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되면 부피가 늘어나는 물…"비밀 밝혔다"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일반적인 액체는 고체상태가 되면 부피가 감소하는 반면 '물'은 고체인 얼음이 되면 부피가 늘어난다. 이런 물의 특성은 이론적으로 이미 알려졌지만 실험으로 측정된 적은 없었다.

스웨덴 스톡홀름대 앤더스 닐슨 교수·김경환 박사 연구팀, 포항가속기연구소 이재혁 박사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PAL-XFEL)'를 이용해 이런 물 특성의 원인을 밝혀냈다고 22일 밝혔다.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빛의 속도로 가속한 전자에서 나오는 방사광으로 물질의 구조를 분석하는 대형 기초과학연구시설이다. 펨토초(1000조분의 1초)동안 X-선으로 원자나 분자를 실시간 분석할 수 있다.

물은 4℃ 이하에서는 온도가 낮아질수록 부피가 증가한다. 지금까지 물의 특성을 증명할 수 없었던 이유는 펨토초 단위로 빠르게 이뤄지는 물의 구조변화를 실험적으로 측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펨토초의 시간 분해능을 갖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0℃이하의 물이 얼음으로 결정화되기 전의 분자 구조를 측정했다. 진공관 내부에서 움직이는 10 마이크로미터 크기 물방울에 X-선 레이저를 맞춰 만들어지는 산란이미지를 측정해 구조를 분석한다. 얼음으로 결정화되기 전의 물을 100펨토초 이내에서 측정한 것이다.

그 결과, 결합 방식이 다른 두 가지의 물 분자가 동시에 존재하며 두 상태가 서로 바뀌는 요동현상(fluctuation)이 나타난다는 것을 밝혔다. 액체상태의 물은 가벼운 구조와 무거운 구조 2가지 형태가 존재한다. 영상 4℃보다 낮은 온도로 내려가는 과정에서 가벼운 구조가 늘어난다. 또한 진공상태에서 영하 44℃가 되면 두 가지 구조가 같은 비율을 갖게 돼 이때 두 구조사이의 요동현상은 최대치가 된다. 기존의 다양한 모델 중 두 가지 구조의 물이 공존하며 임계점을 갖는 'LLCP(Liquid-Liquid Critical Point) 모델'이 맞는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연구진은 "학계에서는 거의 1세기 동안 물의 특이하고 신비로운 현상의 원인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논쟁이 있었다"며 "이번 실험으로 물의 독특한 열역학적 특성이 과냉각 상태에서 임계점을 갖는 모델로 정립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최원호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이번 실험과 같이 방사광가속기는 지금까지 밝혀내지 못한 많은 신비로운 현상 등을 알아내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정부는 연구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22일 사이언스지에 게재됐다.

somang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