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보니] 카톡 분리도 안되는 '아이폰 e심'…속터지는 '1폰 2번호'

듀얼심 활용해 하나의 폰에서 두 개의 번호 사용 가능
일상용·업무용 완벽한 구분은 어려워…배터리 소모도 증가

본문 이미지 - 유심과 e심을 동시에 사용하는 '듀얼심'을 통해 하나의 폰에서 두 개의 번호를 사용하는 모습.
유심과 e심을 동시에 사용하는 '듀얼심'을 통해 하나의 폰에서 두 개의 번호를 사용하는 모습.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우리는 모두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직장에서 일상에서 각각의 상황에 맞는 변검술을 펼치며 원만한 사회적 관계를 쌓는다. 문제는 스마트폰. 모바일을 통한 연결이 극대화되면서 업무와 일상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업무용 자아와 사적 자아는 '카톡' 감옥에 갇혀 스마트폰 속에서 뒤섞이곤 한다.

"하나의 폰에서 2개의 번호를 이용하세요!"

e심은 스마트폰 속에 뒤섞인 내 일상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처럼 여겨졌다. 기존 유심과 e심을 동시에 사용하는 '듀얼심'을 통해 사적 자아와 업무용 자아의 구분이 가능해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e심을 개통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기가 원하는 이동통신사(MNO)나 알뜰폰(MVNO) 요금제를 선택해 온라인상에서 개인정보를 입력해 본인 인증을 하고, 스마트폰 고유 식별 번호인 IMEI 값, 희망 번호, 요금 납부 방법 등을 제출한 뒤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QR 코드를 찍어 가입자 정보(프로파일)을 내려받으면 완료된다.

단, 본인의 스마트폰이 e심을 지원해야 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삼성 '갤럭시Z 폴드4·플립4', 애플 '아이폰XS' 시리즈부터 e심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인생은 실전이다. 실제 e심을 개통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아이폰11 프로'를 쓰고 있는 덕에 e심 개통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요금제 선택의 문제가 남았다. 듀얼심을 사용할 경우 하나의 요금제를 추가로 가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요금 부담이 크다. 이에 통신 3사는 자사 메인 회선을 쓰는 이용자에 한해 월 8800원에 추가 번호를 제공하는 듀얼심 전용 요금제를 출시했다. 결국 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용 중인 통신사의 듀얼심 전용 요금제를 택했다.

하지만 자급제폰이라는 점이 걸렸다. 현재 통신 3사는 자사에 단말정보(IMEI)가 등록된 자급제 핸드폰만 가입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결국 오프라인 매장을 찾았다. 온라인으로 기입했던 정보들을 수기로 가입 신청서로 작성한 뒤에야 e심 번호를 발급 받을 수 있었다. 온라인으로 개통이 진행된다고 해도 현재는 e심 과도기 단계이기 때문에 중간에 전화 상담을 거쳐야 개통 처리가 완료된다.

드디어 공적 자아와 사적 자아가 하나의 폰에서 두 개의 번호로 분리될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 상단의 안테나 표시도 두 개로 나뉘었다. 위에는 메인(업무용), 아래는 보조(일상용). 이 같은 이름표를 원하는 대로 붙일 수도 있다.

본문 이미지 - '아이폰'에서 e심을 활성화하는 모습.
'아이폰'에서 e심을 활성화하는 모습.

하지만 기대와 실망은 비례 관계다. 하나의 스마트폰에서 두 개의 번호는 공존할 수는 있었지만, 완벽히 분리되진 않았다.

우선 업무용 번호와 일상용 번호로 온 문자가 뒤섞여 어떤 번호로 온 내용인 건지 구분이 어려웠다. 안드로이드 폰에서는 문자 메시지 말풍선 옆에 1, 2로 나뉘어 표시돼 어떤 번호로 온 문자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었지만, 아이폰에서는 기본적으로 이 같은 구분이 되지 않는다. 한 사람(같은 번호)이 메인 번호와 보조 번호에 번갈아 가면서 문자를 보냈을 때만 '번호가 보조로 변경됨' 같은 형태로 표기해줄 뿐이었다.

특히 아이폰에서는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하나의 폰에서 두 개의 번호로 분리해 쓸 수 없다. 삼성전자의 경우 '듀얼 메신저' 기능을 제공해 카카오톡 앱을 2개 내려받아 각 번호별로 계정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폰의 경우 이 같은 기능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카카오톡 앱을 하나만 설치할 수 있다. 카카오톡 앱은 번호 인증을 기반으로 계정이 생성되고, 다른 계정으로 로그인할 경우 기본적으로 이전 계정 대화 내역이 모두 날아가기 때문에 사실상 듀얼심을 쓴다고 해도 2개의 계정을 동시에 사용할 수 없는 셈이다.

본문 이미지 - 아이폰에서는 듀얼심을 사용할 때 두 번호 중 어디로 문자가 온 건지 구분하기 어렵다.
아이폰에서는 듀얼심을 사용할 때 두 번호 중 어디로 문자가 온 건지 구분하기 어렵다.

전화할 때는 더 속이 터진다. 걸 때는 문제가 없다. 메인 번호로 걸지, 보조 번호로 걸지 통화 전에 쉽게 선택할 수 있다. 문제는 전화를 받을 때다. 현재 듀얼심 구조상 하나의 번호로 전화를 받고 있을 때 다른 번호로 전화가 걸려 오면 받을 수 없다. 하나의 심으로 통화 중에는 다른 심은 서비스 불가(No Service) 상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전화를 마친 뒤에야 문자 알림을 통해 다른 번호로도 전화가 왔었다는 걸 알 수 있는 정도다. 캐치콜 부가서비스에도 가입하지 않은 탓에 통화가 겹치면 누가 전화를 했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통신사 듀얼심 전용 요금제를 사용할 경우 한쪽 회선의 통신 상태가 불량할 때 다른 한쪽을 백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점도 누릴 수 없다. 두 회선 모두 같은 통신사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본문 이미지 - 전화를 걸 때 회선 선택이 가능하다.
전화를 걸 때 회선 선택이 가능하다.

배터리 소모도 문제다. 유심만 이용할 때는 완충 후 반나절까지는 문제가 없던 폰이 듀얼심 사용 후 충전기를 링거처럼 달고 사는 신세가 됐다.

이에 대해 한 통신사 관계자는 "듀얼심을 사용할 경우 배터리 소모가 더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현재 스마트폰에서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도 나한테 데이터가 내려오는 게 있는지 계속 확인하게 되는데 듀얼심은 이게 2개가 되기 때문에 조금 더 많은 배터리 소모가 발생하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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