4위까지 8강에 오를 수 있기에, 한두 경기만 더 잡으면 일단 토너먼트에 오를 수 있다.

스웨덴 출신으로 올림픽서 고국을 상대하게 된 헨리크 시그넬 여자대표팀 감독은 "올림픽에는 강한 상대들이 많지만, 우리도 우리만의 장점이 있다. 빠르고 민첩하며 영리한 플레이를 한다. 가진 장점을 잘 발휘한다면 강팀들을 괴롭히고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같은 조 상대가 모두 유럽인만큼, 무엇보다 그들의 터프한 핸드볼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한국은 스웨덴, 스페인, 네덜란드 등에서 두 차례 유럽 전지훈련을 시행, 직접 부닥쳐보며 결전을 대비하고 있다. 국내에선 유럽 팀들의 주요 특성 및 최신 심판 흐름과 관련한 교육까지 진행했다.

대한핸드볼협회 관계자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는 평가전 결과도 좋다. 무엇보다 유럽 핸드볼에 빠른 속도로 적응하는 게 보인다"며 흡족해했다.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 2024.5.2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 2024.5.2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한편 파리올림픽에서는 축구와 배구 등 주요 인기 스포츠들이 모두 떨어지면서 여자 핸드볼이 한국의 유일한 단체 구기 종목이 됐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더 쏟아질 수 있어 기쁜 일이지만 동시에 부담도 될 수 있다.

대표팀 주장 신은주(인천시청)는 "어깨가 무거운 건 맞지만, 이제는 부담 대신 즐기기로 했다. 우리가 가진 능력을 잘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빛나(서울시청) 역시 "더 많은 응원과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기회다. 이 기회를 잘 살리겠다"며 웃었다.

아울러 한국 대표팀의 유일한 해외파이자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인 류은희(교리)는 "올림픽 메달과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이 꿈이었다. 유럽챔피언스리그는 우승한 만큼 마지막인 올림픽에서 후회 없는 모습으로 메달을 따고 싶다"며 결의에 찬 각오를 전했다.

냉정히 말해 16년 만의 메달은 쉽지 않은 미션이다. 아직은 유럽과의 격차가 꽤 벌어져 있다. 그래도 선수들은 최근의 상승세를 앞세워 다시 '기대 이상'의 결과에 도전한다.

신은주는 "당장 결과가 나오지는 않더라도 이번 올림픽은 한국 핸드볼이 다시 뛴다는 것을 알리는 중요한 대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우생순' 신화의 주역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상은 핸드볼 해설위원은 "핸드볼 뿐아니라 구 구기종목 전체가 침체돼 아쉬운데, 한국 핸드볼이 선전을 하는 것을 기점으로 다시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헨리크 시그넬(스웨덴) 대한민국 여자핸드볼 국가대표 감독과 선수들 2024.5.2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헨리크 시그넬(스웨덴) 대한민국 여자핸드볼 국가대표 감독과 선수들 2024.5.2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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