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을 인수하기 위해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을 수용하기로 한 가운데, 배달산업의 '미래'에 베팅한 김봉진 창업자와 우아한형제들 투자자(FI·SI)들의 '돈방석'이 더 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배달 산업이 훈풍을 타면서 독일 증시에 상장된 딜리버리히어로 주식가치가 1년 새 2배 이상 뛰어오른 것. 김봉진 창업자와 투자자가 품게 되는 지분가치도 덩달아 불어났다.
◇배민 투자로 '잭팟' 터진 투자자들…DH 주식 보유하며 계속해 음식배달 '베팅'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 28일 자사 뉴스룸을 통해 우아한형제들과 기업결합(M&A)을 위해 공정위의 '요기요 매각' 조건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딜이 마무리되면 현금과 신주로 우아한형제들 지분 88%를 양수할 예정이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양수하는 우아한형제들 지분에는 △힐하우스캐피털그룹(23.9%) △알토스벤처스(20.2%+10.7%) △골드만삭스(12.1%) △본엔젤스파트너스(6.3%) △네이버(5.03%) 등 투자자들의 지분이 포함된다.
음식배달 시장의 미래를 본 투자자들은 그동안 우아한형제들에 총 5214억원 규모의 실탄을 쐈다. 우아한형제들은 이 자본을 바탕으로 배달의민족 이용성 강화와 해외진출, 자율주행 배달로봇 개발 등에 투자했다.
그 결과 지난 2012년 58억원 수준이던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는 7년 만에 4조7500억원까지 뛰어올랐다. 국내 스타트업 M&A 역사상 최고 '빅딜'을 두고 우아한형제들 만큼이나 투자자들이 관심을 받게 된 배경이다. 일례로 우아한형제들의 주요 투자사인 알토스벤처스는 이번 딜이 마무리되면 원금 대비 819배 수익(최초 투자금 기준)을 거둔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우아한형제들 지분 처분 논의과정에서 모든 투자금을 현금화하지 않기로 했다. 우아한형제들은 비상장사로 각 투자자들의 구체적인 지분 처분방식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보유 주식을 전액 현금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 하기로 한 투자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자들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 지분의 일부를 현금, 일부를 주식으로 받기로 했다. 상장사인 네이버는 지난해 12월 우아한형제들 지분 4.7%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매각대금 2212억원 중 약 1억달러를 현금으로, 8900만달러 상당을 딜리버리히어로 주식으로 받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약 53%를 현금화, 남은 47%를 딜리버리히어로 주식으로 받겠다고 결정한 셈.
투자자들이 전액 현금화를 결정하지 않은 것은 '아시아 음식배달 시장 제패'를 목표로 하는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미래에 계속해 베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봉진 창업자도 상황은 같다. 그는 이번 딜이 마무리되면 보유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 지분 9.9% 중 0.3%만을 현금화하고 9.6%를 딜리버리히어로 주식으로 받기로 했다. 그는 딜리버리히어로 경영진 가운데 개인 자격으로는 가장 많은 지분(3%)을 갖는 최대 주주가 된다.

◇코로나19 훈풍타고 DH 주식 2배 '쑥'…투자자 지분가치도 '껑충'
우아한형제들 지분을 전액 현금화하지 않기로 한 투자자들의 결정은 1년 만에 '신의 한 수'가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음식 배달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다. 비대면 소비문화가 보편화는 글로벌 음식배달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의 주가 변동은 이러한 상황을 잘 반영한다.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 계약 체결일은 2019년 12월13일. 당시 딜리버리히어로 주가는 61.84유로(약 8만2493원)였다.
이날 딜리버리히어로 주가는 125.50유로(약 16만7414원)로 1년 새 2배 이상 상승하면서 김봉진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보유할 지분가치도 2배 이상 뛰었다. 현금 대신 딜리버리히어로 지분교환을 높게 잡은 투자자일수록 누리게 될 수혜가 커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당장 이같은 수혜를 누릴 수 없다. '딜 성사 후 4년 후부터 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식 변동은 향후 하락할 가능성도 열려있어 우아한형제들 지분 처분 과정 중, 주식비중을 높게 잡은 투자자는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다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이들의 지분가치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해결되더라도 아시아 지역에서 나타나는 1인가구·맞벌이 가구의 증가 추세는 음식배달 시장을 키우는 주요 요소가 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컨설팅 회사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글로벌 음식배달 시장은 지난 2018년 820억달러(약 89조520억원)에서 오는 2025년 2000억달러(약 217조2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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