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 네이버(035420)가 로봇 기술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섰다. 해외 유망 스타트업 투자와 핵심 특허 선점으로 기술 기반을 다지는 모양새다. 최수연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까지 신설하며 기술 상용화에 필요한 발판도 마련했다.
16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기업형 벤처캐피털 'D2SF'는 이달 14일 미국의 머신 비전 스타트업 '써머 로보틱스'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써머 로보틱스는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비전 센서를 고유 기술로 고도화했다. 카메라 기반의 기존 로봇 센서와 달리, 마이크로초 단위의 빛 반응을 감지하는 레이저 이벤트 센서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써머 로보틱스는 기존 대비 4배 빠른 속도와 0.1㎚ 수준의 초정밀 측정 성능을 구현했다. 박용정 네이버 D2SF 북미 투자 총괄은 "써머 로보틱스는 3D 비전 센서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을 지녔다"며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 상승을 기대했다.

네이버는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회사는 최근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트윈 등 미래 기술 상용화를 목적으로 하는 대표 직속 조직을 신설했다.
미래 기술 연구 법인 네이버랩스의 성과를 네이버 서비스와 사업 전반에 적용하는 'R(Revolution)-TF'가 최수연 CEO 직속으로 출범했다.
이 조직은 네이버랩스가 네이버 제2 사옥 '1784'에서 활용하는 기술을 네이버 서비스와 사업 전체로 확장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휘봉은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가 잡았다. 석 대표는 로봇 친화형 스마트 빌딩인 '1784'를 설계했으며, 일본과 중동 등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기술 수출 경험이 있다.

로봇을 상용화하는 데에 필요한 기술도 빠르게 선점하고 있다.
특허정보 검색 서비스 키프리스(KIPRIS)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달에만 로봇 기술 관련 특허 3건을 출원했다.
주요 내용은 △건물 주행 로봇 제어 방법 및 시스템 △로봇 자세 측정 방법 △엘리베이터 승하차 로봇 제어 방법 등이다.
이 기술들은 건물 내에서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데에 필요한 제어 기술이다. 건물 지도에 가상 장애물을 설정해 로봇이 이를 회피해 주행하도록 하고, 두 로봇이 서로의 정확한 자세를 측정해 정밀하게 움직이도록 한다.

특히 엘리베이터 승하차 로봇 제어 시스템은 '1784'의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는 엘리베이터 내부의 가상 대기열을 활용해 로봇들의 목적지 층 순서에 맞춰 배치하고, 이에 따라 로봇들의 승하차를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이다.
네이버의 연구개발(R&D) 전문 자회사 네이버 랩스는 '1784'에서 서비스 로봇 '루키'를 활용해 커피 서빙, 택배 배달 등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루키는 자동화된 로봇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며, 네이버클라우드의 멀티 로봇 지능 제어 시스템 'ARC'(AI Robot Cloud)를 통해 통합 제어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로봇 기술은 네이버 서비스를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미국이 선점한 로봇 하드웨어보다는, 로봇을 구동하는 AI 기반의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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