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마쓰=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안도 다다오의 미술관과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조형물이 있는 일본의 섬, 나오시마는 누군가에겐 인생 버킷리스트이자 다시 오고 싶은 예술 성지다.
주변의 테시마, 오기지마, 쇼도시마 등 '세토 내해'(瀬戸内海)를 따라 자리한 섬들은 각각의 자연과 일상을 배경 삼아 예술 작품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동선을 정하지 않아도 좋다. 배를 타고 섬을 옮겨 다니며 감상하는 예술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여행이 된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섬들은 한때 산업 폐기물장, 정련소, 한센병 격리시설 등으로 외면받았던 땅이었다. 고령화와 인구 유출 속에 잊히던 섬들이 다시 사람을 부르기 시작한 건 2010년, 예술을 매개로 한 거대한 실험 '세토우치 국제예술제'가 시작되면서부터였다.
히치하라 토키코 세토치 국제예술제 담당 직원은 "섬 전체가 작품이 되는 이 경험은 세토우치에서만 가능한 독특한 방식"이라며 "예술이 섬과 함께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여행자들이 직접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세토우치 국제예술제'는 3년에 한 번, 일본 세토 내해의 섬들을 무대로 열리는 대규모 트리엔날레다.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는 이 예술제는 나오시마, 테시마, 쇼도시마, 메기지마, 오기지마 등 총 17개 섬과 연안 도시에서 100여 일간 진행한다. 2010년 첫 개최 이후 지금까지 누적 관람객은 약 370만 명. 예술제 기간 동안 세토 내해의 여러 섬 전체를 찾는 방문객 수는 매회 70만~100만 명 이상에 달한다.
고령화와 산업 쇠퇴로 침체된 섬들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하는 기적을 써내려가고 있다.

특히 나오시마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지중미술관'과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 등 세계적인 현대미술 명소가 들어서며 일본 예술 관광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산업 폐기물 매립지(데시마), 한센병 환자 격리시설(오시마), 정련소(나오시마) 등 버려진 역사가 숨어 있다. 예술은 이를 감추지 않고 오히려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래서 더 특별하다. '섬마을 할머니들의 미소가 작품'이라는 말이 이 예술제를 설명하는 이유다.

여행자들이 주로 찾는 나오시마 외에도 주목할 만한 섬은 많다.
직접 찾은 오기지마(男木島)는 '섬의 혼'이라 불리는 페리 터미널 건물과 조개껍질을 형상화한 파빌리온, 바람에 따라 방향을 바꾸는 갈매기 조형물까지 작은 골목골목이 작품이다.
메기지마(女木島)는 한때 '오니섬'이라 불리던 전설을 살려 문화와 설화를 엮은 작품이 조성돼 있다. 두 섬 모두 예술제가 끝나도 작품 일부는 상설로 남아 관람할 수 있다.

히치하라 토키코 세토치 국제예술제 담당는 "오기지마의 경우 2024년 기준 전년 대비 이주자가 114명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공방, 카페 등이 늘어나며 예술제가 끝난 후에도 일상이 지속되는 마을로 거듭나고 있다. 작품을 보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섬을 느끼고 머무는 여행지가 된 것이다.

2025년 세토우치 국제예술제는 총 3개 시즌(봄·여름·가을)으로 나뉘어 열린다.
봄은 지난 4월 18일~5월 25일, 여름은 8월 1일~31일, 가을은 10월 3일~11월 9일 진행하며 축제 기간은 총 107일이다.
참가 지역은 총 17곳으로 확대했고 신규 참여 지역도 추가했다.
주요 관람지는 다카마쓰항과 우노항에서 배를 타고 진입할 수 있으며 모든 시즌 이용 가능한 '올 시즌 패스포트'(사전예매 4300엔)를 활용하면 입장권을 일괄 처리할 수 있다.

관람 팁도 있다. 모든 작품이 패스포트로 관람 가능한 것은 아니며 일부 인기 작품은 개별 티켓이 필요하다.
나오시마의 안도 다다오 신설 건축물 등 일부 장소는 사전 예약을 요하므로 여행 전에 일정을 확정해두는 것이 좋다. 섬 간 이동은 고속 페리 외에도 예술제 특별 노선이 운영된다.
또 세토우치 해는 연평균 기온이 온화하고 비가 적은 지역으로 일년 중 대부분이 쾌청한 날씨를 자랑한다. 예술 감상과 섬 여행을 함께 즐기기에는 최적의 자연조건을 갖춘 셈이다.
seulbin@news1.kr
