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하다 밤샜다" 핫한 '클럽하우스'…왜 이렇게 난리일까

개방 아닌 '폐쇄적인 SNS'…발상의 전환이 성공비결
문자·사진 일색 SNS 시대에 '음성의 귀환'…이용자 '호평'

본문 이미지 - 클럽하우스 애플리케이션 화면 ⓒ 뉴스1
클럽하우스 애플리케이션 화면 ⓒ 뉴스1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27세 김모씨는 배우 박중훈씨와 대화하다 밤을 꼴딱 새울 뻔했다. 장안의 화제로 떠오른 오디오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 때문이다.

박 배우는 밤 11시쯤 '오늘 가입해서 테스트로 룸을 잠시 만들었습니다^^' 라는 제목의 대화방을 개설했다. 이 방엔 불과 삼십 여분 만에 10여명의 스피커(발언자)와 900여명의 리스너(청취자)가 몰려들었다.

이들은 마치 카페에서 마주친 연예인과 팬처럼 허물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한 발언자가 "배우님은 몇 년도에 대학에 들어가셨나"라 묻자 박 배우는 "재수해서 85학번이다"고 답했다. 이에 발언자가 "저는 91년생이다"고 말하자 당황한 박 배우의 목소리에 청취자들은 박장대소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30세 박모씨도 '주식 지식 대잔치' 제목의 대화방에 참여했다가 무려 3시간을 보냈다.

박씨는 "10여명의 '개미'들이 모여 주식 투자 정보와 각자의 에피소드를 나눴다"며 "화상채팅과 달리 목소리로만 대화하니 어색함이 없었고,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처럼 편안한 분위기의 대화였다"고 말했다.

◇ '폐쇄적'인 SNS…발상의 전환

클럽하우스의 등장 방식은 그야말로 '의외'였다. 기존 SNS에 적용되는 마케팅 기법과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SNS 마케팅의 핵심은 '개방'이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SNS의 효용 가치도 배가 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

하지만 클럽하우스 마케팅은 '폐쇄성'이 핵심이다. 클럽하우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무려 3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우선 '아이폰'을 소유해야 한다. 안드로이드 버전은 아직 개발중에 있어 삼성폰 소유자는 이용할 수 없다. 또 '초대장'이 있어야 한다. 클럽하우스 이용자들은 계정 생성 후 2장의 초대장을 받게 되는데 신규 이용자는 이들에게 초대장을 받아야만 접속이 가능하다. 심지어 '영어'도 알아야 한다. 계정 생성과 사용 설정 등 모든 앱 내 문구가 영어로 표기돼 있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영어를 사용할 줄 아는 아이폰 이용자면서 지인에게 초대장 1장쯤은 거뜬히 받을 수 있는 사람' 만 클럽하우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업계는 이같은 방식을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마케팅이라 부른다. 클럽하우스를 이용하지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는 소외감을 느끼게 해 어떻게든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게끔 하는 것이다.

당근마켓·번개장터 등의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1만~2만5000원에 초대장이 거래되는 것도 이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본문 이미지 -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클럽하우스' 초대권을 사고 파는 게시글이 줄지어 있다 (네이버 쇼핑 캡처) 2021.02.10 ⓒ 뉴스1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클럽하우스' 초대권을 사고 파는 게시글이 줄지어 있다 (네이버 쇼핑 캡처) 2021.02.10 ⓒ 뉴스1

◇ 음성 SNS는 구식?…이용자 "편리하고 즉흥적이다"

기존 SNS에서 통용되는 텍스트·사진·영상 대신 '음성' 기반 플랫폼이라는 점도 클럽하우스의 흥행에 일조했다. 이용자들은 음성 SNS가 가진 '편리함'과 '즉흥성'에 긍정적 반응을 내놓았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이름을 알린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용자 입장에선 몇몇 고민이 필요하다. 화면에 비칠 방을 어디까지 정리할까, 외모는 어느 정도까지 꾸며야할까 등의 내적 갈등이 그 예다.

음성 SNS는 이같은 고민에서 자유롭다. 사진 또는 영상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에게 최적의 대안인 셈이다. 게다가 텍스트를 이용한 SNS보다 즉흥적인 소통이 가능해 답답함이 줄어들었다는 게 이용자들의 전언이다.

이용자 김씨는 "코로나19나 생겨난 이후 친구 여럿이 모여 온라인으로 소통할 때가 있었는데, 채팅은 답답하고 영상통화는 부담스러운 느낌이었다"며 "클럽하우스는 목소리만 이용하니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됐다"고 말했다.

◇ 스쳐가는 유행일까, SNS 시대 전환일까

'음성 SNS'라는 단어만 놓고 본다면 클럽하우스의 성장 가능성이 다소 제한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클럽하우스를 접해본 결과 이용자들에 의해 자연스러운 콘텐츠 다양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초기 클럽하우스가 대중의 이목을 끈 이유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 처럼 각 분야 전문가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서도 주식 전문가, 디자이너, 게임개발자 등이 하나의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강의' 형태의 방이 다수였다.

그런데 최근 '예능' '음악' '문학'처럼 특색있는 콘텐츠를 내세운 방도 생겨나고 있었다. 한 대화방은 전국의 성대모사 장인들이 참석해 '성대모사 경연대회'를 펼쳤다. 또 다른 대화방엔 유명 밴드의 노래를 무한 반복 재생하며 하나의 '라디오'로 활용했다. 소설을 읽어주는 방, 소개팅방, 끝말잇기를 하는 방도 있었다.

클럽하우스는 스쳐가는 유행일까, 시대 전환일까.

인도의 스타트업 전문매체 유어스토리는 "2020년 전염병으로 인해 애플 뮤직·스포티파이 같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함께 오디오 플랫폼의 성장도 증폭됐다"며 "클럽하우스도 이러한 추세를 활용하는 것이다"고 성장세를 분석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SNS에 '음성'이라는 트렌드가 지속될 것인가, 유행처럼 사라질 것인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ukgeun@news1.kr

대표이사/발행인 : 이영섭

|

편집인 : 채원배

|

편집국장 : 김기성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종로 47 (공평동,SC빌딩17층)

|

사업자등록번호 : 101-86-62870

|

고충처리인 : 김성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병길

|

통신판매업신고 : 서울종로 0676호

|

등록일 : 2011. 05. 26

|

제호 : 뉴스1코리아(읽기: 뉴스원코리아)

|

대표 전화 : 02-397-7000

|

대표 이메일 : webmast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사용 및 재배포, AI학습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