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인공지능(AI) 선두 기업인 엔비디아-오픈AI-AMD 간 순환거래(자전거래)가 확대되면서 AI 인프라 업계 전반에 버블(거품)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IT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지난달 오픈AI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오픈AI가 다시 엔비디아 GPU 대량 구매하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오픈AI는 총 10기가와트(GW) 규모 엔비디아 시스템을 배치할 계획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에 따르면 이는 자사 GPU 400만~500만 개 규모다.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투자 거품을 경고하고 나섰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자본지출 붐을 주도하는 메모리·데이터센터 기업들의 사이클이 7회 말 단계에 진입했다며 "과거 주요 기술 버블이 약 6년 지속한 점을 고려하면 AI 인프라 붐 역시 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프라 공급업체(엔비디아)가 고객(오픈AI 등)에게 자금을 제공하고 수익을 공유하면서 상호 소유권과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스포크인베스트먼트그룹도 "순환적 AI 붐(circular AI boom)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논란은 지난달 22일 엔비디아가 오픈AI에 1000억 달러 투자를 발표하면서 본격화했다. 뉴스트리트리서치는 엔비디아가 오픈AI에 10억 달러 투자 시마다 35억 달러 상당의 GPU 구매(또는 리스) 계약을 맺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달 6일 오픈AI와 AMD 간 워런트(담보) 거래는 순환거래 논란을 증폭시켰다.
오픈AI는 AMD로부터 6기가 와트 규모 AI 가속기를 공급받는 대신 AMD 보통주를 주당 0.01달러에 매입하는 워런트를 받았다. AMD 주가가 600달러까지 오르면 최대 1억 6000만주를 매수해 AMD 지분 10%를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황 CEO는 현지언론과 인터뷰에서 "AMD가 제품을 출시하기도 전에 회사의 10%를 내주는 거래를 맺었다니 상상력이 풍부하다"며 "영리하지만 놀랍다"고 말했다.
올해 4월 진행된 엔비디아-코어위브 거래도 순환구조라는 지적이 뒤늦게 나오고 있다. 엔비디아는 코어위브 지분 약 7%를 보유하면서 63억 달러 규모 클라우드 용량 구매 약정을 맺었다.
겹겹이 쌓인 순환거래 구조가 지탱되려면 현재 AI 인프라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거나 향후 막대한 수익을 거둘 것이란 기대감이 유지돼야 한다.
하지만 오픈AI 올해 상반기 매출 43억 달러(약 6조 1000억 원)에 손실은 78억 달러(약 11조 원)로 대규모 적자를 지속할 전망이다. 업계는 오픈AI가 내년엔 최대 140억 달러(약 19조 8900억 원) 손실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황과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AI 버블 우려에 2000년대 닷컴 버블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새로운 산업 혁명의 시작이라고 역설했다.
황은 현지 인터뷰에서 "현재 AI 인프라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이미 2조 5000억 달러가 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2000년대 닷컴버블 때와 다르다"며 "수조 달러 규모의 거대한 전환기에 이제 막 수천억 달러를 투입했을 뿐"이라고 했다.
올트먼은 "AI 시장이 버블 국면에 진입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이것은 새로운 기술 혁명이 진행되는 방식"이라고 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이탈리안 테크 위크'에서 "AI 산업 거품을 인정하더라도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허상일 순 없다"며 "AI는 결국 모든 산업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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