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일컫는 사회공헌활동(CSR)은 이제 기업이 갖춰야 할 기본적 덕목으로 꼽히고 있지만 아직 스타트업들엔 생존과 성장도 버거워 쉽지 않은 일이다. 최근 헬스케어 분야에 뛰어든 스타트업들이 이런 사회공헌활동에 열심이어서 눈길을 끈다.
자사 서비스와 관련 있는 분야에서의 공익활동을 통해 기본적인 회사 이미지 제고는 물론 대중에게 아직은 생소한 플랫폼 기반 헬스케어 서비스를 조금이라도 알리려는 게 일차적인 목적이긴 하다. 한편으로는 이런 서비스를 바라보는 의약계 등의 불편한 시선을 우회하는 방식을 고민하다보니 사회공헌활동이라는 공익적 틀을 활용하게 된 측면도 있다.
대한민국 최북단 백령도의 유일한 약국이 약사의 건강 악화를 이유로 지난 8월 25일 문을 닫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기본 상비약조차 구하기 어려워진 주민들에게 헬스케어 플랫폼 업체 굿닥은 비대면 진료 및 약 배송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굿닥에 따르면 현재 백령도에는 병원 한 곳과 보건지소가 유일한 의료기관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운영 시간이 짧고 주말 및 심야에는 문을 닫아 의료공백이 불가피하다. 이번에 약국마저 없어져 편의점 2곳에서 한정된 일반의약품 구매만 가능하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모바일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올해 초 선보인 굿닥은 자사 서비스는 물론 택배를 통한 약 배송 체제까지 마련해 백령도 의료공백 해소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임진석 굿닥 대표는 "비대면 진료 및 약 배송 서비스로 백령도 주민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의료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면서 "백령도를 넘어 국내 전역의 노인, 고령자, 장애인 등 의료 접근성이 낮은 사람에게 굿닥 서비스가 전달되게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용의료 정보제공 플랫폼 업체 바비톡은 지난 9월 화상을 입은 공상 소방관을 돕는 캠페인을 벌였다. 소방관 화상 흉터 치료 및 피부 재건술 지원, 관련 오프라인 전시회, 캠페인 영상 제작, 캠페인 응원페이지 개설 등 다양하게 진행했다.

바비톡은 "국내 소방관 10명 중 9명이 화상 사고를 경험하고 있지만 상처 치료 이후 흉터 치료 및 피부 재건술은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되는 등 지원 대책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공상 소방관들의 흉터 치료를 위해 총 1억원을 소방동우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시니어 돌봄 플랫폼 업체 케어닥은 지난달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과의 업무협약으로 강남구 독거노인 가정을 월 2회 직접 방문해 주거지 청소부터 냉장고 정리, 약 정리, 산책 등의 주거환경관리를 지원했다.
케어닥은 생활 운동 클래스, 스마트폰 교육 등 지역 노인의 수요를 고려한 맞춤형 활동을 다양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박재병 케어닥 대표는 "점차 많은 지역의 노인들에게 자사의 돌봄 손길이 닿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업체의 활동은 사회공헌을 넘어 이를 통해 기존 생태계와의 갈등이나 규제 허들을 돌파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플랫폼 규모, 서비스 운영 구조, 서비스를 바라보는 직역단체의 대응에 따라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긴장을 늦츨 수는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는 지난달 28일 디지털헬스케어 산업현황과 미래전략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토론자로 온 이인재 한국산업지능화협회 센터장은 "복지부와 산업부의 디지털 헬스케어를 바라보는 관점이 정의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 복지 차원에서는 모든 게 규제(의 대상)일 테지만 지금은 AI(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 발전에 따른 일종의 산업 현상으로 봐야 할 때"라며 "이를 체감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경험과 참여가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이인재 센터장은 "큰 사업일 필요도 없고 작은 성공사례를 만들며 소비자가 경험하게 하면 여러 사업이 확산할 수 있다"며 "이 작은 변화는 스타트업으로 발현되지 않을까 싶다. 제도나 정책으로 스타트업 육성에 규제당국이 열린 자세를 갖추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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