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後스토리] '성인게임' 된 마인크래프트, 결국 '게이머'가 살려냈다

19일 마인크래프트 "한국 청소년 접속 허용"…논란 후 1년 6개월만
셧다운제 폐지부터 마인크래프트 정상화까지…"게이머가 해냈다"

편집자주 ...'後(후)스토리'는 이슈가 발생한 '이후'를 조명합니다. 쏟아지는 뉴스 속에 묻혀버린 '의미'를 다룹니다. 놓쳐버린 뉴스 이면의 '가치'를 되짚어봅니다.

본문 이미지 -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청와대 어린이날 행사 (청와대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청와대 어린이날 행사 (청와대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게임업계를 취재를 시작하고 제가 이 산업에 빠지게 된 건 '게이머'들의 영향이 컸습니다.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이나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집회를 연다면, 게이머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목소리를 내는데 그 '화력'이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단기간에 여론을 형성하고 삽시간에 수백 만원을 모아 게임사에 항의 트럭을 보내기도, 응원의 마음을 담아 '억' 단위 기부를 하는 그들의 문화를 취재하고 싶었습니다.

마인크래프트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7월 마인크래프트가 '성인 게임'에 전락할 위기에 처하자 게이머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임 커뮤니티 등을 통해 문제 제기를 쏟아냈습니다. 문제의 원인은 '게임 셧다운제'에 있다는 촌철살인 같은 지적과 함께 말이죠.

게이머의 목소리는 언론을 타고 정부까지 닿았고, 정부는 지난 1월 셧다운제를 폐지했습니다. 그리고 19일 마인크래프트가 한국 청소년 이용자의 접속을 다시 허용했습니다. 이건 단순히 마인크래프트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이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갈라파고스에 갇히느냐, 마느냐의 중차대한 과제였습니다. 저는 이번 일을 "게이머가 해냈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 '초통령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19금?

마인크래프트 논란의 시작은 지난 2020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마인크래프트 경영권을 쥐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 계정과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을 통합하는 절차를 진행합니다. 계정 보안을 강화한다는 이유였습니다.

문제는 마인크래프트가 한국에서만 '성인 인증'을 요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인크래프트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이용자의 경우 게임을 이용하려면 만 19세 이상이어야 한다"고 공지했습니다. 이용자들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습니다. '초딩들의 게임'이라 불리는 마인크래프트가 하루아침에 '성인 게임'이 됐으니까요.

원인은 '게임 셧다운제'에 있었습니다. 한국은 청소년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 밤 12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를 시행하고 있었는데, 마인크래프트가 법을 지키기 위해선 한국 청소년을 위한 '별도 서버'를 만들어야 했던 것이죠. 결국 마인크래프트는 서버 비용 및 관리 문제로 '성인'만 받겠다는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본문 이미지 -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 뿔난 게이머들 '셧다운제' 정조준

마인크래프트 논란은 게이머들의 '화력'에 힘입어 일파만파 퍼져나갔습니다. 각종 게임 커뮤니티는 말 그대로 '불'이 났고, 청와대 국민 청원에도 '마인크래프트 성인 게임화를 막아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청원 동의 인원은 12만명에 달합니다. 게이머들이 게임 속에서 갈고 닦은 특유의 '온라인 응집력'을 가감 없이 보여준 것이죠.

단지 '논란'만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게이머들은 마인크래프트의 성인 게임화를 막아야 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풀어냈습니다. "마인크래프트가 국제 시장에 제공하는 표준적인 서비스를 받는 대신 한국만 별도 서버를 요구하는 건 국제 사회에서 중국 시장과 유사한 취급을 받는 것이다" "마인크래프트는 건축·디자인·프로그래밍·기획·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활동하고 있고, 현재 청소년 개발자의 교육용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등의 이유였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시장의 갈라파고스화'를 초래하는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논란만 야기할뿐 사실상 실효성이 없었기 때문이죠. 게이머들의 목소리는 언론을 타고 정부까지 닿았고, 결국 문화체육부와 여성가족부는 고심 끝에 '셧다운제 폐지'를 결정했습니다. 법안 도입 1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 게이머보다 게임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셧다운제가 폐지된 지 4개월이 지난후, 마인크래프트는 "시스템 업데이트를 통해 한국 19세 미만 이용자 대상으로 접속을 다시 허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청소년의 마인크래프트 접속이 다시 허용됨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는 말과 함께 말이죠.

마인크래프트 논란은 단순하게 게임을 하느냐, 마느냐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1억2600만명의 청소년이 이용하는 마인크래프트를 한국에서만 못한다면, 글로벌 트렌드를 쫓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게임을 못하는 이유가 규제 때문이라면, 글로벌 시장과 '담'을 쌓는 중국 같은 취급을 받게 될 우려도 있습니다.

저는 이번 일을 "게이머가 해냈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게임 강국이라 자부하는 한국이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게 인도해줬으니까요.

게임에 대한 사회적 압력과 부정적인 시선을 대표하는 셧다운제는 사라졌지만, 아직 게이머를 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습니다. 심지어 정부 및 기관이 '게임 정책'을 논할 때도 게이머들의 목소리를 배제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는 자신이 사랑하는 게임이라면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지 않고, 수백 만원의 돈을 아끼지 않는 게이머들보다 게임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성공하고 싶다면 게이머 목소리를 들어라"는 게임업계 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마인크래프트 19금 논란'이었습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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