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가 지방 전세시장에 역풍을 낳고 있다. 다주택자가 지방 주택을 정리하고 서울 '똘똘한 한채'로 몰리면서 지방 전월세 시장의 공급 기반이 빠르게 약해지는 모습이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방 아파트 전세가격은 1월 2주 0.05% 오르며 20주 연속 상승했다. 세종(106.4)·울산(115.4)·대전(102.7) 등 거점 도시는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웃도는 상태가 굳어지는 가운데, 다주택자 이탈로 신규 임대 물량 유입도 눈에 띄게 줄었다.
울산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최근 3년간 88% 감소했으며 세종은 76.7%, 대전은 74.2%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지역 아파트 전셋값은 세종이 26주, 울산이 2년째 오름세를 이어가는 등 전반적으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양도세·종부세 부담이 커지자 다주택자들이 수익성과 환금성이 낮은 지방 주택부터 처분하고 강남3구·용산 등 서울 핵심지로 자금을 재배치한 영향이 크다. 여기에 전세대출보증 규제, 계약갱신청구권 확대 등이 겹치면서 전세 공급 유인은 약해졌고, 만기가 돌아온 전세계약이 월세·반전세나 실거주용으로 전환되는 비율도 높아졌다.
이로 인해 지방 전세시장은 다주택자 규제, 세입자의 갱신권 행사, 신규 공급 감소가 맞물린 '삼중 악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급 절벽도 전세 불안을 키운다. 세종은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입주 절벽 구간에 들어섰고, 울산의 신규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도 지난해 4200가구에서 올해 3500가구, 2027년 3200가구로 줄어들 전망이다. 연간 적정 수요로 거론되는 5500가구에 못 미치는 공급이 이어지면 전세가격 상승 압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주택산업연구원 자료를 보면 올해 지방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9만 8653가구로 최근 10년 평균 18만 3470가구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비아파트를 포함한 지방 주택 전체 준공 예정 물량도 13만 115가구로 최근 10년 평균의 약 56%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지방 전세난이 단기적인 임대료 상승을 넘어 서민과 청년층의 주거 안전망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세가격이 선제적으로 뛰면 임차인의 매매 전환 수요가 늘고, 이는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주거비 부담을 키우고 안정적인 거주 기반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서울 똘똘한 한채' 선호를 자극한 다주택자 규제가 결과적으로 지방 전세 공급자를 줄여 서민·청년층 주거비 부담을 키우고, 수도권·지방 간 자산 격차와 지역 소멸 위험까지 키우는 역설을 낳고 있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 연구소장은 "서울 집값 억제를 겨냥한 다주택자 규제가 지방 전세난과 지역 간 양극화를 키우는 부작용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며 "수도권과 지방을 동일 잣대로 보는 일률적 규제에서 벗어나 지역별 여건이 반영된 조정과 임대 공급 기반 확충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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