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방역전①]아프리카돼지 열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살처분 45만마리·농가는 1년 가까이 휴업
멧돼지 활동 반경 넓어지는 가을·방역 고삐 죄는 당국

편집자주 ...코로나19로 전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국내도 코로나19 유행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조금만 방심하면 재확산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코로나19만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이맘때만 하더라도 한반도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살처분이 줄을 잇는 등 축산농가의 피해가 심각했다. 산림에 돌이킬수 없는 피해를 입히는 전염병이나 식물 감염병도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뉴스1>은 코로나19에 가려 조명받지 못하고 있지만 한반도의 생태계와 우리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동물·식물 질병과 방역 조치를 짚어보고자 한다.

본문 이미지 - 아프리카돼지열병&#40;ASF&#41;이 국내 처음으로 발생한 17일 경기 파주시 발병 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에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제1종 가축전염병이다. 급성형의 경우 치사율 100%로,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아 대부분 국가에서 살처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2019.9.1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 처음으로 발생한 17일 경기 파주시 발병 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에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제1종 가축전염병이다. 급성형의 경우 치사율 100%로,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아 대부분 국가에서 살처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2019.9.1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작년 10월을 끝으로 더이상 발생하지 않았던 아프리카 돼지 열병(ASF)의 악몽이 1년만에 다시 시작됐다.

9일 강원도 화천군 양돈농장에서 ASF가 발병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강원도 화천군 양돈농장에서 출하된 어미돼지(모돈) 8두 중 3두가 폐사한 것을 확인하고 시료를 수거해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정밀분석한 결과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확진했다.

중수본은 오는 11일 오전 5시까지 48시간 동안 경기·강원의 돼지농장과 도축장·사료공장·출입차량 등 축산시설 등에 대해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발령했다. 또 해당 농장의 돼지 전부와 인근 10㎞ 내 양돈농장 2곳의 사육돼지 1525마리에 대해 살처분을 시행할 방침이다.

◇1년만에 재발한 아프리카돼지열병, 왜?

지난해 국내에서 ASF에 감염됐거나 감염 우려로 인해 살처분 된 돼지는 총 38만963마리에 달한다. 또 6만5557마리는 수매돼 도살됐다. 총 44만6520마리의 돼지가 ASF로 인해 죽었다.

이후 1년여간 ASF가 재발하지 않았다가 이번에 다시 발병한 것이다. 동물의 전염병은 왜 잊을만하면 다시 발생하는 것일까.

사람은 국경이 있어도 야생 동물에게는 국경이 없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북한 접경지역인 경기 북부(파주시·연천군·포천시)와 강원도 일부(철원군·화천군·춘천시·양구군·인제군·고성군)의 야생 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관련 지자체와 농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뿐 아니라 ASF를 막기 위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살처분 조치를 받은 양돈 농가는 올 9월에 들어서 일 년 가까이 사실상 휴업 상태에서 고통받고 있다.

본문 이미지 - ASF바이러스 모식도와 현미경 사진 &#40;농림축산검역본부 홈페이지 갈무리&#41; 2020.09.29 /뉴스1
ASF바이러스 모식도와 현미경 사진 (농림축산검역본부 홈페이지 갈무리) 2020.09.29 /뉴스1

◇걸리면 약도 없는 아프리카 돼지 열병…치료제·백신 없어

ASF 바이러스는 DNA로 유전 정보를 저장하는 바이러스로 주변의 단백질 환경에 따라 상온에서는 18개월, 냉장고에서는 6년까지도 감염성을 잃지 않는다. 돼지 안에서는 증상 발현 전 하루에서 이틀간 감염성 바이러스를 배출하고, 침·땀·눈물과 같은 모든 분비액, 배설물에서 배출돼 퍼진다. 냉장 고기에서는 15주, 가공식품에서는 6개월까지 감염성이 유지된다. 이런 특성 탓에 돼지 간 전파뿐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잔반 사료 등을 통해서도 퍼진다.

아프리카 돼지 열병은 급성으로 진행되는 고병원성의 경우 100%에 가까운 치사율을 보인다. 증상이 나타나면 '열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고열에 시달리다가 일주일 이내에 폐사한다. 중병원성이라고 하더라도 한 달이내에 돼지가 폐사한다. 저병원성은 생존률도 높고, 만성형으로 질병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ASF가 주기적으로 유행하는 '풍토병'이된 지역에서만 발생한다.

걸리면 대부분이 폐사해 한 국가의 양돈 산업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 ASF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1921년 최초로 발견됐고 1950년대에는 아프리카에서 포르투갈로 넘어오며 유럽에 퍼졌다. 2007년에는 선박을 통해 동유럽 조지아에 들어온 선박에서 나온 오염된 잔반이 인근 돼지에게 급여되면서 새로운 유행이 시작됐다고 추정되고 있다. 1920년대에 병이 발견됐지만, 현재 치료제나 백신은 없다.

