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콘텐츠 '독점 제휴'로 맞붙었던 국내 IPTV 3사가 이번에는 셋톱박스를 통해 경쟁에 나섰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넷플릭스·디즈니+ 강력한 파트너사를 놓친 KT·SK브로드밴드는 개방형 TV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셋톱박스 도입으로 이를 메꾼다는 전략이다. 반면 독점계약에 성공한 LG유플러스는 '사운드' 등 서비스의 질을 강화하고 있다.
◇KT, 안드로이드TV OS로 디즈니 본다?…"기가지니A 셋톱박스 출시"
KT는 지난 8일 안드로이드TV OS를 탑재한 IPTV 셋톱박스 '기가지니A'를 출시했다. 기가지니A는 유일한 안드로이드TV OS 셋톱박스는 아니지만, 최신 안드로이드TV OS 11을 탑재했다.
안드로이드TV OS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가입자들이 각 OTT들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면 IPTV자체에서 해당 업체와 서비스 제휴를 맺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다. 일반 TV도 셋톱박스를 통해 스마트TV처럼 사용할 수 있게되는 셈이다.
앞서 KT는 LG유플러스에 오는 12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는 디즈니의 OTT 디즈니+의 IPTV 독점 계약을 뺏기며 IPTV에서의 디즈니+ 서비스 제공이 어렵게 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KT기가지니A를 통해 대부분의 웨이브, 왓챠 등 안드로이드에서 앱이 제공되는 대부분의 OTT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디즈니+ 역시 오는 12일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면 기가지니A 셋톱박스를 통해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SKB, 애플과 손잡고 tvOS 탑재한 개방형 셋톱박스 '애플TV 4K' 출시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과 애플의 협력에 힘입어 애플의 셋톱박스인 '애플TV 4K'를 지난 4일 국내 독점 출시했다.
애플TV 4K는 A12 바이오닉을 모바일 프로세서(AP)로 탑재하고 △초당 60프레임 재생속도 △HDR △돌비비전 △돌비애트모스 △e ARC 기능 등 고품질 영상·음향을 제공하는 애플의 자체 셋톱박스다.
애플TV 4K 역시 오픈 플랫폼인 애플의 'tvOS'를 탑재한 셋톱박스다. Btv의 실시간 방송은 물론, 앱을 설치하면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등 다양한 OTT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디즈니+ 역시 국내 서비스 이후에는 애플TV 4K에서도 이용할 수 있을 예정이다.

◇LGU+, 셋톱박스로 사운드 품질 높이는 '사운드바 블랙'
계약을 통해 넷플릭스와 디즈니+를 잡은 LG유플러스의 경우 이같은 개방형OS 탑재 셋톱박스가 아닌 셋톱박스가 제공하는 기능 자체를 업그레이드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8월 선보인 스피커 일체형 셋톱박스인 '사운드바 블랙'이 대표적이다. 사운드바 블랙은 셋톱박스에 돌비 래버러토리스(Dolby Laboratories) 최신 기술을 적용한 스피커를 탑재했다.
전방에는 4개의 미드우퍼와 2개의 트위터, 2개의 상향 풀레인지 스피커가 등 JBL에서 설계한 고출력 스피커를 탑재해 서브우퍼 같은 별도의 사운드 시스템 없이도 실감나는 음향 기술을 제공하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개방형 OS, 정책으로 막힐 가능성도…"티빙은 개방형OS에서도 못써"
이처럼 KT나 SK브로드밴드가 개방형 OS 탑재 셋톱박스를 도입하는 것은 IPTV업계에서도 글로벌 OTT 제휴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18년 넷플릭스와 IPTV 서비스 단독 제휴 계약을 맺고 IPTV 점유율을 큰 폭으로 끌어올린 바 있다. 올해는 KT를 따돌리고 디즈니+와도 IPTV 단독 제휴 계약에 성공했다. KT와 SK브로드밴드 입장에서는 가입자 이탈을 방지할 수단으로 개방형 OS 셋톱박스를 선택한 셈이다.
또 개방형 OS는 독점 제휴에 실패해도 해당 서비스를 IPTV에서 제공할 수 있는 '틈'을 만들어 이용자를 '락인'(Lock-in)하는 효과뿐 아니라, 업데이트나 앱 추가 등을 통한 확장성이 좋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이같은 개방형OS의 변수는 콘텐츠사업자(CP)들의 정책 변경이다. 현재 OTT 중 티빙은 셋톱박스에서 앱을 다운로드할 수는 있지만, 자사 정책으로 사용 자체는 막아놔 이용이 불가능하다.
디즈니+를 비롯한 글로벌 OTT들 역시 이같은 정책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개방형 OS라고 해도 핵심 앱들을 사용하지 못해 '반쪽'이 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