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택시 호출 플랫폼 '반반택시'와 '티원택시'가 뭉쳤다. 양사는 카카오 등 대기업 플랫폼 사업자가 장악한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 '상생'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워 의미 있는 균열을 일으키겠다는 방침이다.
반반택시 운영사 코나투스는 티원택시 운영사인 티원모빌리티를 인수·합병해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출범한다고 9일 밝혔다.
김기동 코나투스 대표와 문진상 티원모빌리티 대표는 합병 발표 직후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택시와의 상생이라는 방향성이 서로 맞았고 함께 할 경우 동승 호출, 택시 사업자에 친화적 비즈니스 등 서로의 강점을 살려 대기업들만 살아남은 시장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로 봤다"고 이번 인수합병 배경에 대해 밝혔다.
◇택시 친화적 모델·규제 샌드박스 모빌리티 1호 등 양사 시너지 기대
양사는 논의 3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이번 인수합병을 결정했다. 양사의 강점을 살려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모빌리티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판단이다.
티원모빌리티의 강점은 택시·지역 친화적 사업 환경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택시 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차별점을 갖는 부분이다. 티원모빌리티는 2018년 설립된 1세대 모빌리티 스타트업이다. 2019년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한국노총),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민주노총),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개인택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법인택시) 등 택시 4개 단체와 함께 '티원택시'를 출시해 택시 업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해에는 지역 상생 기반 택시 호출 플랫폼 '리본택시'를 출시했다.

반반택시 운영사 코나투스는 독자적인 플랫폼 기술력을 확보해왔다. 2019년 7월 ICT 규제 샌드박스 모빌리티 1호 사업자로 선정돼 같은 해 8월부터 승객의 자발적 동승을 중개하는 동승 호출 기능을 제공하는 택시 플랫폼 '반반택시'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근거리 승객들을 매칭해 요금을 나눠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또 지난해 8월부터 가맹택시 브랜드 '반반택시 그린'을 출시했다.
반반택시와 티원택시의 기사 회원을 합하면 전국 택시 기사의 절반 수준인 약 13만명을 확보하게 된다. 양사는 서로의 강점을 살리기 위한 서비스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며 도 단위 택시 사업을 시작으로 전국 단위 서비스로 플랫폼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김기동 대표는 "서비스 방향성에 대해 앞으로 더 고민해봐야 하지만 중요한 건 상생이다"라며 "플랫폼 내에서 서비스를 고민해왔던 반반과 달리 티원은 택시 기사뿐만 아니라 택시 관련 이해 관계자, 지자체, 콜 사업자 등을 고려해 폭넓은 상생을 그렸다. 플랫폼 기술력이 있던 코나투스, 지자체 택시 쪽과 신뢰 관계가 단단한 티원모빌리티가 함께 상생 철학을 기조로 플랫폼 전략을 새로 수립하고 전국 확대로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역 콜센터와 시스템 통합으로 상생 서비스
양사는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택시 및 지역 사업자와의 상생을 비롯해 교통 약자와의 상생을 위한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 같은 상생 서비스의 일환으로 지역 콜센터와 택시 호출 플랫폼을 연동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승객이 전화로 호출한 경우에도 기사 앱에서 수신할 수 있도록 시스템 연동을 완료했다. 지역에서는 아직 전화로 택시를 부르는 콜택시 수요가 많고, 특히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기 힘든 교통 약자들이 콜택시를 이용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김기동 대표는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소외 받는 사용자들이 생기는데 그들과 어떻게 상생할 거냐 하는 부분이 중요하고, 우리 플랫폼에도 이롭다"며 "(택시 호출 플랫폼 등장 이후에도) 콜택시에 대한 수요가 있지만, 기존 플랫폼 사업자들이 다루고 있지 않던 부분이다. 이동이라는 게 특정 플랫폼이 독식해서는 안 되는 거고, 하나의 방향성으로만 가면 이동 약자를 포용할 수 없게 되는데 그런 부분을 아우르는 게 플랫폼의 책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선순환 구조 만들 것
티원모빌리티를 인수합병한 코나투스는 지자체의 공공 호출 플랫폼, 복지택시, 지역 화폐 결제 기능을 제공해 지역 상생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최근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SK텔레콤에서 분사한 티맵모빌리티는 지난 1일 우버와 손잡고 합작법인(JV) '우티'를 출범했고 올해 중순 통합 가맹택시를 출시할 예정이고, '타다 베이직'을 접은 VCNC도 가맹택시 사업인 '타다 라이트' 확장에 힘쓰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사를 대상으로 월 9만9000원의 '프로 멤버십'을 출시하는 등 본격적인 수익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택시 4개 단체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료화 확대 정책에 대응해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정부·국회 압박에 나선 상황이다.
문진상 대표는 "택시 모빌리티 사업은 돈을 버는 구조가 승객과 기사 크게 두 축이 있는데 저희가 추구하는 부분은 기사한테 돈을 받는 것보다 서비스를 잘 만들어서 승객에게 받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며 "가맹 사업의 주체는 택시 사업자가 돼야 한다는 관점으로, 여기서 핵심은 친절이다. 시민 입장에선 '검은 고양이'냐 '흰 고양이'냐 보다 친절한 택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바탕으로 가맹 브랜드를 만들고 여기서 돈이 나오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얘기다.
김기동 대표는 "상생이라는 게 구호로 끝날 우려가 있는데 단골·선호 배차, 전용 탈취제 등 개별 택시가 하기 어려운 부분을 플랫폼이 들어와 해결해주고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질 때 승객들이 찾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며 "현재 대기업들도 승객들한테 추가 수익을 얻지 못해서 기사들한테 돈을 받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갈등이 발생한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차별화를 만들고 승객들이 좋아할 만한 서비스를 만들면 승객들이 지불하게 되고 그게 선순환의 시작이다"라고 강조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