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빠른 인공지능(AI) 기술 변화를 경직된 국책 연구개발(R&D)로 쫓아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R&D는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결과물 초기수요 창출, 인재 등 생태계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16일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관한 '2025 과학기자대회'에서는 이같은 내용들이 공유됐다.
국내 대표 신경망처리장치(NPU) 기업인 리벨리온은 실증 기회가 더 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차세대 AI 반도체로 주목받는 NPU는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비 저전력으로 고성능 AI 추론 작업을 구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학습(트레이닝) 시장과 달리, 추론(인퍼런스) 시장은 엔비디아조차 변화를 예단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관련 소프트웨어(SW)도 오픈소스인 등 기술 진입장벽이 낮다. 한국 스타트업에도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분 덕에 회사가 3000억 원 펀딩도 받고 유니콘 기업이 됐지만 여전히 지원이 절실하다. 프로토타입 생산에만 1000억 원이 든다"며 "국내 벤처 캐피탈의 힘만으론 충분한 투자가 불가능하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호소했다.
다만 박 대표는 대규모 국책 R&D는 적절한 해법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국책 R&D는 내용 변경이 어려운 데 반해, AI 기술 트렌드는 1~2년에 불과하다. 시장과 동떨어진 결과물에 그칠 수 있다고 박 대표는 우려했다.
그보다 개발된 NPU의 초기수요를 정부가 끌어주는 게 더 유효하다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학계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정부 5년 주기마다 과학기술 지원 정책이 휘둘려서 안 된다. 특히 AI 기술은 짧게는 수 주 안에 변하는데, 정책은 5년 단위인 게 이상하다"며 "기술 특성에 맞는 일관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윤 교수는 고급 인재 육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최근 메타는 알렉산더 왕이란 인재 한 명을 영입하고자 패키지 형태로 수 조 원을 썼다"며 "데이터·GPU는 많이들 강조하지만, 고급 인재가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국내에서 AI 대학원 10곳·AI 융합혁신대학원 9곳이 생겨났고, 올해는 인력도 두 배로 늘린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배출된 박사 인력은 취직할 곳이 없다"고 꼬집었다.
학계와 산업계 간 인재 미스매칭을 해소하지 못하면, 반쪽짜리 지원에 그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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