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아시아의 디즈니'를 꿈꾸며 게임사를 창업해 국내 1위의 넥슨을 일군 김정주 창업자가 향년 5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김정주 창업자가 곧 '넥슨 DNA'로 인식될 정도로 상징성이 큰 터라 고인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넥슨의 향후 경영 전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넥슨의 기업 지배구조를 보면, 김정주 창업자(67.49%)와 그의 가족이 최상위 지배회사인 NXC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정주 창업자의 부인인 유정현 감사는 NXC 지분 29.43%를, 김 창업자의 딸인 김정민, 김정윤씨가 NXC 지분 각 0.68%씩을 보유 중이다. 여기에 두 딸이 각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와이즈키즈가 NXC 지분 1.72%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NXC는 김정주 창업자 가족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구조다.
NXC는 NXC가 100% 보유한 벨기에 소재 자회사인 NXMH(18.61%)와 함께 일본법인 지분 47.4%를 보유하고 있으며 넥슨의 일본 법인이 넥슨코리아 지분 100%를 보유하는 형식이다. 넥슨 일본 법인이 넥슨 그룹의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창업자 가족→NXC→넥슨 일본법인→넥슨코리아'로 이어지는 구조다.
최근 지분율을 6%대로 확대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PIF가 4대 주주에 이름을 올린 것을 비롯해 노무라에셋(4.57%), 니코에셋(1.86%), 다이와에셋(1.86%) 등 기관 투자자도 넥슨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 외에 서민 전 넥슨 대표(0.98%), 유정현 NXC 감사(0.57%) 등도 넥슨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넥슨코리아는 넥슨타이완과 넥슨타일랜드 지분 각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외에 네오플, 넷게임즈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오너 일가가 넥슨의 최상위 지배기업인 NXC를 통해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NXC가 보유한 넥슨 본사 주식을 일부 매각하더라도 창업주 일가의 지배력은 위협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주 창업자의 예상치 못한 부고 소식에도 지배구조상에서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부인 유정현 감사도 창업 초창기부터 함께 해온 창업 동지인데다 지분율이 상당해 고인의 지분 상속이 이뤄지면 지배구조상에 변동은 크게 없을 전망이다.
또한 김 창업자가 생전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한 점 등을 감안했을 때 현재의 전문경영인 위주의 경영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넥슨의 DNA 자체가 김정주 창업자로부터 나왔기 때문에, 김 창업자의 부재가 경영 일선에 미치는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고인은 지난해 7월까지 15년간 지주회사인 NXC 대표직을 맡으며 게임사업을 넘어 글로벌 사업, 암호화폐, 각종 M&A 등 굵직한 그룹의 방향성을 제시해왔다.
당분간은 넥슨 그룹 2인자인 오웬 마호니 대표 등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경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사업의 경우에도 김정주 창업주의 DNA를 계승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이 사회에서 사랑받는 회사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도 그분의 생각이었다"며 "저와 넥슨 경영진은 그의 뜻을 이어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더 사랑받는 회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 법인 대표는 "우리의 친구이자 멘토인 김정주 창업자를 잃은 슬픔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며 "그는 세계에 측정할 수 없는 긍정적 영향을 준 인물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리더 김 창업자는 주변 사람들에게 회의론자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창조적 본능을 믿으라고 격려했던 인물이다"며 "넥슨 가족 및 많은 사람들이 그를 그리워할 것입니다"고 애도를 표했다.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이사는 1994년 12월 넥슨을 창업하면서 세계 최초의 온라인 게임 ‘바람의나라’를 개발했다. 게임 산업의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 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또한 넥슨의 글로벌화를 통한 해외 시장 진출에도 성공함으로써 대한민국을 온라인 게임 종주국으로 자리매김하는데 기여했다.
2005년 설립된 글로벌 투자회사이자 지주회사인 NXC는 2011년 일본에 상장한 넥슨의 모기업으로 2021년 7월까지 15년간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대표이사직을 맡아왔으나 지난해 7월 NXC 대표직에서도 물러났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