본문 이미지 - 7일 경기도 연천군의 한 돼지농가 사육장이 텅 비어 있다. 해당 농가는 지난해 9월 아프리카돼지열병&#40;ASF&#41; 영향으로 살처분이 진행 됐다. 현재까지 이동제한 조치가 해제되지 않아 돼지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0.7.7/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7일 경기도 연천군의 한 돼지농가 사육장이 텅 비어 있다. 해당 농가는 지난해 9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영향으로 살처분이 진행 됐다. 현재까지 이동제한 조치가 해제되지 않아 돼지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0.7.7/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ASF 살처분 45만마리…1년간 휴업한 양돈 농가

2019년 9월 경기도 파주의 한 양돈 농가에서 국내 첫 ASF가 보고됐다. 발생 농가 반경 500m의 돼지를 모두 살처분하는 원칙에 따라 약 15만4548마리가 죽었고, 500m 바깥이더라도 예방적 차원에서 정부는 해당 지역 돼지들을 수매해 도태시켰다. 그 결과 죽은 돼지는 약 44만6520마리다.

해당 농가에서는 지난 9월부터 돼지 재입식(재사육) 절차에 돌입했다. 방역당국이 농장 세척·소독·점검 등 관련 절차를 시작한 것이다. 양돈 농가는 재입식이 이뤄지기 전까지 근 1년 가까이 휴업 상태로 보내야 했다.

재입식을 위해서는 방역기준에 맞춰 시설을 증설해야 하는 등 추가 비용이 든다. 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또 많은 농가가 비슷한 시기에 재입식을 위해 새 돼지를 구매할 경우, 품귀 현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현재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양돈 재입식을 위한 지원사업을 시작한 상태다.

하지만 ASF가 다시 발병하면서 지난달 가까스로 첫발을 뗀 재입식이 다시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농가 유입 차단에 주력해 이뤄지는 방역 조치

현재 방역은 외부 유입 차단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선박·항공기를 통해 들어오는 수하물과 수입품에 대한 검역 절차가 강화됐다. 특히 발생국 등 해외에서 국내 입국 시 축산물을 불법적으로 가져올 경우 최고 1000만원의 과태료를 받을 수 있다. 돼지고기뿐 아니라 돼지고기를 가공한 만두·소시지 등에도 적용된다.

2019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바이러스가 검출된 멧돼지는 총 745건이다. 현재는 화천·춘천·양구·인제군 등 강원도 북부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고 있다. 멧돼지 남하를 줄이기 위해 파주에서 고성까지 광역 울타리 619.9km가 세워졌고, 일평균 347명의 폐사체 수색팀이 멧돼지의 사체를 찾기 위해 산과 들을 돌아다니고 있다.

발생 초기에는 멧돼지 개체 수 저감을 위해 총기·덫 포획이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사냥꾼이 사망한 사례도 발생했다. 구제역·조류 인플루엔자로 인한 살처분의 경우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참여 노동자에 대한 정신 치료 등 보호 조치가 생겼다. 하지만 ASF 포획 과정에서 공적 피해 보상 체계는 허점이 있었고 올해 2월에야 근거 규정이 정비됐다.

본문 이미지 -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설치한 야생멧돼지 차단 광역 울타리&#40;파주 적성면&#41; /사진=환경부 ⓒ 뉴스1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설치한 야생멧돼지 차단 광역 울타리(파주 적성면) /사진=환경부 ⓒ 뉴스1

◇방심할 수 없는 가을 돌아오다…계속되고 있는 방역

가을은 봄에 태어난 아기 멧돼지들이 독립하기 시작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본격적인 먹이 활동이 시작되면서 활동반경이 넓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방역 당국은 포획·폐사체 수색을 강화하고 농장 소독 등 대책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백두대간을 타고 접경지역 이남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양강 상류에서 진부령 구간의 울타리도 강화된다.

국제적인 차원에서 ASF가 종식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육로 방역과 함께 수입되는 돼지고기에 대한 검역 조치도 계속될 전망이다. 9월에는 독일 동부서 멧돼지가 ASF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독일산 돼지고기 수입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독일산 냉동삼겹살 가격이 오르고, 그 영향이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는 돼지고기 가격에도 퍼지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의 ASF 대규모 유행은 2018년에 바이러스가 중국에 유입된 것이 시작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당시 유행으로 중국에서는 폐사·살처분으로 인해 돼지고기 공급이 부족해졌고, 2019년 8월에는 돼지고기 가격이 2018년 대비 46.7% 폭등했다. 2018년에서 현재까지 중국에서 살처분에 처해진 돼지는 1억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본문 이미지 - 9월 25일 기준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40;ASF&#41; 발생 현황. &#40;환경부 제공&#41; ⓒ 뉴스1
9월 25일 기준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현황. (환경부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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