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 겸 프로듀서가 창작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를 기획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는 창작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엄홍현 대표를 비롯해 배우 박은태·신성록, 연출·극작·작사 권은아, 이성준 음악감독이 참석했다.
'한복 입은 남자'는 이상훈 작가의 동명 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노비의 신분이었지만, 자격루·측우기 등 조선 과학기술사의 위대한 업적을 세우며 종3품 벼슬에 올랐던 천재 과학자 장영실 이야기를 그린다. 이번 공연은 이번 충무아트센터 개관 20주년 기념작이자 EMK뮤지컬컴퍼니의 열 번째 창작 초연 작품이다.
원작이 500쪽에 달하는 만큼 각색 과정에서 어디에 초점을 둘지 고민이 컸다고 한다. 권은아 연출은 "작품 속 진석도, 또 유럽까지 건너간 영실도 어떤 '대단한 승리'를 거두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흔히 사회가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을 따라가며 살지만, 그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그렇다고 그들이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다"라며 "영실처럼 삶 속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가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을 연기한 신성록은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 "한국적 소재로 뮤지컬을 만든다는 점이 굉장히 궁금했다"며 "그동안 '지킬 앤 하이드', '드라큘라'처럼 해외 인물을 다룬 작품을 많이 해왔다, 세종이라는 인물을 맡을 기회는 흔치 않기에 기대가 컸다"고 했다.

'장영실' 역의 박은태는 "엄홍현 대표·권은아 연출·이성준 음악감독, 이 세 분을 믿었기에 출연을 결심했다"며 "창작 공연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각오하고 임했지만 기우였다, 행복하게 공연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그러나 "작품 속 정화대장(민영기·최민철 분)이 저를 남겨두고 떠나는 장면에서는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와 헤어질 때 느끼는 듯한,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감정이 밀려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프랑켄슈타인' 때도 나도 모르게 감정이 복받쳐 샤워하며 운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며 "'만약 장영실이 이탈리아의 먼 곳에서 조선을 그리워하며 생을 마감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만으로도 눈물이 나고 깊은 공감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적 요소를 음악으로 구현한 방식에 대해 이성준 음악감독은 "왕이 등장할 때는 대취타를, 한복을 표현할 때는 꽹과리를 썼다"며 "장영실이 부산 출생이라는 점을 살려 '밀양아리랑'을 인용했다"고 답했다.
관객들은 어떤 감정으로 이 작품을 바라보면 좋을까. 권은아 연출은 이렇게 답했다.
"작품에는 '별'이 많이 언급됩니다. 별은 삶이기도 하고, 꿈이기도 하고, 그리움이기도 합니다. 관객분들이 '내가 쫓고 있는 별'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또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다', '힘들면 잠시 쉬어가도 된다'는 작품의 메시지도 함께 전하고 싶어요."
조선의 천재 과학자 '장영실'과 그의 비망록을 찾는 학자 '강배' 역은 박은태·전동석·고은성이 맡는다. 백성을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과학 발전에 힘쓴 '세종'과, 비망록 속 진실을 좇는 방송국 PD '진석' 역에는 카이·신성록·이규형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2일 개막한 '한복 입은 남자'는 내년 3월 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