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車 기술 유출" 中 '천인계획'이 뭐길래…정부 대책있나

천인계획은 백인계획의 확장판…만인계획도 진행
뾰족한 방안 없어…"평생교육·R&D 예산 자율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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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소속 이모 교수가 중국에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핵심 기술을 유출한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이 교수가 중국의 '천인계획'(千人計劃)에 포섭돼 이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천인계획이 무엇인지에 눈길이 모인다.

아울러 중국의 지속적이고 공격적인 인재 포섭 정책에 대응해 우리 정부도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인계획은 백인계획의 확장판…만인계획도 진행

2008년 시작된 중국의 인재 확보 정책인 천인계획은 '매년 최우수 인재 100명을 유치하겠다'는 기조로 1990년대 추진된 백인계획(百人計劃)의 확장판이다.

당시 5~10년 내 국가중점 혁신 프로젝트, 주요 실험실 등에 2000명 규모의 해외인재들을 유치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천인계획은 이미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은 이에 천인계획을 넘어 만인계획(萬人計劃)도 도입한 상태다. 2022년까지 인재 1만명을 뽑아 전폭 지원하고 이중 1000명을 노벨상을 받을만한 인재로 키우겠다는 목적의 또 하나의 육성 정책이다.

'이공계 인재를 대폭 육성해 경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나라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를 우리나라에 대입해본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 때 진행된 대대적인 과학기술 육성정책과 결이 같다. 중국은 여기에서 나아가 현 과학기술 최강국인 미국을 제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중국은 이에 따라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진공청소기처럼 과학기술계 우수 인재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미국, 일본 등 과학기술 강국들 사이에선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천인계획에 참여하는 해외 우수 연구자들에게는 높은 연봉은 물론 주택을 비롯한 여러 복리후생 혜택이 주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우, 올해 초 찰스 리버 하버드대 화학·생물학과 교수가 천인계획에 참여해 주요 나노기술을 빼돌리고 기밀 프로젝트를 주도한 사실이 밝혀지며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리버 교수는 '나노 테크놀로지의 아버지'라 불리는 인물이다.

지난 14일 검찰로부터 구속 기소된 KAIST 소속 이 교수도 2017년 천인계획에 포섭돼 중국에 자율주행차량 핵심 첨단기술 '라이다'(LIDAR)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보당국 등의 첩보를 받아 이 교수 문제를 조사한 끝에 올해 5월 대전지검에 그를 고발한 바 있다.

프랑스의 시장조사기관(Yole Developpement)에 따르면 라이다 시장은 2018년 13억불(1조5000억)에서 2024년 60억불(7조800억)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유망시장으로 꼽힌다.

검찰의 수사 발표 후 KAIST의 사과도 이어진 가운데 한편에선 'KAIST가 2018년 12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부터 제기된 이 교수의 천인계획 참여 문제와 관련, 자체 감사에 착수해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2018년 12월19일 해당 교수의 이름이 가려진 채 '○○○ 교수 학교 및 국가 규정 위범'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15일 KAIST 관계자는 이에 대해 "14일 언론에 배포한 사과문 외 노코멘트(no comment) 하겠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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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정문 전경. ⓒ 뉴스1

◇뾰족한 방안 없어…"평생교육·R&D 예산 자율성 필요"

중국의 이처럼 '공격적인 스카우트 정책'에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일본은 올해 5월 중국의 천인계획에 대응해 경제안보를 담당하는 '경제반'을 만들었다. 미국은 에너지부 직원을 비롯해 미국 정부와 계약을 맺은 연구원들은 중국 등 미국에 적대적인 외국 정부의 인재유치 프로그램 참여에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우리나라도 이 교수의 사례를 계기로 과기계 인재·기술 유출 건에 대한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는 분위기지만 뾰족한 방안은 없는 모습이다.

이 교수와 같은 이들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될 수 있는데 이에 따르면 해외로 기술 유출을 한 사람은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이른바 기술유출범(산업스파이)에 대해 최고 징역 20년에 최대 500만불(59억)을 부과하고 있다.

대중(對中)관계에 자칫 금이 갈 수 있는 만큼 중국이나 천인계획을 콕집어 대응책을 만들기도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천인계획 자체를 포커싱해 언급하긴 어렵다"며 "고급 인력들이 우리나라에서 근무할 수 있게끔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한국과총) 회장(서울대 명예교수)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인재 유출을 막기는 어려워도 국가 차원에서 유출 문제를 파악하고 인재를 더욱 잘 관리해야 한다고 보는데 현재로선 국가정보원 외 그런 기능을 하는 곳이 없는 듯해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궁극적으로는 입시에 치중된 교육정책을 평생교육으로 전환하는 등 인적자원을 관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또 연구개발(R&D) 예산에 자율성을 부여, 일례로 프로젝트 진행시 대학원생들이 영수증을 정리하는 일에 바빠 '프로젝트의 노예'라는 말이 나오는 것 등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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