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OO아, 다리만 건너와. 여기로 넘어와서 같이 일하자."
판교에는 '이직의 다리'라고 불리는 건물과 건물을 이어주는 유명한 다리가 있다. 판교역 지상에 위치한 크래프톤타워와 알파돔타워를 연결해주는 공중 연결통로를 일컫는 말이다.
크래프톤타워에는 네이버(일부), 스노우 등 수많은 IT기업들이 입주해 있으며, 반대편 알파돔타워 역시 카카오페이 등 내로라하는 IT기업들이 다수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들은 공중 연결통로를 통해 건물에서 건물로 바로 이동 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이 있다보니 두 건물 내 IT기업에서 일부 개발자들에게 있어서 이직은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될 정도로 쉽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판교에는 개발자들을 중심으로 이직의 다리를 건너려는 분위기가 확산될 조짐이 보인다. 네이버와 넥슨,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등 대형 IT기업들이 줄줄이 '개발자 모시기'에 나서면서 최근 '귀하신 몸'이 된 개발자들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자 수요는 부족한데 인력은 제한적이다보니 개발자들의 몸값 역시 날로 높아지고 있다. IT업계에선 개발자 부족 현상이 기존에도 늘 있었던 일이지만, 최근에는 연봉인상 경쟁까지 심화되면서 '구인대란'으로까지 이어지는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IT업계에선 넥슨발(發) 연봉인상 릴레이가 대부분의 기업들이 개발자의 연봉을 대폭 올려주는 식으로 일단락 된데다, 지난해 실적에 대한 성과급 지급 등 보상이 마무리된 상황이어서 이직을 위한 움직임은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받을 건 다 받은' 상황에서 한껏 높아진 연봉을 바탕으로 이직을 위한 연봉 테이블에 다시 앉아 한번 더 몸값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알파돔타워 내 IT기업에서 근무 중인 한 직원은 "사실 IT기업이 몰려있는 판교에서 개발자들이 부족한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점점 더 (개발자를)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편의점 기업이나 온라인마켓 등 판교를 떠나는 개발자들도 많아져서 체감상 (개발자들이) 이전보다 더 대우 받는 듯한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또 자바 소켓 프로그래머라고 밝힌 한 직원은 생각보다 쉽고 좋은 좋건으로 이직할 수 있었다는 경험담을 간략히 털어놨다. 그는 "이전에는 규모가 작은 업체에서 일해왔다. 지난해 거의 연봉을 올리지 못했는데, 올해 나름 큰 직장으로 옮기면서 (연봉인상 경쟁으로 인한) 일괄 인상된 연봉 적용은 물론 예상하지 못한 수준으로 연봉을 추가 책정해줘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면서 "최근 개발자 영입 전쟁이 벌어졌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고 말했다.
특히 우수 개발인력에 대해서는 업계 내에서 금기시 돼 온 '무리수'까지 두는 상황이 벌어질 정도로 치열하다. 최근 우버와 모빌리티 합작법인을 설립한 SKT의 경우 경쟁사인 쏘카의 현직 개발 관련 임직원들을 영입할 목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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