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현아 기자 = 기억력상실, 치매 등 난치병 치료 및 차세대 신약개발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30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이창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박사 등 국내외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반응성 성상교세포가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를 생성, 분비하고 이를 통해 기억장애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세계수준의 연구센터(WCI) 사업과 뇌과학연구소의 플래그십 과제의 일환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 성과는 네이처메디슨 6월30일자에 게재됐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켜 인지장애를 초래하는 치명적인 난치병으로 미국에서는 65세 인구 8명 가운데 1명꼴로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그 수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며, 기억력 장애로 실종된 치매 노인수는 2011년 기준 7600명에 달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 기전과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사후 뇌 검사를 통해 신경세포의 사멸이 기억력 장애를 야기한다는 사실만 알려졌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흔히 발견되는 반응성 성상교세포 내에서 도파민을 산화시키는 효소로 알려진 마오-B의 작용으로 생성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가바가 베스트로핀이란 특정 음이온 채널을 통해 외부로 방출돼 신경세포의 정상적인 신호전달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이를 바탕으로 알츠하이머 생쥐에서 마오-B 혹은 베스트로핀의 억제를 통해 반응성 성상교세포 내 가바의 생성과 분비를 재한해 신경세포의 발화능력과 시냅스 가소성이 회복됨에 따라 기억력도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행동실험을 위해 사용된 생쥐는 본능적으로 어두운 장소를 좋아하지만 한 번 어두운 장소에서 전기적 자극을 경험한 생쥐는 다시 어두운 장소에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알츠하이머에 걸린 생쥐는 전기 자극을 경험했던 장소를 기억하지 못하고 또 다시 어두운 방에 들어간다.
연구팀은 이러한 생쥐에게 마오-B 억제제를 투입해 반응성 성상교세포의 가바 생성을 억제했다. 이어 생쥐가 다시 어두운 방에 들어가지 않는 행동 변화를 통해 기억력이 회복됐음을 증명했다.
마오-B 억제제, 셀레길린은 파킨슨병의 치료 보조제로 사용되고 있지만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는 큰 효과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셀레길린이 처음 몇일은 효과를 보이지만 오래 복용할수록 약효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밝혔다. 셀레길린을 1주일간 투여한 생쥐의 경우 신경세포의 발화능력이 회복됐지만 2주에서 4주 이상 투여기간이 늘어날수록 발화능력이 향상되지 않았다. 이는 장기복용 시에도 약효가 지속되는 새로운 치료제가 필요함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연구에 참여한 이창준 KIST 단장과 김대수 KAIST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발병 시 기억력이 감퇴하는 원인을 규명했고 반응성 성상교세포의 가바의 생성과 분비 억제가 기억력을 회복시키는 새로운 치료방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며 "더 나아가 장기 복용 시에도 약효가 지속되는 신약개발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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