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리셀'(물건을 되파는 행위) 시장의 규모가 해마다 커지면서 정품과 가품을 구분하는 검수의 중요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개인과 개인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리셀 거래가 이뤄졌다면 리셀 플랫폼이 등장하고 난 뒤에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가품을 판별하게 되면서 정품인 줄 알고 구매한 상품이 '짝퉁'으로 드러나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
국내 리셀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 크림은 일찍이 검수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관련 분야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검수 정확도 향상을 통해 리셀 시장의 주도권을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최대 규모 정·가품 데이터베이스 구축
크림의 가품 구별법은 크게 '데이터 기반 검수'와 'AI 검수'로 나뉜다. 이러한 검수 방법 배경에는 크림 운영을 통해 확보한 풍부한 데이터가 바탕이 됐다.
크림은 지난해 8월 국내 스니커즈 정보 공유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나이키매니아'를 80억원에 인수하며 정·가품 판별을 위한 데이터를 다수 확보했다.
또한 크림에서 거래된 모든 상품 데이터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때 판별되는 정품 및 가품 데이터를 구분해 지속적으로 최신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크림에는 플랫폼에서 발생한 총 거래 건보다 더 많은 수백만 건의 데이터가 쌓여 있는데 이는 국내 업계 중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가품 판별 위해 CT·UV 조명 등 전문 장비 총동원
데이터 기반 검수와 AI 검수로 가품을 가려내기도 하지만 특수 촬영 장비인 컴퓨터단층촬영(CT)을 비롯해 자외선(UV) 조명, 레이저 등을 활용해 가품을 가려내기도 한다.
크림 측의 설명에 따르면 가품인 '나이키 에어'를 CT로 촬영하면 신발 내부에 존재하는 에어백이 없거나 에어백의 모양이 정품과 다르다. 육안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신발 내부의 모양을 전문 장비를 활용해 정·가품을 판별하는 방법이다.
또한 제품에 UV 조명을 비춰 정품과 다른 발광 현상을 가품에서 찾아내 판별하기도 한다. 크림의 이러한 가품 구별법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구매자들 스스로 저렴한 UV 조명을 구매해 가품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기계로 부족하면 사람으로'…전문 검수 인력 구축
크림에서 검수를 담당하는 검수원들은 이처럼 전문 장비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크림은 검수원들의 기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 인력을 직접 키우기도 한다.
크림 측은 "△운동화에 관심이 많은 '스니커즈 수집가' △직접 운동화를 제작해 본 적이 있는 '스니커즈 제작 전문가' △관련 브랜드 종사 경험이 있는 '스니커 브랜드 종사자'들을 채용해 검수원으로 육성 중"이라고 설명했다.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가품은 전문 장비를 이용해 판별하고, 전문 장비로 잡아내기 불가능한 부분은 전문화된 검수원이 직접 판별하는 상호보완적 가품 판별법을 구축 중인 셈이다.
이어 "운동화가 아닌 다른 상품의 카테고리에 특화된 검수팀을 운영하며 주기적인 팀 순환을 통해 검수 인력의 역량을 유지하고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정·가품 판별 고도화를 위해 크림은 지난 한 해 동안 검수 시스템 강화 비용을 포함해 전체 운영비로 약 433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커지는 리셀 시장…'빈틈없는 검수로 주도권 잡는다'
크림이 이처럼 리셀 시장에 투자하는 이유는 리셀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있다. 명품 및 한정판 제품의 거래가 빈번히 이뤄지는 리셀 시장의 주요 소비자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국내 리셀 시장은 지난해 7000억원 규모에서 2025년 2조8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리셀 시장은 2025년 57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크림은 커지는 리셀 시장 규모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설립된 이후 1년 9개월만에 누적 거래액 8000억원을 돌파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최초로 월간 거래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크림의 성장과 함께 고도화되는 검수 시스템은 리셀 시장에서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신뢰를 구축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성장을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리셀 시장에 없던 검수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판매자는 검증된 상품을 제값에 판매할 수 있게 됐고 구매자는 가품의 우려 없이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며 "개인 간 거래에서 검수 시스템을 거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