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윤경 기자 = # 한때 국내 프로야구 거포 중 한명인 박병호 선수의 기사에는 으레 '국거박'의 댓글이 등장했었다. 국거박이란 '국민거품 박병호'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댓글러를 지칭하는 말이다. 국거박은 거의 모든 박병호 선수 기사에 악플을 달며 박 선수를 비난했다. 박 선수는 수년간 별 대응을 하지 않고 참다가어느순간 악플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여자 배구선수 고유민은 최근 악성댓글에 시달리다 그만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에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겸 대한탁구협회장은 故고유민 선수를 애도하며 '스포츠뉴스 댓글 금지법'을 발의해달라고 국회에 제안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연예 뉴스 댓글 폐지에 이어 스포츠 뉴스 댓글도 잠정 중단한다. 선수들을 향한 일부 이용자의 악성 댓글(악플) 문제가 심각해진 것에 따른 조치다.
네이버는 7일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네이버 스포츠뉴스' 댓글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인공지능(AI) 클린봇을 적용해 악성 댓글을 차단하는데 힘써왔으나 이를 교묘하게 이를 피해서 생성된 악성 댓글이 꾸준히 생성되자 댓글 잠정 중단 조치를 내렸다.
네이버는 "(댓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기술 수준을 높이며, 사전·사후적으로 악성 댓글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발전시켜왔지만 최근 악성 댓글의 수위와 그로 인해 상처받는 선수들의 고통이 간과할 수준을 넘는다는 판단에 따라 '네이버 스포츠뉴스'에서 댓글을 잠정 폐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달 중 스포츠뉴스의 댓글을 우선 중단하고 그외 동영상 등 영역 별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시기는 논의 중이다.
실시간으로 응원하는 팀과 선수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스포츠 경기 생중계의 '라이브톡'은 현재와 같이 유지되며 욕설 등 악의적인 내용을 걸러낼 수 있도록 AI클린봇2.0이 적용된다.
스포츠 외에 다양한 영상 크리에이터가 콘텐츠를 생산하는 '네이버TV'에도 AI클린본2.0을 도입하고 채널 운영자에는 댓글란 활성화 권한을 부여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현재 스포츠 서비스에서 자주 발견되는 댓글의 유형을 면밀히 분석해, 악성 댓글은 노출을 자동 제어하는 기술을 추가 개발 중"이라며 "댓글이 중단되는 동안 이를 고도화해 그 실효성이 담보되면 댓글 중단 해지에 대한 논의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악플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인 '악플과의 전쟁'에 나섰다.
지난 3월에는 20년 가까이 이어져 오던 연예 뉴스 댓글과 인물 연관 검색어 서비스를 종료했다. 대신 △좋아요 △응원해요 △축하해요 △기대해요 △놀랐어요 △슬퍼요 등 이용자의 감정을 반영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추가했다.
또 댓글 작성자의 활동 이력을 모두 공개해 악플러의 '민낯'을 드러내고 특정 댓글 작성자의 댓글을 원천 차단하는 등 악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써왔다.
이같은 댓글 이력 공개는 인터넷 실명제와 마찬가지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오히려 더 많은 이용자가 댓글 작성에 참여하는 결과를 낳았다. 연초 대비 6월 댓글 수는 0.7% 소폭 감소했으나 작성자 수는 8% 늘었다.
당시 네이버 관계자는 "댓글이력 공개와 본인확인제 시행이 댓글 공간 위축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가 있었으나 반대로 더 많은 사용자가 참여해 더욱 신중하게 다양한 목소리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여자배구 고유민 선수가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진 사실이 알려지며 체육계는 선수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KBO리그의 대표 에이전시인 리코스포츠다. 이예랑 리코스포츠 대표는 지난 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리코스포츠에이전시는 앞으로 소속 선수들에 대한 댓글, 다이렉트 메시지, 커뮤니티 게시물 등을 통한 모욕, 허위사실 유포, 신용 훼손, 명예 훼손, 업무 방해 등에 대해 법적으로 대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팬들의 제보로 악성글을 보게 되었는데 며칠동안 밥도 잘 넘어가질 않았다.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더 이상 간과하지 않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4일 선수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 스포츠 기사 댓글 기능 개선을 요청했다.
경기력과 병역특례에 대한 비난 등 악플 피해를 호소한 프로야구 LG 오지환 선수 역시 악플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으며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겸 대한탁구협회장은 故고유민 선수를 애도하며 '스포츠뉴스 댓글 금지법'을 발의해달라고 국회에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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