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생옥수수 수프의 가치'

전호제 셰프 ⓒ News1
전호제 셰프 ⓒ News1

(서울=뉴스1) 전호제 셰프 = 옥수수는 미국에 몇 년 살면서도 실제 별로 접할 수 없었던 재료였다. 전 세계에서 옥수수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옥수수캔 통조림을 만드는 나라이지만 실상은 그랬다.

마트나 가게에도 옥수수를 그대로 파는 것은 별로 구경하지 못했다. 길거리 음식으로 파는 것도 못 보았다.

물론 아침 식사용 플레이크나 옥수수칩 같은 가공식품 종류는 셀 수 없이 많았다. 반가공이라 할 수 있는 옥수숫가루 등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실제 옥수수를 접할 기회가 훨씬 많은 편이다. 찐 옥수수를 파는 가게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전체 옥수수소비량의 9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에서 생옥수수를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했다.

나는 이런 이유를 옥수수를 이용하면서 나름 깨달은 바가 있다. 옥수수는 재료 자체에서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수율이 매우 낮다.

감자와 비교하자면, 감자는 씻고 나서 껍질만 얇게 벗기면 되니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당연히 수율이 높다.

가정에서 소량을 요리할 때 채소의 수율은 큰 상관은 없지만 많은 양이 필요한 경우라면 수율이 낮은 옥수수는 생재료 대신 반가공 재료를 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선택인 셈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옥수수유는 1톤의 옥수수중에서 씨눈만 분리하면 75㎏이 된다. 여기서 기름을 짜면 25㎏이 나온다. 전체 무게의 2.5%만 실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옥수수이지만 여름철에는 그런 수고를 마다하고 쓰기도 했다. 뉴욕의 한 식당에서 제철 식재료를 이용하다 보니 한여름 계절 재료로 옥수수를 주문했다.

일단 한박스 옥수수껍질을 제거하고 칼로 알갱이를 다 긁어낸다. 양파 같은 향신채와 같이 끓이다가 블렌더로 갈아낸다. 여기서 옥수수 알갱이를 감싼 껍질을 고운 체로 걸러 준다.

이 과정이 꽤 손이 많이 간다. 매우 뜨거울 때 재빠르게 작업해도 옥수수알 껍질은 꽤 단단한 편이다. 절삭력이 좋은 블렌더를 써도 말끔히 걸러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 과정을 거친 노란 옥수수수프는 나름 정이 가게 된다. 먹는 사람 입장에서야 흔한 옥수수로 만들었다고 여길 수 있지만 실제 들어간 수고를 생각하면 한 국자도 낭비 없이 사용하려 노력한다.

제주도에서도 여름이 시작되면 초당 옥수수가 나왔다. 미국에서 기억을 떠올려 초당 옥수수로 수프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테스트 삼아 이미 구입해놓은 초당 옥수수 수프를 만들었다. 직접 끓인 닭 육수에 우유와 생크림을 더해준다. 수프 위에는 데쳐서 볶아 놓은 옥수수 알갱이도 올려 주었다. 아삭한 식감이 좋았다.

어느 식당에서 생옥수수 수프를 만든다면 가격 상관없이 드셔보길 권한다. 소박한 음식일 수 있으나 그 맛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음식은 정성이라는 말이 있다. 비효율적인 생옥수수 수프야말로 그 말의 의미에 맞는 음식이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물음표도 떠오른다. 우리는 싸고 편리한 인스턴트 수프 대신 생옥수수 수프를 선택할 수 있을까?

shef7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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