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밀당" 선보인 임윤찬의 라벨…'관크'에도 흔들림 없던 2악장

4일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서 협연
직접 편곡한 '고엽' 등을 앙코르로 선보여

본문 이미지 - 임윤찬(c) WON HEE LEE(빈체로 제공)
임윤찬(c) WON HEE LEE(빈체로 제공)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단 23분. 피아니스트 임윤찬(21)은 격정과 고요를 거침없이 넘나들며 관객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전속력으로 질주하다가도 어느 순간 고즈넉한 '서정의 세계'로 객석을 데려갔고, 폭발적 에너지를 분출하는 강건한 타건으로 무대를 압도하기도 했다. 극적인 대비가 선명한, 말 그대로 '두 얼굴'을 지닌 연주였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영국 출신 지휘자 다니엘 하딩(50)이 이끄는 이탈리아의 명문 교향악단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 열렸다. 2018년 이후 7년 만의 방한 무대에 임윤찬이 협연자로 나서며 기대를 모았다. 그가 무대 위로 뚜벅뚜벅 걸어 나와 관객을 향해 90도로 인사하자, 객석은 힘찬 박수로 화답했다.

협연곡은 모리스 라벨(1875~1937)의 말년 걸작 '피아노 협주곡 G장조'. 음악학자 김경화는 이 곡에 대해 "라벨이 1928년 미국 순회공연에서 접한 재즈와 흑인영가,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바스크 선율이 작품을 구성하는 주요 아이디어가 됐다"고 설명한다. 임윤찬이 국내 무대에서 처음 선보이는 레퍼토리다.

임세열 음악 평론가는 "과감한 밀당이 두드러진 연주였고, 라벨 협주곡다운 청량감과 변칙적 리듬을 매력적으로 살린 점이 돋보였다"며 "2악장은 후반부에서 터치의 질감을 섬세하게 조절하며 명상적인 연주를 들려줬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연주에 방해되는 상황이 있었는데도 전혀 흔들림 없이 뚝심 있게 연주를 이어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양창섭 음악 칼럼니스트도 "항상 개성적인 해석으로 자신만의 인장을 남기는 임윤찬의 특기가 또다시 발휘된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볼썽사나운 관객 때문에 방해받은 2악장의 독주가 백미였다"며 "흔히 듣던 일반적인 연주와 전혀 다른 속도로 왼손과 오른손을 교차시키고 프레이징 역시 달리하며 그만의 라벨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임윤찬은 23분간의 라벨 연주 후, 직접 편곡한 '고엽'(Les Feuilles Mortes)과 코른골트의 '아름다운 밤'을 앙코르로 선보였다. 객석은 "브라보!"를 외치며 환호를 쏟아냈다.

한편 이날 임윤찬이 2악장을 연주하는 도중, 한 관객의 휴대전화에서 30초가량 남성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산타 체칠리아 단원 몇몇이 놀란 듯 객석을 바라봤고, 해당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공연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소음은 이어졌다. 온라인에서는 "역대급 관크(관람 방해꾼)였다"는 후기가 잇따랐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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