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저도 모르는 사이에 '좋아요'를 누른 영상이 5000개가 됐더라고요. 해킹인가 싶어서 비밀번호를 바꿨는데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최근 유튜브에서 이용자가 시청하지 않은 영상들에 '좋아요'가 표시되고 '시청기록' 목록에도 나타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유튜브 고객센터 커뮤니티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이와 같은 현상을 호소하는 이용자들의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개인정보 유출 혹은 해킹을 의심하고 유튜브와 연동된 구글 계정의 비밀번호를 변경했으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구글 계정이 로그인된 기기나 접속 기록을 살펴봐도 개인정보가 유출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구글은 현재 로그인된 기기가 무엇인지 '기기 목록'을 제공하는데 의심스러운 접속 기록은 없다는 게 이용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기록되는 영상들의 출처는 △미국 △캐나다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사실상 유튜브에 업로드된 영상들이 무작위로 선택돼 시청기록에 남는 상황이다. 영상들의 주제 또한 △게임 △스포츠 △노래 △브이로그 등 매우 다양하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원하지 않은 영상들이 기록에 남게 되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알고리즘으로 이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영상을 추천하는 유튜브 특성상 자신과 관련 없는 해외 영상들까지 추천돼 불편하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현상은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지원팀인 '팀유튜브'(TeamYouTube)는 지난 5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무작위의 영상이 시청기록에 남는다는 보고를 받고 조사 중이다"고 밝혔으나 뚜렷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브라우저의 확장프로그램이 문제라는 주장이 나온다. '크롬'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에지'에서 설치할 수 있는 확장프로그램이 해당 현상을 유발한다는 이야기다. 브라우저 확장프로그램은 이전에도 악성코드 감염 등 보안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으로 지목된 적이 있다.
실제로 확장프로그램의 삭제 이후 해당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중이다. 하지만 이용자마다 문제로 지목하는 확장프로그램이 모두 달라 확실한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확장프로그램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은 구글도 인지하고 있다. 구글은 유튜브 고객센터에 "일부 크롬 확장프로그램은 사용자의 허락 없이 채널을 구독할 수 있다"며 "이러한 프로그램은 크롬 웹스토어 서비스 약관에 위배되므로 신고해달라"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해당 내용은 이번 논란의 원인으로 구글이 밝힌 내용은 아니며 이전부터 게재해 놓은 안내 사항 중 일부다.
브라우저 확장프로그램을 원인으로 확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확장프로그램을 원인으로 지목하려면 여러 변수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며 "이미 유출된 개인정보로 접속한 해커가 활동을 잠깐 멈춘 건지 혹은 해킹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가 유출돼 해커가 이미 로그인 중인 상태라면 비밀번호를 바꾸더라도 언제든지 같은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며 "로그인된 모든 기기에서 해당 계정을 로그아웃하고 1차·2차 비밀번호를 재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