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서울 압구정 재건축 단지와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공공보행통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재건축 단지에서는 사업 속도를 좌우하는 요소로, 신축 단지에서는 주민 갈등의 불씨로 꼽힌다. '공공보행통로'는 일반 시민이 24시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길이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압구정 3구역 정비계획은 이달 5일 열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정비계획 결정·경관 심의에서 '보류' 판정을 받았다.
압구정 5구역은 한 차례 보류 끝에 통과했지만, 이번이 첫 심의였던 3구역은 탈락했다. 당초 서울시와 조합이 합의한 신속통합기획안에는 400m 길이의 지상 공공보행통로 조성 계획이 담겼지만, 조합이 이를 지하 보행통로와 차도로 바꾸면서 반대 의견이 나왔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공보행통로는 시민의 편의를 위한 것인데, 지하로 만들면 공익 목적이 퇴색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공보행통로는 준공 이후에도 문제를 낳는다. 서울 강동구 고덕 아테온(고덕 주공 3단지 재건축) 단지 보행로에는 최근 "이 보행로는 아르테온 입주민이 소유한 사유지이며, 기부채납지가 아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렸다.
이 현수막은 일부 입주민이 외부인 유입으로 인한 범죄 가능성, 소음, 쓰레기 투기 문제 등을 우려해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보행통로는 아파트 단지나 주변 도로 여건이 불편한 지역에서 보행 편의를 위해 수년 전부터 지구단위계획 단계에서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주민이 단지를 외부에 개방하는 데 부정적이다.
최근 몇 년간 강남권 대단지 아파트 일부는 입주 후 불법 담장을 설치해 논란이 됐다.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1320가구·2019년 8월 입주)는 등산객이 단지를 오가는 것을 막기 위해 2023년 출입증 인증이 필요한 1.5m 높이의 철제 담장을 세웠다.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1957가구·2019년 2월 입주)도 2023년 출입구에 담장을 설치했다.
서울시는 이러한 꼼수를 막기 위해 공공보행통로에 지역권을 설정하고 있다. 지역권은 지자체가 통행 등 특정 목적으로 타인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다.
그러나 지역권 위반은 민사소송 대상이기 때문에 제재 효과가 미미하다. 또 불법 담장을 세웠을 때 부과하는 벌금도 낮아 실질적인 억제 수단이 되지 못한다.
이와 관련해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공공보행로 조성을 약속한 조합이 아파트 준공 뒤 길을 막을 경우 매년 이행 강제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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