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후각 발달한 개들은 시력 잃어도 된다?…정말 그럴까

유루증이 있는 김준영 교수의 반려견, 매일 눈 주변 털을 닦고 정리해서 청결하게 해 주고 있다.(김준영 교수 제공) ⓒ 뉴스1
유루증이 있는 김준영 교수의 반려견, 매일 눈 주변 털을 닦고 정리해서 청결하게 해 주고 있다.(김준영 교수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김준영 건국대 수의대 교수 = 개(강아지)의 수명이 증가하면서 양쪽 시력을 모두 잃은 노령견을 종종 보게 된다. 필자도 21살까지 함께 살았던 반려견이 있었다. 그 반려견은 2년 반 동안 양쪽 눈 없이 살다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동물의 눈을 진료하는 직업적 특성상 이런 경우는 더 많이 만나게 된다. 그리고 양쪽 눈의 시력을 모두 잃은 개의 경우 삶이 매우 힘들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시력을 완전히 잃은 개는 낯선 환경에 놓이게 되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부딪히다가 이동하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낯선 환경을 무서워하고 보호자와 떨어지는 것을 매우 불안해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운동량이 많이 떨어져 건강도 빠르게 나빠진다. 결국 이것이 수명 단축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개에게 눈과 시력은 생활과 생존을 위해 정말 중요한 감각기관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개는 후각이 발달돼 시력이 없어도 생활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글들이 인터넷에 올라온 것을 많이 봤다. 개는 흑백으로만 세상을 보고 원래 시력이 나빠서 정확히 사물을 구분하지 못하고 형태를 본 후 냄새로 사물을 구분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실제로 개는 후각에만 의존하는 동물일까.

개의 시력은 사람의 시력과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정시안(안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상태)에서 사람의 평균시력은 1.0이다. 이에 비해 개들은 같은 조건(정시안)이라면 0.14-0.38정도가 나온다.

사람은 3가지 색의 빛(빨강, 녹색, 파랑 : 빛의 3원색)을 구분한다. 하지만 개들은 2가지 색의 빛(파란 색과 녹색에 가까운 노랑)만 구분한다. 사람으로 치면 녹색맹에 가깝다. 실제로 개들은 신호등의 녹색을 색으로 인지하지 못한다. 약간 노랗게 보일 것이다.

사실 이러한 시각 특성은 개들이 자연 상태에서 살아가는 데는 오히려 이득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사냥을 하거나 위험을 인지하거나 교미를 할 때 이런 시력 특성이 개에게 훨씬 유리하다.

개들은 사람이 보는 것처럼 사물을 정확하게 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생존을 위해 시력에 의존도가 낮다'고 설명하는 것은 잘못됐다. 사람보다 시력이 다소 떨어져도 후각만큼 시각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시선으로 본 풍경(A)과 개의 시선으로 본 풍경(B). 개의 경우 녹색맹에 가깝우며 빨간색보다 녹색에 가까운 노란색을 구분할 수 있다.(김준영 교수 제공) ⓒ 뉴스1
사람의 시선으로 본 풍경(A)과 개의 시선으로 본 풍경(B). 개의 경우 녹색맹에 가깝우며 빨간색보다 녹색에 가까운 노란색을 구분할 수 있다.(김준영 교수 제공) ⓒ 뉴스1

우리가 반려견의 눈을 관리하는데 기본적으로 신경써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반려견도 사람처럼 일정 나이가 되면 노안이 온다. 망막에 이상이 와서 시력이 떨어지고 안구건조증으로 불편해한다. 백내장, 녹내장도 발생하다. 오히려 사람보다 더 흔하게 일어난다. 당뇨와 고혈압은 눈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개들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일정 나이(약 6~8세)가 되면 주기적인 안과검사(대부분 최소 1년에 두 번 이상을 권한다)가 필요하다.

또 안구건조증에 대한 대비와 안검의 이상을 반드시 교정 받는 것이 눈을 오래 쓸 수 있는 비결이다. 안구 건강 확인은 가능하면 안과를 전공한 수의사가 있고 안과검사 장비를 어느 정도 갖춘 동물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

보호자는 반려견의 눈 상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꼼꼼하게 관리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은 매일 아침 세수를 하며 눈꺼풀을 씻고 눈 주변의 청결에 신경 쓴다. 하지만 개의 경우 눈 주변에 눈물이 넘쳐 지저분하고 냄새가 나는 상태(유루증)를 보고 매일 이를 관리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필자는 매일 유루증이 있는 반려견의 눈 주변 털을 닦고 정리해서 청결하게 해주고 있다. 실제 이 개는 눈을 관리하지 않으면 눈 주변에 냄새가 나고 내안각쪽 결막에 충혈이 발생한다.

눈의 이상으로 내원하는 반려견들은 알레르기성 안검, 결막염, 그리고 건성각결막염이 가장 많다. 흔히 발생하고 간단한 약 처방으로 증상이 호전된다. 이 때문에 보호자들은 증상이 있을 때는 약물에 의존하고 증상이 호전되면 더 이상 관리하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반려견 눈에 대한 보호자의 관심과 관리는 반려견이 세상을 볼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치료방법이다. 실제로 안구 표면의 질환들은 눈 외부의 관리가 적절하지 않아 발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안타까운 경우가 참 많다.

그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우선 지속적인 눈꺼풀 청결관리와 인공눈물의 사용은 안구의 표면(눈꺼풀, 결막, 각막)의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요즘 약국에서는 일회용 패드 형태로 된 아이클리너를 쉽게 구할 수 있는데, 가능하면 소아용을 구입하는 것이 개들에게는 덜 자극적이다.

클리너를 이용해 눈꺼풀을 주기적으로 관리하게 되면 눈꺼풀에 발생하는 여러 형태의 종양을 막을 수 있다. 눈물의 질도 좋게 해 건성각결막염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인공눈물의 사용은 건성각결막염 치료에 사용될 뿐만 아니라 각막과 결막 표면에 있는 이물을 배출하고 이들의 건강을 유지해 주는데 좋은 방법이 된다. 이 경우 다회성 안약은 추천하지 않는다.

다음은 주기적인 안구의 온찜질이다. 온찜질은 눈에 있는 여러 분비조직을 안정시켜 건성각결막염을 예방할 수 있다. 또 달리는 자동차에서 밖을 내다보는 것을 좋아하거나 햇볕에 많이 노출되는 개들에게는 선글라스 사용도 고려할 사항이다.

마지막으로 눈 영양제의 사용이다. 개 또한 나이가 들면서 백내장이 잘 발생되며(실제 12세 이상의 개들에서는 100% 백내장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망막에 여러 가지 질환들이 발생한다. 이런 경우 눈 영양제는 이러한 질병 발생을 예방하고 느리게 진행하도록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집 소중한 반려견이 오랫동안 나의 얼굴을 보며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 눈에 대한 작은 관심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본다.

글=김준영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김준영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프로필 ⓒ 뉴스1
김준영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프로필 ⓒ 뉴스1

[해피펫]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동행 '뉴스1 해피펫'에서는 짧은 목줄에 묶여 관리를 잘 받지 못하거나 방치돼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일명 '마당개'들의 인도적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시골개, 떠돌이개 중성화 및 환경개선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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