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2001년 마이크로소프트(MS)는 게임 콘솔 시장에 첫발을 들였다. "윈도우를 만드는 회사가 게임기를?"이라는 의문이 뒤따랐다. 경쟁자는 이미 전 세계 판매량 1억 대를 넘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이었다.
MS는 'DirectX' 기반으로 만든 콘솔인 DirectX Box(Xbox)를 미국 시장에 내놨지만 반응은 크지 않았다. 당시 플스2는 세계 콘솔 역사상 최대 판매량(1억 5000만 대)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고 Xbox는 2400만 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반전은 2005년부터 시작됐다. MS는 후속 콘솔 기기인 '엑스박스 360'을 내놓으면서 'Xbox Live'를 도입했다. 멀티플레이, 다운로드콘텐츠(DLC), 친구 목록 연동 등 지금은 당연해 보이는 기능들을 최초로 콘솔에 도입했다. 글로벌 누적 판매 약 8400만 대로 플스3와 비등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자신감이 붙은 MS는 2013년 'Xbox One'을 출시했다. 이때부터 Xbox는 단순한 콘솔이 아니라 'TV 리모컨을 대체하는 스마트 기기'로 포지셔닝했다. Xbox를 통해 TV도 보고, 음성 명령으로 기기를 조작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정작 게이머들이 기대한 '고성능 게임 콘솔'과는 거리가 있었다. 게다가 플스4보다 성능이 낮고, 항상 인터넷 연결을 요구하는 것에 이용자 불만이 커지며 흥행에 실패했다.
MS는 절치부심 2020년 'Xbox Series X/S'를 출시했다. 성능은 플스5와 거의 비슷했지만 차별점은 'Game Pass'라는 구독 서비스였다. 월정액으로 수백 개 게임을 무제한으로 이용 가능한 'Game Pass'는 2017년 도입 후 점차 혜택이 확대되고 있었다. MS는 콘솔 한 대를 파는 것보다, 매달 요금을 내는 사용자를 늘리는 것이 더 강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와 함께 'Xbox Cloud Gaming'(xCloud) 도 본격화됐다. 게임을 콘솔이나 PC에 설치하지 않아도 클라우드 서버에서 실행해 모바일, 태블릿, TV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게임은 반드시 콘솔에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기 시작했고, MS는 하드웨어 판매보다 구독과 플랫폼 중심의 생태계 전략에 집중하게 됐다.
MS는 콘솔 세대가 바뀔 때마다 고사양 하드웨어를 새로 사야했던 전통적 구조를 바꿨다. 이제는 콘솔 게임을 즐길 '블루투스 컨트롤러'만 있으면 스마트TV, PC, 태블릿, 스마트폰에서도 Xbox 게임을 실행할 수 있다.
물론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콘솔에서 돌리는 것과 비교해 그래픽 품질 저하나 입력 지연(latency) 이슈가 존재한다. 하지만 매번 수십만 원을 들여 기기를 바꾸고, 게임 타이틀 하나에 8~9만 원을 지불하는 기존 구조에 비해 훨씬 유연하고 경제적인 대안이 된 건 분명하다.
이제 두 회사가 가는 길은 조금 다르다. MS의 Xbox는 단순히 게임기를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다. MS는 클라우드, 플랫폼 전략이 총동원된 게임 생태계를 확장하고, 소니는 고품질 하드웨어와 독점작으로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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