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스·플립러닝 어렵지 않아요"…AI·SW 수업 '개발'한 선생님들

[AI·SW 강국 '교육디딤돌'부터②]일산대진고…정보+생물교과 의기투합해 융합수업
문광초·만수초…플립러닝+언플러그드 방식 적용

편집자주 ...AI와 SW 분야는 '국가 주권'에 영향을 줄 정도로 중대한 분야다. 특히 글로벌 경제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4차산업혁명으로 빠르게 변모하는 시점에서 자칫 AI와 SW 분야 경쟁력을 키울 시기를 놓쳤다가는 국가 경쟁력 자체가 크게 퇴보할 수 있다는 것이 기업인,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하지만 한국의 AI 수준은 정부 자체조사 결과 주요 국가중 '하위권'을 맴돈다. 특히 '인력'부분이 낙제점이다. 이에 정부는 단기간 내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목표를 세우고 집중 투자를 하는 한편 AI와 SW 분야 '기초교육'을 위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수립했다. 아직 교육시간 확충, 전문교사 확보 등 갈 길이 멀지만 묵묵히 나간다는 계획이다.

본문 이미지 - 충북 만수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신진선 교사의 지도 하에 빅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는 언플러그드(unplugged)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제공 영상 갈무리) ⓒ 뉴스1
충북 만수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신진선 교사의 지도 하에 빅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는 언플러그드(unplugged)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제공 영상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상과 산업의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미래형 인재 양성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과학창의재단과 함께 교육현장에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 기초교육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교사와 학생 모두 새로운 수업이 아직은 낯설기만 하다. 과기정통부는 이에 일선 교육 현장에서 우수 사례를 공모해 AI·SW교육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올해 제2회 SW수업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으로 선정한 경기 고양시 일산대진고등학교와 충북 문광초·만수초등학교의 사례는 이러한 수업을 설계하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몰라 헤매고 있는 교사 또는 관련 학습에 관심있는 학생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 수업 모두 코로나19로 능동적 수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학생발표·플립러닝)을 적절히 적용한 점이 특징이다.

◇일산대진고…정보+생물교과 의기투합해 융합수업

일산대진고 황성훈(정보)·김정선(생물) 교사의 경우 '데이터 분석으로 알아보는 코비드(Covid)-19'라는 주제로 SW수업을 진행해 융합수업에서의 성공적 사례를 남겼다. 지난해부터 융합수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던 두 교사는 올해 3월 과학 수업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이해와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이러한 데이터를 정보 수업에서 구조화·분석해보는 학습안을 마련해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이 흐름은 AI 구동의 기초로 불리는 빅데이터(Big data·방대한 양의 정보) 형성 과정과 나아가 수집된 정보의 활용법까지 학습할 수 있는 방식이다. 창의재단에 따르면 해당 수업은 생명과학 측면에서의 바이러스 특징과 이에 의한 사회적 영향 및 파급력을 단순 정보수집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파이썬(python), 판다스(pandas) 등을 통해 구체화·분석화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은 구글 드라이브의 콜레버토리(Colaboratory·약칭 코랩)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파이썬은 인간과 컴퓨터 간 소통하는 대화 형식(프로그래밍 언어)을 인간의 사고방식에 맞춰 만든 '배우기 쉬운 언어'로 알려져 있다. 행과 열로 이뤄져 기존 엑셀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불리는 판다스는 파이썬 언어로 작성된 데이터를 분석·조작하기 위한 SW 라이브러리이다.

정보수집 과정에서 학생의 자율성·참여도를 극대화시키려 노력한 점도 눈길을 끈다. 김 교사는 일방적 수업에서 나아가 학생들이 직접 바이러스의 위험성과 대처 방법을 학습할 수 있도록 독서수업과 온라인 발표수업을 연계했다. 그는 "교과서에 실리지 않은 내용을 독서·발표 수업으로 진행해 팬데믹 현상에 대해 아이들이 더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상했다.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잘 따라와준 덕도 컸다"고 말했다.

