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단순한 '반중'이나 진부한 '친중'을 넘어 '지중'(知中, 중국 알기)의 관점으로 강대국으로 부상한 현대 중국의 은밀한 질서를 통찰하는 책이 출간됐다. 저자는 22년간 중앙일보 기자로 활동하며 중국 전문가로 자리매김한 유광종 전 언론인이다.
이 책은 저자가 조선일보에 연재한 '차이나별곡'을 바탕으로 한다. 중국 사회를 지탱하는 권력, 복종, 통제, 언어, 감정 등이 어떻게 교묘하게 얽혀 오늘의 중국을 형성했는지 다층적으로 드러낸다. 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하고 홍콩에서 고대 문자학을 연구한 뒤, 대만 타이베이와 중국 베이징 특파원을 포함해 중국 권역에서만 12년을 생활한 깊이 있는 현장 경험과 연구가 집대성된 결과물이다.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중국 특유의 통치 코드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손자병법의 달빛 스파이 은유와 치밀한 바둑의 포석 전략에서부터 공산당 권력의 통치 기술까지 연결하며, '권모와 술수'라는 중국의 오랜 사고 패턴이 궁정 암투를 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음을 지적한다.
그는 옛 왕조시대의 사람 통제 기술, 즉 '제인'(制人)의 방도가 집권 공산당에 의해 펼쳐지는 것을 중국 문명의 명확한 퇴보로 규정한다. 더 나아가 사회 상층부인 공산당 엘리트 계층의 끝없는 탐욕과 부패가 중국 문제의 가장 큰 토대이며, 지식과 정보에서 멀어진 대다수 대중의 '우중화'(愚衆化) 문제가 심각하다고 꼬집는다.
책은 중국인의 일상과 사회제도에 깊숙이 스며든 통제 구조를 세밀하게 분석한다. 특히 '공사구분'의 문화적 바탕에서 겉과 속을 구별하는 속성은 중국인을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말한다. 연극에서 성벽, 담장, 병풍(장막) 등으로 자신을 가리는 '가림과 숨김'의 문화 역시 최종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중국인의 심리를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여성의 '전족'(纏足)을 중국의 오랜 역사에 드리운 그늘로 조명한다. 아울러 2000년대 도시 중국인 사이에서 유행한 '세 마리 뱀' 이야기(싼탸오서, 三條蛇)'를 통해 현대 중국 사회의 면모를 들여다본다. 하강하는 경제와 미·중 마찰 속에 실직자와 노숙자가 늘어났음에도 그 진짜 속내가 무수한 담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는 현실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 책은 권력의 기술과 통치 코드 , 사회 통제 구조, 감정의 정치학, 세계와 마주한 자의식, 언어와 권력의 도구, 균열과 모순 등 여섯 개 장으로 구성된다. 특히 한자와 언어가 어떻게 사유를 가두는 권력의 도구였는지 분석하고, '어부지리'(漁父之利)와 같이 남의 불행을 계산하는 중국적 사고방식까지 담아냈다.
저자는 이 책이 단지 중국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권력과 문명, 인간 사회의 보편적 문제를 성찰하게 하는 인문·정치서로서 기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선엽 대장 인터뷰를 기반으로 한 전쟁 관련 저서 8권과 다수의 중국 관련 저서, '지하철 한자 여행' 시리즈를 통해 한자와 문화를 탐구해 온 저자의 깊이가 이 책에 전부 녹아 있다.
△ 차이나별곡/ 유광종 글/ 책밭/ 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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