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닥사, DAXA)가 가상자산 웨이브(WAVES)를 유의종목으로 지정한 가운데, 유의종목 지정 사유인 스테이블코인 '디페깅(고정 가격이 무너지는 것)'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
웨이브는 위믹스(WEMIX) 상장 폐지로 한 차례 잡음이 일어난 이후 닥사가 신규 지정한 유의종목이다. 웨이브 재단이 유의종목 지정 사유와 관련해 닥사에 소명하겠다고 밝힌 만큼, 상장 폐지에서 벗어나 '제 2의 테라 사태'를 막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 2의 테라'일까…닥사 vs 웨이브, 엇갈린 입장

16일 웨이브 재단 측에 따르면 재단은 닥사가 준 2주간의 소명 기간에 스테이블코인 디페깅 현상이 웨이브 코인(WAVES)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소명하고 있다.
웨이브(WAVES) 코인이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이유는 웨이브 프로젝트의 스테이블코인 USDN 때문이다.
USDN은 본래 1달러 가치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그러나 지난 8월 말을 기점으로 1달러 밑으로 내려간 가격은 아직까지도 회복되지 않았다. 닥사로부터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지난 8일부터는 더 무너지기 시작, 16일 현재는 0.56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업비트는 지난 8일 공지사항을 통해 "웨이브(WAVES)는 USDN 스테이블코인의 담보물로 사용 가능하며, USDN은 알고리즘에 따라 1달러 가치에 연동되는 디지털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USDN의 가치가 1달러와 정상적으로 연동되지 않는다"고 유의종목 지정 사유를 밝혔다.
그간 업비트는 USDN의 가격 추이를 모니터링했고, 1달러에 연동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USDN의 담보인 웨이브(WAVES)의 가치가 급격하게 변동해 투자자들에게 예기치 못한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지난 5월 테라·루나 사태 당시 발생했던 상황을 예방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테라의 스테이블코인 UST는 1달러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이었으며, 루나(LUNA)는 UST 가치 유지에 쓰이는 '자매 코인'이었다. 당시 UST 가격이 1달러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루나 가격도 함께 폭락했으며, 결국 UST와 루나 모두 가격이 '제로(0)'에 가까워졌다.
현재 USDN 가격도 UST처럼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다. 웨이브(WAVES) 코인의 가치가 루나처럼 크게 떨어지는 일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게 닥사 측 입장이다.
다만 이에 대한 웨이브 측 입장은 다르다. 웨이브 재단은 USDN 가격이 1달러 밑으로 떨어졌음에도, 이 같은 '디페깅' 현상이 웨이브 코인 가격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웨이브 재단은 "USDN이 웨이브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마트컨트랙트 상에서 담보로 사용했던 웨이브를 상환하고, 시장에서 웨이브를 판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웨이브 총 공급량의 4.2%만이 뉴트리노(웨이브 블록체인) 스마트컨트랙트에 있고, 이는 웨이브 일일 거래량의 9.8%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USDN 가격이 하락한다고 해서 웨이브 가격까지 하락하려면, USDN 발행을 위해 담보로 잡았던 웨이브를 모두 상환해야 하는데 그 규모가 가격에 영향을 줄 만큼 크지 않다는 의미다. 또 상환 가능한 담보 비율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루나 사태' 같은 일은 터지지 않는다는 게 웨이브 재단 측 설명이다.
앞서 웨이브 재단은 지난 8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도 '루나 사태'와 같은 일이 USDN에선 일어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샤샤 이바노브 웨이브 최고경영자(CEO)는 "UST 발행에 쓰인 루나는 소각되지만, USDN 발행에 쓰인 웨이브 코인은 스마트컨트랙트 안에 락업(거래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된다"며 "반대로 UST 소각을 위해 발행된 루나는 무한으로 발행되지만, 웨이브 코인은 락업 물량에 제한이 있어 무한 발행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본래 테라에선 UST 가격이 1달러 이상일 때 UST 공급을 늘려 가격을 다시 낮췄다. 이를 위해 루나를 매수한 뒤 UST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UST를 발행하고, 루나를 소각했다. 이와 달리 웨이브는 USDN 발행에 쓰인 웨이브 코인을 소각하는 대신 락업해둔다는 것이다.
락업의 효과는 스테이블코인 가격이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질 때 나타난다. 본래 테라에선 UST 가격이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면 UST를 싼값에 매수해 루나로 전환하고, UST는 소각했다. 루나를 발행하고 UST 공급량을 줄여 가격을 다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의 단점은 UST 가격이 많이 떨어졌을 땐 루나가 무한으로 발행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UST 가격은 회복되지 않고 루나 가격까지 폭락하는 '루나 사태'가 발생하게 됐다.
반면 웨이브는 락업을 도입, USDN 가격 유지를 위해 발행될 수 있는 웨이브 코인의 양에 제한을 두므로 두 암호화폐 가격이 모두 폭락하는 사태는 막을 수 있다는 게 재단 측 주장이다.
웨이브 재단은 이 같은 테라와의 차이점을 소명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재단은 "웨이브 코인에 대한 우려는 부당하다"며 "웨이브는 업비트 및 빗썸과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탈중앙화 카드' 꺼낸 웨이브…부활 가능할까
단, 웨이브 측 주장처럼 USDN 디페깅이 웨이브 코인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 USDN 디페깅이 프로젝트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투자자들이 떠나가는 결과를 초래할 경우다.
이에 웨이브 재단은 프로젝트를 더 '탈중앙화'함으로써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재단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새 로드맵을 발표하며 "웨이브는 2016년 출시 때부터 모든 운영 권한을 커뮤니티에 이양하는 '탈중앙화'를 추구해왔다"며 "최근 FTX 및 알라메다리서치 사례에서 나타났듯, 중앙화된 기관들은 투자자를 보호하겠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라고 강조했다. 탈중앙화를 추구함으로써 프로젝트 신뢰도를 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 시작으로 이날 웨이브 재단은 스테이블코인 USDN의 소유권을 커뮤니티에 양도하는 제안을 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통상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노드(네트워크 참여자) 등으로 구성된 커뮤니티의 투표에 의해 프로젝트의 중요 사항을 결정한다.
또 새로운 '마켓메이커' 봇을 도입해 USDN 가격을 다시 1달러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웨이브 측은 밝혔다.
웨이브 재단은 "앞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법과 시기, 스테이블코인을 위해 마련된 준비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커뮤니티가 결정하게 된다"며 "새로운 마켓메이커 봇은 스테이블코인이 고정 가격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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