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현아 기자 = '선실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에 따라 기울어가는 배에 남은 세월호 탑승객들은 바깥과의 소통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의지해야 했다. 그들이 모바일 메신저로 남긴 마지막 메시지들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침몰사고를 수사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배가 기울고 있다는 소식도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빠르게 전파됐다. 배의 이상을 감지한 승객들은 저마다 모바일 메신저로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상황을 전달했다. '배가 기울고 있다' '배가 이상하다' '해경이 왔다' 등.
검경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배에서 전송된 카카오톡의 마지막 메시지는 오전 10시17분까지 이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4월16일 오전 8시48분부터 침몰되기 시작한 배에서 수백건의 메시지가 1시간반 가량 이어졌던 것이다.
특히 경기 안산의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배에서 보낸 메시지들은 당시 얼마나 긴박했던 상황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배가 너무 기울어서 움직일 수 없었던 학생들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가족들에게 마지막을 직감한 듯한 메시지를 보냈고, 이 메시지에 대한 답장은 아직도 '읽지 않은' 채로 있다.
그동안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상황을 전달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 참사에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그다지 큰 역할을 못했다. 트위터와 페북을 통해 연결돼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족이 아닌 지인들이었다는 것이 이번 사고에서 트위터와 페북을 '무용지물'로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비해 모바일 메신저는 가족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중 93%가 카카오톡을 설치했다. 카카오톡에 가입한 전 세계 이용자 수는 이달 현재 1억4000만명을 웃돈다.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지난 4월1일 전 세계 가입자가 4억명을 돌파했다.
모바일 메신저가 이번 사고에 주요한 단서가 된 것은 송·수신된 모든 메시지가 서버에 고스란히 보관돼 있어서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는 주고받은 내용을 이동통신사가 보관할 수 없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요금청구 근거를 위해 문자메시지 첫 한 글자만 보관할 수 있다. 그러나 모바일 메신저는 장애로 인해 제때 메시지가 전송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일정기간동안 메시지를 보관하고 있다.

검경합동수사본부가 사고 발생 4일 후인 지난달 20일부터 이틀간 카카오톡 본사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단원고 학생 등 총 400여명의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확보한 합수부는 사고 발생 시점으로 추정되는 4월16일 오전 8시를 전후해 오고간 메시지를 집중 분석했다.
분석 결과 단원고 학생의 마지막 대화는 4월16일 오전 10시17분에 전송됐다. 이 시각은 배가 60도 가까이 기운 시점이다. 이 학생이 보낸 메시지 가운데는 "(밖으로 나가면 위험하니 선내에서) 기다리라는 안내방송 이후 다른 방송이 없다"는 내용이 있었다.
휴대폰이 바닷물에 침수돼 사용이 어려워진 이후에라도 탑승객 누군가가 생존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오전 10시17분이 탑승객의 마지막 생존 시점이라 확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오전 11시18분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하기 1시간 전까지는 더 많은 생존자들을 구조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을 알려준다.
또 선장 이준석(69)씨와 선원들이 대피하라는 추가 안내방송이나 적절한 구호조치 없이 탑승객들을 버려둔 채 오전 9시48분에 일찌감치 구조된 사실도 단원고 학생이 보낸 메시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메시지로 사고직후 '대피하라고 방송했다'는 선장의 주장도 거짓으로 들통났다.
단원고 학생 등 대부분의 승객들은 마지막까지 구조될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데이터도 잘 안 터져. 근데 지금 막 해경 왔대"라는 단원고 김모군의 메시지에 김군의 형은 "구조대 오면 금방 오니까 괜히 우왕좌왕 당황할 필요없고 천천히 정신 차리고 하라는 대로만 해"라며 "데이터 터지면 다시 연락해, 형한테"란 답장을 보냈다. 하지만 메시지를 확인했다는 의미의 숫자 1이 사라지지 않아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한달째인 지금까지도 모바일 메신저에서는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노란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바라면서.

h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