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올해 서울 분양·입주권 거래가 6년 만에 1000건을 넘어섰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새 아파트 수요가 분양·입주권으로 쏠린 영향이다. 수백 대 1에 달하는 서울 청약 시장 경쟁률도 분양·입주권 수요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이달 26일 기준) 서울 분양·입주권 매매 건수는 120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2021건) 이후 6년 만에 최대치다.
서울 분양·입주권 거래는 2022년 83건으로 바닥을 찍은 뒤 매년 증가했다. 2023년 549건, 2024년 942건에 이어 올해는 1000건을 넘어섰다.
공급 가뭄이 거래 증가의 주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3만 7681가구지만, 내년에는 약 9600가구로 급감할 전망이다. 새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자들이 분양·입주권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 청약 시장 진입 문턱이 높아진 것도 거래를 부추기고 있다. 올해 민간 아파트 분양 물량은 12만 1120가구로 2010년(6만 8396가구) 이후 두 번째로 적은 수준이다. 절대적인 신규 분양 현장이 줄면서 청약 경쟁률은 치솟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청약 평균 경쟁률은 146.64대 1로 4년 만에 최고치를 넘어섰다. 청약 가점이 낮은 수요자 입장에선 분양·입주권을 제외하고 사실상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공급 부족 여파로 분양·입주권 가격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 르엘' 전용 84㎡ 입주권은 65억 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청약 당시 분양가(22억~25억 원)와 비교하면 약 40억 원 오른 가격이다.
강북권 역시 상승세가 뚜렷하다.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 자이' 전용 59㎡ 입주권은 지난달 15억 원에 실거래돼 분양가 대비 6억 원가량 상승했다.
당분간 분양·입주권 쏠림 현상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가 서울 공급의 핵심인 정비사업 속도를 늦추고 있어서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까지 겹치며 사업 추진 여건은 더 악화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0월 건설공사비지수는 역대 최고치인 131.74를 기록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입주 물량 가뭄에 대출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정비사업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실입주 이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분양·입주권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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