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함부르크의 명문 악단' NDR 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이하 NDR 엘프필)의 상임 지휘자 앨런 길버트(58)는 이 악단에 대한 깊은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24년간 이어진 음악적 인연 속에서 쌓아온 신뢰가 묻어났다.
그는 오는 2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NDR 엘프필의 내한 공연을 앞두고 진행한 뉴스1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2001년부터 이 악단을 지휘하며 서로를 속속들이 알게 됐고 함께 성장했다"며 "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때 가장 나다워진다고 느낀다"고 했다.
1945년 창단된 NDR 엘프필은 독일 북부를 대표하는 관현악단이다. 한스 슈미트 이세르슈테트, 클라우스 텐슈테트, 귄터 반트 등 독일 클래식 거장들과 함께 수많은 음반을 남기며 명성을 쌓아 왔다. 이 악단은 2015년 처음으로 내한해 한국 관객과 만났다.
길버트는 2001년 처음 NDR 엘프필과 인연을 맺었고, 2019년 가을부터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심포니의 수석 객원 지휘자이자 로열 스톡홀름 필하모닉의 명예 지휘자로도 활약 중이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는 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을 지내며 실험적 시도를 통해 오케스트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번 공연은 현대 영국 작곡가 안나 클라인의 '요동치는 바다'로 문을 연다. 강렬한 리듬과 목소리, 몸짓이 어우러지는 이 곡은 한국 초연으로 선보인다. 이어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Op. 77)이 연주되며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57)이 함께한다.
2부에서 NDR 엘프필하모니는 체코 낭만주의 거장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7번(Op. 70)을 들려준다. 체코 민족의 정체성과 낭만적 서정이 담긴 이 곡은 보헤미안 정서가 짙은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길버트는 이번 공연 프로그램에 대해 "안나 클라인은 독창적인 목소리와 훌륭한 리듬 감각을 지닌 작곡가"라며 "'요동치는 바다'라는 제목만 보면 기후 문제와 관련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여성과 그 권한 강화, 사회적 위치에 관한 작품이다, 이미 여러 번 연주했고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NDR 엘프필과 브람스를 연주할 때마다 감탄한다"며 "악단은 이 음악에 대해 자연스러운 감각을 갖고 있는데, 아마 브람스가 함부르크 출신이라 문화적 친밀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에 대해선 "그의 교향곡 중 가장 어두운 작품이지만, 스케르초 악장은 가장 생생하고 짜릿한 악장 중 하나"라며 "이 작품은 인간 존재에 관한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제가 가장 즐겨 지휘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드보르자크는 선율의 천재다, 아름답고 마음을 울리는 선율"이라고 덧붙였다.
협연자로 무대에 오르는 조슈아 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이자, 수년간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해온 동료"라며 "어떤 곡을 연주하든 자신만의 색과 흔적을 남기는, 놀라운 음악가"라고 평했다.
지휘자로 중요한 덕목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지휘는 직접 소리를 내지 않지만, 단원들이 최대한 잘 연주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며 "연주자들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하면서 동시에 큰 흐름을 설득력 있게 만들어야 한다, 아주 복잡하고 신비로운 과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가장 뛰어난 지휘자는 자신만의 확신에 찬 관점을 지니되, 그것을 보여주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강압적이지 않게 느껴지게 하는 사람"이라며 "저 역시 계속해서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의 내한은 이번이 네 번째다. 2009년과 2014년 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 시절 한국을 찾았고, 2022년 7월에는 KBS교향악단 제780회 정기연주회를 지휘했다. "한국 관객들은 정말 특별하다, 한국에서의 연주는 제게 잊지 못할 경험으로 남아 있다"며 3년 만의 내한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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