이후 이어진 정보 수업에서는 이같이 마련된 데이터들을 파이썬, 판다스를 활용해 리포트를 도출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황 교사는 "1학년 때 판다스를 배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수업으로, 각각의 학생들이 관심을 갖는 내용으로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발표 또한 해볼 수 있도록 했다"며 "학생들은 자신이 말하고자 했던 사안들을 그래프 등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점에 흥미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 수업은 교과 간 통합적 수업이 가능한 사례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김 교사는 "융합수업의 특성상 두 과목 간 진도를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었으나 좋은 경험이었다.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또 한 번 수업을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황 교사는 "과학에 이어 다음에는 수학교과와의 융합수업을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본문 이미지 - 경기 고양시 일산대진고 소속 황성훈 정보 교과 교사가 판다스를 활용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제공 영상 갈무리) ⓒ 뉴스1
경기 고양시 일산대진고 소속 황성훈 정보 교과 교사가 판다스를 활용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제공 영상 갈무리) ⓒ 뉴스1

◇문광초·만수초…플립러닝+언플러그드 방식 적용

문광초 이한빈·만수초 신진선 교사가 마련한 SW수업은 'AI로 코로나 문제 해결하기'라는 주제로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교사의 경우, 저학년(초등학교 2학년)을 맡고 있어 수업 적용은 신 교사가 진행했다. 해당 수업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능동적 수업의 한계 속 플립러닝(Flipped Learning·거꾸로 수업) 방식을 통해 자기주도형·심화형 수업이 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플립러닝 방식은 교사가 준비한 수업 영상이나 자료를 온라인 교육플랫폼에 게재하면 학생들이 수업시간 전 이를 미리 보고 학습한 뒤 본 수업(오프라인 교실수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한마디로 예습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교사는 플립러닝 방식에 대해 "학생들이 교사의 수업 영상을 보면서 천천히 온라인 학습을 진행한 뒤 본 수업에 참여함으로써 본 수업은 교사와 학생 간 상호작용, 심화된 학습활동을 하는데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 수업은 언플러그드(unplugged·플러그를 뽑음) 활동, 즉 컴퓨터 없이 신체활동이나 놀이를 통해 컴퓨터를 가르치는 교육을 적용해 AI의 개념과 원리를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일례로 학생들이 그리고 싶은 그림 주제를 정하고 포스트잇에 주제의 특징이 잘 드러나도록 간단히 그림을 그린 뒤 이를 주제별로 모아 칠판에 붙여본 다음, 공통적으로 표현된 특징을 찾아내도록 하는 식이다.

이로써 빅데이터의 개념은 물론 AI는 데이터가 많을수록 사물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한마디로 빅데이터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의 개념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머신러닝의 동작 원리를 학습할 수 있도록 한 구글의 티처블 머신(Teachable Machine)을 실행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이후 국내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 플랫폼인 엔트리(ENTRY) 사이트를 활용해 학생들은 직접 텍스트인식 라면 추천 AI, 음성인식 길찾기 AI, 이미지인식 출석체크 AI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냈다. 이는 이 수업의 궁극적 학습목표인 '코로나19를 해결할 수 있는 AI 프로그램 개발'까지로 이어졌다.

학생들은 자동 책상소독 로봇, 자동 손소독 로봇, 휴지통 자동여닫이 프로그램, 마스크 착용판단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냈다. 실제 학생들과 해당 수업을 진행했던 신 교사는 "아이들은 스스로 만든 프로그램이 작동한다는 것에 감탄하고 놀라워했고 그래서 더 즐겁게 수업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AI·SW 수업 시수 늘려야…전담교사도 필요

모든 수업은 성공적으로 진행됐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준비물(장비) 면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듀얼 모니터'가 마련된다면 더 효과적인 AI·SW수업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황 교사는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아이들이 교사의 설명을 듣고 곧바로 실습까지 해보기 위해서는 듀얼 모니터가 꼭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신 교사가 플립러닝 방식을 택한 배경에도 듀얼 모니터가 있었다. 이 교사는 "한 화면은 교사의 수업 화면을 보고 또 다른 화면으로는 학생들이 따라하는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일반 가정에는 듀얼 모니터가 보편적이지 않기 때문에 먼저 학생들이 학습 내용을 익히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AI·SW수업의 시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학생들이 익숙지 않은 기능들을 이해해야 하는데다 이론은 물론 실습으로까지 이어지는 수업이라는 점에서다. 황·김 교사는 이와 함께 "수업당 인원을 조금씩만(약 20명) 축소한다면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피드백이 좀 더 빨라질 수 있고 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일선상에서 AI·SW교육 전담교사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그나마 중·고등학교의 경우, 이 분야를 전공했거나 전담하는 교사들이 있지만 초등학교에는 이렇다할 전담교사가 없다는 문제다. AI·SW교육은 일반 과목과 다르게 배우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어 교사들은 관련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도 참여를 주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예비 초등학교 교사들이 교대에서 이 분야를 공부해와도 막상 학교 현장에서는 AI·SW교육 전담교사는 지정하지 않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사는 뉴스1과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공동으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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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만수초 학생이 AI프로그램으로 만든 자동 책상소독 로봇. (한국과학창의재단 제공 영상 갈무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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