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경직된 조직에서 수장에게 어려움을 건의하는 건 쉬운 게 아니다. 하지만 위에서부터 관심을 갖고 어려움을 물어온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현장 애로사항을 아는 실무형 리더가 중요한 이유다.
최근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서 이런 면모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이달 4일 대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간담회를 갖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연구계 사례를 청취했다.
과기정통부 관리를 받는 정부출연연구기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이 참석했다. 신임 장관에게 일선의 공적을 알리는 자리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배경훈 장관의 끊임없는 질문으로 분위기는 다르게 흘러갔다. 배 장관은 연구용 AI의 학습 범위, 그래픽처리장치(GPU) 투입량, 현장 적용 과정 등 디테일한 질문을 던졌다.
LG AI연구원 원장을 지냈던 그는 파운데이션 모델 '엑사원 시리즈' 개발을 주도했다. 초기 학습부터 그룹사 실무 적용까지의 전 주기를 몸소 경험했다. 예상되는 어려움이 눈에 보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단순 성과 독촉이 아닌,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질문에 연구계도 반색했다. 비싼 클라우드 구독 비용, 늦어지는 인허가 및 규제공백, 데이터 확보전략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장의 화답을 보니, 앞으로 큰 권한을 가질 과기정통부에 거는 기대가 더 커졌다.
과기정통부는 내년 국가 전체 AI 예산의 절반인 5조 원을 운용한다. 장관 역시 부총리급으로 격상됐다.
큰 힘에는 막중한 책임감이 따른다고 했다. 다른 현안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고, 먼저 어려움을 살피는 장관으로 남아줬으면 한다. 현장의 솔직한 목소리는 좋은 정책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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